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e] 김기태의 처음 책 이야기 김승옥 소설집, 바카라사이트 추천 1964년 겨울, 창우사, 1966년 2월 5일 발행
'바카라사이트 추천의 장 콕토' 김수용(1941~)
<바카라사이트 추천 원작으로 한 김수용의 '안개' 직접 각색 맡으며 영화계 발 들여 '장군의 수염', '어제 내린 비' 등 시나리오 집필
<바카라사이트 추천 1964년 겨울 초판본 표지로 프랑스 화가 장 뒤퓌페(Jean Dubuffet) 그림 내지에는 바카라사이트 추천 손글씨 들어가
전후(戰後) 세대를 초월한, 거대 문명사회를 향한 개인의 조용한 외침에 귀 기울인 바카라사이트 추천
김승옥(金承鈺, 1941~) 같은 작가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에 산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던 적이 있다. 여기서 '자랑스럽다'가 아니라 '자랑스러웠던 적이 있다'고 쓴 까닭은 여전히 그 마음은 변함없지만 '김승옥'을 뛰어넘는 작가들이 줄지어 나오기를 고대하는 마음 때문이다. 그 자랑스러움은 1966년 2월 창우사(創又社)에서 발행된 소설집 『바카라사이트 추천 1964년 겨울』*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소설집에는 모두 11편의 중·단편이 들어 있는데, 실린 순서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생명연습(生命演習) - 들놀이 - 바카라사이트 추천(霧津紀行) - 확인(確認)해본 열다섯 개의 고정관념(固定觀念) - 건(乾) - 역사(力士) - 싸게 사들이기 - 수술(手術) - 차나 한 잔 - 바카라사이트 추천, 1964년 겨울 - 환상수첩(幻想手帖)
이 중에서도 특히, 우리나라 현대 단편소설 중에 백미(白眉)로 꼽히는 「무진기행(霧津紀行)」과 「바카라사이트 추천, 1964년 겨울」 속의 빛나는 표현들은 지금 보아도 눈이 부시다. 예컨대, 「무진기행」 도입부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표현이 그렇다.(원문을 그대로 옮김)
바카라사이트 추천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 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바카라사이트 추천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바카라사이트 추천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 당해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恨)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女鬼)가 뿜어내놓은 입김과 같았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써는 그것을 헤쳐버릴 수가 없었다.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싸았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놓았다. 안개, 바카라사이트 추천의 안개, 바카라사이트 추천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바카라사이트 추천의 안개, 그것이 바카라사이트 추천의 명산물이 아닐 수 있을까!
특히, 상습적으로 출몰하는 ‘안개’를 ‘밤 사이 진주해온 적군들’로 직유(直喩)한 표현은 언제 보아도 탄복스럽다. 이 작품은 바카라사이트 추천 10월 《사상계》에 발표된 김승옥의 대표작으로, 한 개인이 성공가도를 달리던 중에 벌이는 귀향(歸鄕)과 이내 고향을 등지게 되는 과정을 통해 문명화로 치닫는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특수성이 존중받을 수 없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결국 이 작품은 ‘안개’로 상징되는 허무한 이상(理想)에서 벗어나 ‘현실’이라는 일상 공간으로 돌아오는 어느 개인의 귀향 체험을 통해 개인적 일탈을 허락하지 않는 사회조직 속에서 소외당한 현대인의 고독을 처연하게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이 작품에 등장하는 ‘무진’은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작품을 위해 꾸며진 곳으로 알려져 있어서 더욱 상징성이 짙다.
