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입춘(立春), 새봄이 들어섰다. 절기상 봄은 왔으니, 날도 좀 따뜻해지고 꽃도 피고 나무에 새순도 돋고 해야 할 것 같은데, 도통 봄이 올 기미가 바카라 카지노 않는다. 봄이 우리 눈에 바카라 카지노 않고 더디 온다고 하지만, 놀랍게도 입춘의 하늘, 땅, 공기 속에는 봄의 기운이 이미 들어서 있다. 겨울은 이미 동지(冬至)에 절정을 맞이하고 사그라지고 있다. 증거로, 동지를 기점으로 밤은 점차 짧아지고 낮이 조금씩 길어진다. 낮이 길어졌다는 것은 해가 지상 만물을 비추는 시간이 그만큼 길어졌다는 뜻이고 음(陰)의 기운이 줄어드는 만큼 양(陽)의 기운이 그만큼 차오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봄에 들어온 양의 기운은 지구상의 모든 잠자던 것을 깨운다. 입춘은 따뜻한 봄의 기운이 들어온(入) 시기가 아니라, 봄의 기운이 추위에 떨고 있던 것들을 녹이고 깨우는 시나브로 즉, 새로운 전환의 시기다. 이제 막 도착하여 양기를 키우는 봄에게 열풍(熱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뜻한 바람이 얼음을 녹이고 새순이 딱딱한 씨앗 껍질과 땅을 비집고 올라오게 힘을 불어넣으려면 이후(二候), 삼후(三候) 시간이 더 필요하다.
입춘 초후(初後)에는 동녘 바람이 불어 해동케 한다. 이후(二候)에는 움츠린 벌레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삼후(三候)에는 물고기가 얼음을 등에 지고 수면으로 오른다. - 『국역 유경도익 운기편(國譯 類經圖翼 運氣編)』 김은하 편역, 일중사, 1992, 60쪽
우리가 들판에서 풀꽃을 보고, 바람에 날리는 민들레 홀씨를 보고, 연녹색 잎이 무성하게 자란 나무를 본다면, 아쉽게도 봄이 저물고 여름이 시작된 것이다. 봄은 눈에 보이는 현상이 아니다. 음기의 침묵을 깨고 위세를 약화하는 양기의 기운이 봄이요, 황소처럼 들이받고 옭죄고 깨부수는 것이 봄의 기운이다. 이를 파악하려면 눈이 아닌 다른 감각을 동원해야 바카라 카지노 않는 봄을 볼 수 있다. 눈에 바카라 카지노 않지만 이미 하늘, 땅, 그리고 공기에 깃든 봄을 우리 중 누가 제일 먼저 알아챌까?
예술가들은 직관과 예민한 감수성이 남다르다. 환경 변화에 반응이 빠르고 공감각적 경험과 표현 능력이 발달해있다. 그는 시력이 아닌 다른 감각들의 조합을 통해 주변을 조직하고 이해한다. 소리와 진동을 듣거나 냄새를 맡으며 새삼 달라진 변화를 찾는 놀라운 능력 덕분에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고 주변 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가 가능하다. 예술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 바카라 카지노 세상을 바라본 것이 예술이고, 그것이 우리에게 색다른 통찰을 줄 수 있음은 자명하다.
오래전부터 공예가들은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 풍경들과 자연 현상들을 보며 작품의 주제로 삼았다. 특히 한국공예는 예로부터 자연과 인간의 깊은 연결을 느끼며 자연주의적이고 자연 친화성을 한국의 미의식이자 정체성으로 지향해왔기에, 지금 활동하는 공예가들 역시 ‘자연’의 본성과 본질에 대한 깊은 사유와 깨달음을 작품의 주제로 강조하거나 ‘자연’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공감을 지향하는 이들이 유독 많다. 특히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계절의 초입, 눈에 바카라 카지노 않지만 미세하게 바뀌는 봄의 맥동을 많은 작가들이 애찬한다. 자연을 걷거나 정원을 가꾸며 자연이 깨어나 생동감으로 가득 아름다운 계절을 만끽한다. 그 속에서 자신이 보고 감동한 것들, 감각을 사로잡은 것들, 벅차오르는 기쁨, 희망을 오롯이 기억해 두었다가 작업실로 돌아와 표현한다.
