덧셈을 아무리 하고 또다시 해봐도 숫자가 맞지 않는다. 도대체 온라인카지노이 어디로 갔단 말인가. 더하고 빼고, 계산기를 꾹꾹 천천히 다시 눌러 계산해 보지만, 온라인카지노의 행방을 알 길이 없다. 계산기와 숫자 더미에서 사투를 벌이는 와중에 할 일은 쌓여만 간다. 해결하지 못한 채로 늘어가는 투두리스트(To Do List)를 보며 깊고 진한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정말이지 잘 안 풀리는 일이라는 건 없는 듯 보이고 싶고, 그래서 더욱 이 작은 숫자에서 비롯된 온갖 스트레스와 번뇌를 숨기고 싶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어쩔 수가 없다. 한숨이라도 쉬자, 한숨이라도.
해가 밝고도 한 달이 지났다. 하지만 나는 아직 2024년에 멈춰 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2024년의 못다 한 정산을 끌어안은 채로 2025년 행 기차에 탑승한 상태다. “바쁘다”라는 표현은 가급적 삼가는 편인데, 그건 표현이 가진 의미에 함몰되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연초부터 격무에 시달리며 야근으로 점철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자니 정말 마음이 “바.쁘.다” 대표란 원래 그런 것이지. 어딘 가에 나처럼 밤을 지새우는 동지들이 있겠지. 바쁘다는 건 상대적인 거지. 나는 바쁘지 않다. 하루를 쪼개어 사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배부른 소리 하고 있다… 생각하며 주문을 건다. 2025년 1월, 나를 달래는 주문이다.
정산과 실적 보고까지도 기획자의 숙명
지난 글 ‘기획자의 숙명’()에서도 밝혔듯이, 국가 지원금은 우리와 같은 예술단체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예산이다. 지원의 선정 여부에 따라 공연의 진행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원받지 못해도 계획한 공연은 해야 하는 하콘 특유의 옹고집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지원 신청 기간이 되면 사뭇 비장해지기 마련인데, 그에 못지않게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있다면 바로 사용한 예산을 정산하고 마무리하는 과정이다.
지원금은 정해진 가이드를 정확하게 따라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사용한 예산은 항목별로 요구되는 증빙서류를 갖춰야 하는데, 하나의 항목당 많게는 6~7개의 증빙서류가 필요하다. 지원받는 기관별로 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안내 문서를 꼼꼼하게 잘 읽는 것도 필수과정 중 하나다. 가끔 ‘피아노 조율의 결과물이라는 것은 어떻게 증빙하나…’ 같은, 자신을 설득해야 하는 순간도 있지만 곧 얌전한 고양이가 된다. 증빙서류들을 항목별로 그때그때 모아두면 혼란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는 점은 수년간 지원 사업을 진행하며 터득한 나름의 노하우다.
자, 이제 다음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내가 아는’ 사용 예산과 ‘정산 시스템에 입력한’ 예산이 정확하게 일치해야 하는 과정이다. 특히 잔액이 맞지 않을 때는 그야말로 절망적이다. 온라인카지노서부터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알기 위해서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일쑤고, 그렇게 숫자의 블랙홀에 빠지고 만다. 도무지 알 길이 없는 수의 오류에서 한참을 헤엄치다 보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고, 그러다 보면 ‘공연의 진행’과 관련한 당장 해결해야 하는 나의 또 다른 업무들이 눈앞에 켜켜이 쌓여 있는 것이다.
사진출처. unsplash그러므로 이것은 기획자의 의무
블랙홀에서 겨우 빠져나오면 다음은 실적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 남았다. 심플하게 실적만 작성하면 되는 문서가 있기도 하고 상당한 고민의 시간이 필요한 문서도 있는데, 어느 쪽이든 무척이나 정성 들여 작성한다. 그것이 예산을 받아 쓰는 단체의 의무라고 생각해 온 것은 나름의 철학이다. 사용한 예산을 가이드에 따라 사용하고, 증빙서류를 잘 갖춰 제출하고, 이에 대한 검증을 받고, 공들여 작성한 실적보고서까지 제출하고 나면 그제야 한 해의 사업이 ‘정말로’ 끝난다. 해를 넘어 2월, 늦게는 3월까지 이어지는 이 과정을 거쳐야만 그제야 진짜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것이다.
종일 씨름하던 어느 날 나는 사무실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타임라인은 지원금에 맞춰 흐른다고. 국가 지원금의 혜택을 받는 이상, 이 모든 일 역시 기획하는 사람의 몫이라고. 복잡하고 어렵지만 예산서 작성과 정산, 온라인카지노보고의 과정을 아는 일은 기획자로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날, 나는 여러 일을 제쳐두고 또 하나의 결과보고서를 마무리했다. 지원금과 별개의 후원기관과 개인 후원자분들께 보내는 한 해의 단체 운영에 관한 일종의 리포트였다. 언젠가는 한 후원자께서 ‘바쁠 텐데 이런 거 안 보내셔도 된다’며 말씀만으로도 감사한 메시지를 주시기도 했지만, 그래도 매년 연말이면 결과보고서를 꼬박 발송했다. 지원금의 온라인카지노이 절차에 따라 꼭 필요한 과정이라면, 이것은 우리가 자발적으로 해야 하는 의무라 여겼기 때문이다.
공연을 준비하고 만들어 올리는 과정의 이면에는 이토록 수많은 일들이 수면 아래에서 행해지고 있다. 한 해에 200여 개의 공연을 만들며 쉼 없이 일 년을 보내는 하콘에서는 이러한 정산과 온라인카지노 과정이 좀 더 복잡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행방이 묘연한 1원을 찾는 일, 그 앞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일, 때때로 수많은 물음표 앞에서 자신을 설득하는 일은 다음 한 해를 시작하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감당해야 하는 일이 된다. 실적보고서를 공들여 작성하다 보면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지난 일의 의미들을 되짚고, 뜻밖의 비전을 그리게 되기도 한다. 그러니 정확히는 우리의 시간이 지원금에 맞춰 흐르는 것은 아니겠다. 그저 앞에 놓인 일에 최선을 다하며 스스로의 지형을 그려 나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