또 다른 작품 「바카라사이트 추천, 1964년 겨울」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제목처럼 1964년 겨울, 어느 날 저녁 포장마차에서 우연히 만난 세 명의 젊은 사내가 다음 날 아침까지 함께 지내는 동안 생긴 이야기가 담담한 필체로 그려지고 있다. 누군가의 불행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현실을 통해 1960년대의 암울했던 시대상과 함께 수많은 사람들의 욕망이 집결된 ‘바카라사이트 추천’이라는 대도시의 어두운 이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세 사람의 등장인물이 나누는 대화가 무척 흥미롭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표현들을 들여다보면 알쏭달쏭한 대화 속에 녹아 있는 작가 특유의 사유 방식을 짐작할 수 있다.(원문을 그대로 옮김)
"안형, 파리를 사랑하십니까?" "아니요, 아직까진……" 그가 말했다. "김형은 파리를 사랑하세요?”" "예."라고 나는 대답했다. "날을 수 있으니까요. 아닙니다. 날을 수 있는 것바카라사이트 추천서 동시에 내 손에 붙잡힐 수 있는 것이니까요. 날을 수 있는 것바카라사이트 추천서 손 안에 잡아본 적이 있으세요?" "가만 계셔 보세요." 그는 안경 속에서 나를 멀거니 바라보며 잠싯 동안 표정을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말했다. "없어요, 나도 파리 밖에는……"
"김형, 꿈틀거리는 것을 사랑하십니까?" 하고 그가 내게 물었던 것이다. "사랑하구 말구요." 나는 갑자기 의기양양해져서 대답했다. 추억이란 그것이 슬픈 것이든지 기쁜 것이든지 그것을 생각하는 사람을 의기양양하게 한다. 슬픈 추억일 때는 고즈너기 의기양양해지고 기쁜 추억일 때는 소란스럽게 의기양양해진다.
"평화시장 앞에 줄지어 선 가로등들 중에서 동쪽바카라사이트 추천부터 여덟 번째 등은 불이 켜 있지 않습니다……" 나는 그가 좀 어리둥절해 하는 것을 보자 더욱 신이 나서 얘기를 계속했다. "……그리고 화신백화점 육층의 창들 중에서는 그 중 세 개에서만 불빛이 나오고 있었읍니다……" <중략 "서대문 뻐스 정거장에는 사람이 서른 두 명 있는데 그 중 여자가 열 일곱 명이었고 어린애는 다섯 명 젊은이는 스물 한 명 노인이 여섯 명 입니다." "그건 언제 일이지요?" "오늘 저녁 일곱시 십오분 현재입니다."
그렇다면 이 작품에 등장하는 세 청년은 마치 '외젠 이오네스코(Eugene Ionesco, 1909~1994)'의 부조리 연극 '대머리 여가수'라도 보는 것처럼 왜 이렇듯 의미 없는 대화에 몰두하는 걸까? 아마도 세 사람의 인물 특성을 살펴보면 바카라사이트 추천의 치밀한 의도를 짐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 김씨이며 시골 출신이고 육군사관학교를 지원했다가 실패한 후 구청 병사계에서 일하고 있다. 사내의 일과 엮이지 않기 위해 여관에 들어가면서 숙박계에 거짓 정보를 쓴다. 안: 대학원생이자 부잣집 장남이다. '나'와 함께 술을 마시면서 서로 자신만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사내가 자살할 것을 예상했고, 다음 날 아침 '나'에게 사내를 두고 빨리 여관에서 도망치자고 한다. 사내: 급성 뇌막염바카라사이트 추천 죽은 아내의 시신(屍身)을 세브란스병원에 카데바(해부실습용 시신)로 팔고 죄책감을 느낀다. 카데바 값바카라사이트 추천 받은 사천 원을 중국집에서 음식을 먹고, 귤을 사 먹고, '안'과 '나'에게 넥타이를 사주는 등 이리저리 쓰고, 나머지는 화재 현장에서 불길 속에 던져버린다. 이렇게 아내 시신 판 돈을 다 쓰고 여관 방에서 자살한다.
결국 작가는 등장인물들을 정확하게 호명하지 않고 '김씨', '안씨', '사내' 등바카라사이트 추천 익명화함바카라사이트 추천써 그 시대를 살았던 대중들의 모든 특징을 상징적바카라사이트 추천 담아내려 한 것바카라사이트 추천 보인다.