뽑아도 계속 생기는 바카라 카지노. 베거나 뽑혀도 한 마디만 남아 있으면 다시 살아난다. 고(故) 박완서는 산문집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에서 뽑아도 다시 자라나는 마당 바카라 카지노를 얘기하며 “내 끝없는 노동에 맥이 빠지면서 ‘내가 졌다’ 백기를 들고 마당에 벌렁 드러누워 버릴 적도 있다”고 했다.
뿌리가 흙속에 조금이라도 남으면 오래지 않아 다시 싹이 자라 올라온다. 밟아도 일어나고 밟아도 또다시 일어나 화사하게 꽃을 피우는 민들레의 생명력을 보노라면, 한때 좌절하고 비워졌던 내 생의 결의가 차오르는 것이 느껴진다.신동원의 집은 민들레, 토끼풀이 뒤덮었다. 집 모양의 하얀 도자기 표면 위에 무성한 민들레 혹은 토끼풀을 음각으로 새기고 검은 안료로 선을 채웠다(상감). 조각 칼로 바카라 카지노 메우고 긁어 내길 여러 번 반복한 후, 최종 고온의 불로 구웠다. 제목이 없다면 계절이나 식물의 이름을 지칭하기에 모호한 화면이다. <봄...민들레(2013)과 <민들레...채우다(2014)은 촉촉히 젖은 대지가 봄의 기운으로 뒤덮인 날. 안개와 가느다랗게 떨어지는 빗방울이 병치된 운치 어린 봄날이 떠오른다. 마당에 꽃이 그득히 핀 화목한 집인가 싶지만, 그저 보고 돌아서기에 괜스레 쓸쓸하고, 마음이 멈칫하며 스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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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원, <봄...민들레, 34×23×13cm,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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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원, <민들레...채우다, 28×48×36cm, 자기, 2014.<집 연작은 작가가 작업실과 살림집을 합쳐 이사하면서 새로 시작했던 작업이다. 인적이 드문 곳, 작은 마당이 달린 집 주변에는 봄날 민들레와 토끼풀 등이 마구 돋았다. 꽃잔디 생장에 피해가 될까 김매기 하듯 모조리 없애려 시도했으나 얼마 후면 땅거죽을 비집고 여기저기 무성해졌다. 결국 그냥 자라게 두었다. 들풀들은 참 잘도 자란다. 일반 화초나 작물은 씨를 뿌리든지 모종을 사서 심어야 한다. 물을 주거나 거름을 주지 않으면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계속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아이 같다. 그에 반해 잡풀은 뽑고 제거하려 해도 악착같이 살아난다. 화초보다 강한 바카라 카지노 생명력, 생의 의지가 그저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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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원, ‘집’ 시리즈, <On the way home, 2014, SP갤러리 설치 전경.
신동원, <울타리 봄, 이어지다, 가변설치, 자기, 2014.풀을 뽑다가 어느날, 작가는 ‘화단의 꽃들처럼 나도 한 철은 살다가는 생명’이라고 말하는 잡초의 목소리를 들었다. 작가는 남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에 호기심을 바카라 카지노고 남들이 듣지 않는 것을 듣는다. 그것은 한낱 풀 무더기이지만 숲을 이루고 자기 생을 살다 갈 것이다. 고전 회화의 화제(畫題)로 선비들의 칭송을 받던 매난국죽(梅蘭菊竹)도 아니고 그저 무성한 풀이지만, 그것은 흙 위에 그린 신(新) 산수화가 되었다. 흙을 빚고 무성한 들풀을 그 위에 그리고 지우길 거듭하면서, 작가는 10여 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새 작업에 대한 의지도 다지고, 들풀처럼 사는 자기 삶에 희망도 불어넣지 않았을까? ‘무성하여라. 매해 어김없이 꽃 피우고 횃불 번지듯 자라는 너만큼 나도 나의 생에 꽃을 피우리라.’라고 기도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