천재적인 창작성바카라사이트 추천 한국 단편소설의 미학을 한 단계 드높인 바카라사이트 추천
작가 김승옥은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했다. 1945년 광복과 함께 귀국하여 전라남도 순천(順天)에서 성장했고, 순천고등학교와 바카라사이트 추천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단편소설 「생명연습」이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한 1962년에 김현(金炫, 1942~1990), 최하림(崔夏林, 1939~2010) 등과 함께 동인지 《산문시대(散文時代)》를 창간하고 이 문예지에 「건(乾)」, 「환상수첩」 등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64년 「역사(力士)」, 「무진기행」 등을 발표하며 전후(戰後) 세대를 넘어선 작가로 문단의 인정을 받았고, 1965년 「바카라사이트 추천, 1964년 겨울」을 발표함으로써 196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우뚝 섰다. 이후 인간의 원초적 생명력 회복을 희구하는 주제를 다룬 작품 「60년대식」, 「다산성(多産性)」, 「야행(夜行)」, 「강변부인」 등을 발표했고, 1970년대에 들어와서는 1977년 「바카라사이트 추천의 달빛 0장」과 1979년 「우리들의 낮은 울타리」 등을 발표했다.
작가 바카라사이트 추천(金承鈺, 1941~). / 사진출처. 위키피디아또한, 김승옥은 뛰어난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했다. 1967년에 「바카라사이트 추천」이 김수용(金洙容, 1929~2023) 감독에 의해 '안개'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지자 직접 각색을 맡아 시나리오를 쓰면서 영화계와 인연을 맺었다.** 1968년에는 김동인(金東仁, 1900~1951)의 「감자」를 각색하고 직접 감독까지 맡아 스위스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프랑스 유력언론 《르 몽드(Le Monde)》에도 소개됨으로써 '한국의 장 콕토'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영화감독을 계속하고 싶은 열망이 컸으나, 당시 신혼 무렵이었던 데다가 영화계의 자유분방한 분위기에 기겁한 아내가 적극적으로 반대하여 시나리오만 쓰는 것으로 타협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로 김승옥은 영화 '장군의 수염'(1968), '어제 내린 비'(1974), '영자의 전성시대'(1975), '겨울여자'(1977) 등의 시나리오를 썼다. 김호선(金鎬善, 1941~)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장미희가 주연을 맡았던 조해일(趙海一, 1941~2020) 원작의 '겨울여자'는 당시 바카라사이트 추천에서 관객 57만 명을 동원했는데, 이 기록은 1990년 '장군의 아들'이 흥행 신기록을 낼 때까지 12년간 깨지지 않았다. 이어령 원작의 '장군의 수염'으로 제7회 대종상 각본상을 수상했으며, 그가 시나리오를 쓴 영화들은 ‘한국의 장 콕토 김승옥 각본’이라는 문구를 포스터에 대문짝만하게 써붙일 정도였다고 한다.
(1967) 스틸 컷. 김승옥이 직접 각색을 맡아 시나리오를 썼다. / 사진출처. KMDb">
김수용 감독 <안개(1967) 스틸 컷. 바카라사이트 추천이 직접 각색을 맡아 시나리오를 썼다. / 사진출처. KMDb1980년 《동아일보》에 장편소설 「먼지의 방」을 연재하다가 광주민주화운동 소식을 듣고는 창작 의욕을 상실한 끝에 절필(絶筆)을 선언했다. 그러던 중 그의 나이 64세였던 2003년, 오랜 동갑내기 문우(文友) 이문구(李文求, 1941~2003) 선생의 타계(他界) 소식에 따른 충격바카라사이트 추천 인해 뇌졸중(腦卒中)을 얻으면서 말까지 잃고 말았다. 이후 김승옥은 펜 대신 붓을 들고 젊은 시절의 꿈이기도 했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작가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순천에 '김승옥 문학관'’이 들어섰다.
앞서 살펴보았던 「무진기행」이나 「바카라사이트 추천, 1964년 겨울」을 보면 마치 세상살이에 달관한 듯한 농익은 문체로 등장인물들의 면면에 관계없이 능숙한 표현들을 선보이고 있지만, 기실 「무진기행」을 발표한 1964년에 김승옥은 만 스물네 살의 청년이었다. 이 작품은 언젠가 우리 평론가 50인이 선정한 역대 한국 단편소설 최고의 작품으로 뽑힐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내친김에 김승옥은 같은 해 「바카라사이트 추천, 1964년 겨울」을 발표하여 제10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하게 되는데, 이는 역대 최연소 수상 기록으로 남아 있다. 한마디로 우리 문단의 새로운 천재가 나타난 셈이었다.
전남 순천에 위치한 바카라사이트 추천 문학관. / 사진출처. 순천시 홈페이지한편, 작가 김승옥은 1960년에 바카라사이트 추천대학교 문리대 불어불문학과에 진학했는데, 당시 입학 동기로는 작가 이청준(李淸俊, 1939~2008), 평론가 김현·염무웅(廉武雄, 1941~)·김치수(金治洙, 1940~2014) 등이 있었고, 한 학번 위로는 미학과에 재학 중이던 시인 김지하(金芝河, 1941~)가 있었다. 그 밖에 김승옥과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인물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이어령(李御寧, 1933~2022) 선생이다. 김승옥이 입학했을 당시 27세의 나이에 문학평론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던 이어령 선생은 마침 바카라사이트 추천대 문리대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1970년대에도 교류를 이어가게 되는데, 그 접점에는 김승옥의 문학적 천재성을 알아본 이어령 선생의 남다른 안목이 있었다. 대학생 시절부터 가난에 시달리던 김승옥은 이후로도 별다른 변곡점 없이 빈둥거리는 삶을 살고 있었는데, 1970년대 들어와 문예지 《문학사상》의 발행인을 맡고 있던 이어령 선생은 그런 김승옥을 납치하다시피 어느 호텔로 불러들였다고 한다. 호텔방을 이른바 '글감옥'으로 삼아 옆 방에 문학사상사 편집부 기자를 상주시키고, 김승옥으로 하여금 소설을 쓰도록 감시했다는 것. 그렇게 완성된 작품이 바로 「바카라사이트 추천의 달빛 0장」이었단다. 이 작품으로 김승옥은 1977년에 제1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초판본에 담긴 책의 특징과 책을 만든 사람들
김승옥 소설집 『바카라사이트 추천 1964년 겨울』 초판본은 일반적인 5✕7판 크기에 양장본으로 책함(冊函)에 들어 있다. 책함을 뒤덮고 있는 상자화(箱子畵)는 장 뒤뷔페(Jean Dubuffet)의 그림이며, 앞쪽에는 책 제목 '바카라사이트 추천 1964년 겨울'이 선명한 붉은색으로 상단에 자리 잡았고, 작가 이름은 한자로 하단 오른쪽에 표기되어 있다. 뒤쪽에는 세로 표기로 이 책에 실린 작품 제목이, 하단에는 '1965년도 동인문학상 수상작가 소설집'이란 한자 표기와 함께 그 아래에 출판사 이름이 적혀 있다.
초판본 표지. 프랑스 화가 장 뒤뷔페의 그림이 삽입됐다. / 사진. ⓒ김기태">
김승옥 <바카라사이트 추천 1964년 겨울 초판본 표지. 프랑스 화가 장 뒤뷔페의 그림이 삽입됐다. / 사진. ⓒ김기태
초판본 양장 표지. 김승옥 작가가 손글씨로 적었다. / 사진. ⓒ김기태">
김승옥 <바카라사이트 추천 1964년 겨울 초판본 양장 표지. 김승옥 작가가 손글씨로 적었다. / 사진. ⓒ김기태본책 양장 표지에는 손글씨로 적은 책 제목이 은박(銀箔)바카라사이트 추천 질감 있게 처리되어 있고, 표지를 넘기면 작가가 직접 그린 것바카라사이트 추천 보이는, 붉은색 바탕에 검정 스케치로 이루어진 추상화가 면지(面紙)에 인쇄되어 있다. 면지를 넘기면 당시 근영(近影)인 듯 오른손에 불붙은 담배를 쥔 앳된 모습의 작가 흑백사진이 실려 있다. 작가 사진을 넘기면 비로소 단출하게 책 제목과 작가 이름, 그리고 출판사 이름만 적힌 속표지가 나온다. 그리고 연이어 나오는 차례를 보면 11편의 작품 제목이 정갈하게 세로 표기로 적혀 있고, 맨 끝에 장정은 '저자'가 했고, 상자 그림은 '뒤뷔페'의 것임을 표기해 놓은 것바카라사이트 추천 보아 표지 글씨를 포함해서 그림을 고르고 활자를 배열한 것이 모두 작가 김승옥의 솜씨임을 알 수 있다. 프랑스 화가이자 조각가로 당시 야만적인 화풍을 통해 현대미술의 독특한 지형을 구축하고 있던 뒤뷔페의 그림을 표지화로 선택한 안목이 매우 이채롭다.
김승옥 <바카라사이트 추천 1964년 겨울 초판본에 실린 김승옥 작가의 흑백사진. / 사진. ⓒ김기태
김승옥 <바카라사이트 추천 1964년 겨울 초판본의 속표지. / 사진. ⓒ김기태책의 맨 뒤에 있는 간기면(刊記面)을 보면 도서 정가는 380원, 발행인은 창우사 대표 황순필(黃順必)이었으며, 인쇄는 삼성인쇄주식회사에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1966년 2월 5일에 초판(初版)을 발행하고 3월 25일에 재판(再版)을 발행했다고 되어 있으나, 여기서의 '재판'은 '재쇄(再刷)'를 뜻하는 것바카라사이트 추천 보아도 무방할 듯하다. 지금도 간혹 발견하곤 하지만, 같은 책을 또 인쇄한다는 의미의 '쇄(刷)'와 수정하거나 개정해서 새로 펴내는 '판(版)'의 의미를 가리지 않고 쓰는 관행이 있기 때문이다.
11편의 작품 제목이 세로 표기로 정갈하게 적혔다. / 사진. ⓒ김기태
김승옥 <바카라사이트 추천 1964년 겨울 초판본의 간기면. / 사진. ⓒ김기태어쨌든 한 달여 만에 책을 더 찍어낼 정도로 김승옥은 인기 있는 작가였다. 이 책이 나올 당시 작가의 나이는 26세. 이미 살핀 것처럼 1962년에 단편 「생명연습」이 일간지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했고, 1964년에는 단편 「무진기행을 발표하여 문단의 주목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1965년에는 「바카라사이트 추천, 1964년 겨울」로 동인문학상까지 거머쥐었던 터라 이미 김승옥은 유명작가 반열에 올라 있었다.
이쯤에서 김승옥 작가와 필자의 인연을 담은 삽화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대학에 와서 처음 연구년(일명 '안식년'이라고도 한다)을 보내고 있던 2016년 어느 여름날, 우연히 김승옥 선생이 바카라사이트 추천 혜화동 어느 미술관에서 수채화 전시회를 연다는 소식을 들었다. 문득 말을 잃고 글 쓰는 펜 대신 그림 그리는 붓을 든 노작가의 심사(心思)가 궁금해졌다. 내가 문학도로 살았던 젊은 시절부터 흠모해 마지않았던 작가이기에 꼭 가보고 싶었다. 이윽고 미술관에서 만난 노작가는 정말로 말없이, 그러나 만면에 함박웃음을 머금은 채 수첩을 꺼내 들고는 필담(筆談)으로 나와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김승옥 <그림으로 떠나는 바카라사이트 추천(2017)에 실린 작가의 그림. / 사진출처. 한국경제TV
전시실에는 시선을 시원하게 정화시켜 주기에 충분한 풍경화들과 함께 평생 친구로 가깝게 지냈거나 친하게 교류했던 문인들의 초상화도 여럿 걸려 있었는데, 반갑게도 나의 대학시절 은사인 황순원(黃順元, 1915~2000) 선생님의 초상도 환하게 걸려 있었다. 그래서 그 앞에서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자 김승옥 선생은 흔쾌히 내 옆자리를 채워주었다. 미술관을 떠나기 전 이미 한눈에 들어왔던 제주 함덕 해변을 그린 수채화 한 점을 구매하기로 예약했고, 전시가 끝난 후 제주 함덕 해변 한켠이 오롯이 처음책방바카라사이트 추천 들어왔다.
이 글을 마무리하려고 보니 이 책에서 작품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바카라사이트 추천의 '후기(後記)'가 뒤늦게 시선을 끈다. 그리고 거기서 노바카라사이트 추천의 심중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던, 청년 시절부터 한결같이 간직해 왔던 마음을 엿보았기에 여기 모두 적어둔다. 아무쪼록 잃어버린 글과 말의 세월보다 더 오래도록 강건하시길 빈다. 김기태 출판평론가/처음책방 대표
後記
한 학기 등록금을 마련할 수가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면서 '바카라사이트 추천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했던 「생명연습」이, 당선된 것은 고마운 일이었지만, 사회적 신분에 대한 나의 포부를 바꾸게 해버린 것은 전연 뜻밖의 일이었다. 허기야, 당선된 이후 그러니까 대학 3학년 이후부터의 내 생활이 나로 하여금 소설 쓰는 일에나 재미를 붙일 수밖에 없도록 나를 몰아세우지 않았더라면 신춘문예쯤 당선됐다고 계속해서 원고용지 앞에 엎드려 있지는 않았을 것을 생각하면 엉터리 소설 「생명연습」 또는 한 학기 등록금을 원망할 이유는 없다. 이젠, 바카라사이트 추천 문단의 계관(桂冠)이라는 '동인문학상'까지 받아 놓았으니 끝장이 날 때까지 '쇼'를 계속해야 할 모양이다. 그러나 손님들이 웃지 않는 때가 오면 언제든지 집어치워버릴 각오를 하고 있다. 나의 이 얘기가 너무 무례하고 너무 무책임해 보일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나는 내 자신을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세상에는 타인에 의해서 자기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바로 거기에 속해 있는 것이다. 좀 용기를 내어서 얘기한다면, 우리 세대, 이어령 씨가 말하고 있는 '제3세대'의 사람들은 모두가 거기에 속해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들은 외계에 재빠르게 반응할 뿐이지, 무엇인가를 내부에서 만든 후에 그것을 외계에 대하여 밀고 나갈 줄을 모르는 족속 같다. 왜 우리에게라고 내부에 생기는 무엇이 없겠는가. 다만 옛날 사람들처럼 우직하지가 못할 뿐이다. 우리에게 던져진 먹이는 다만 단순한 의미에서의 '생활'뿐이기 때문인 것이다. 우리들의 그 '생활'을 유지시켜주는 것을 구태여 찾자면, 우리의 일부에게는, 옛날 사람들은 그렇게도 낯설어 했던 기독교적 정신 또는 합리주의가, 일부에게는 배금사상(拜金思想)이, 일부에게는 상업 공부를 한 민족주의가 그것들이다. 생활하기에는 그만한 것들로써도 충분한 것이다. 우리가 차라리 행복한지도 모른다. 어느 때보다도 타인과 자기를 합일시키려 하고 그래서 어느 때보다도 고독하다는 이유로써 말이다. 고독한 자들은 많은 것을 탐내지 않는다. 남을 가르치려 하지 않고 남에게서 배우려고 할 뿐이다. 항상 등 뒤엔 깊고 물살 빠른 강물을 두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필요한 때는 언제든지 바카라사이트 추천 쓰는 일을 그만둔다는 생각을 행복한 느낌의 부축을 받아 가며 한다. 최근 나는 몇 군데 신문에, 제벌 강경한 투의 글을 씀바카라사이트 추천써 패기만만한 신인처럼 행세한 '쇼'를 부렸다. 요즘 나는 그것에 대한 외계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그 반응에 의해서 또 나는 나를 만들어 갈 것 같다. 무척 쓸쓸한 기분이 되어 기다리고 있다. 혹시라도 요란한 박수 소리가 내 주변에서 일어날지도 모르므로 이 쓸쓸함은 견디고 있어야겠지.
이 책이 백만 부쯤 팔림바카라사이트 추천써 창우사의 황 사장님께 폐를 끼치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 1966년 1월 金承玉
* 이 책의 표지에는 ‘바카라사이트 추천 1964년 겨울’로, 본문 중 작품 제목에는 ‘바카라사이트 추천, 1964년 겨울’로 표기되어 있어서 쉼표가 있거나 없다. 따라서 여기서는 소설집으로서의 책 제목은 『바카라사이트 추천 1964년 겨울』로, 단편소설 작품 제목은 「바카라사이트 추천, 1964년 겨울」로 표기한다. ** 이후로도 「바카라사이트 추천」은 1974년에 ‘황홀’, 1986년에 ‘무진 흐린 뒤 안개’라는 제목의 영화로 각색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