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리네티스트 꽁 머니 카지노은 2021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되면서 그해 1월 신년 음악회부터 재미있는 공연을 펼쳤다. 2007년 금호 영재 콘서트에서 보았던 초등학생이 이제 어른이 돼 무대 위에 자신의 분신을 여덟 명을 내세웠다. 총 아홉 명의 꽁 머니 카지노이 연주하는 듯한 무대 효과를 뽐냈다.
2021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김한  <Back to the Future alt= 공연 / 사진. ©구본숙, 출처. 금호아트홀 인스타그램">
2021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꽁 머니 카지노 <Back to the Future 공연 / 사진. ©구본숙, 출처. 금호아트홀 인스타그램
미니멀리즘 음악의 대가인 스티브 라이히(Steve Reich)가 쓴 ‘꽁 머니 카지노과 베이스 꽁 머니 카지노, 테이프를 위한 뉴욕 대위법’이라는 곡이었다. 서로 다른 속도로 재생되는 테이프에서 착안한 곡으로, 테이프에 담긴 과거의 모습에서 현재로 돌아오는 과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스티브 라이히는 이 곡을 둘 이상의 패턴을 중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점진적인 위상차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 곡이라 설명했는데, 음악을 잘 아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그 설명은 라이히의 작품 대다수에 적용할 수 있는 말이란다. 전체 3악장으로 이뤄져 있으며, 전자 음향을 모방한 소리를 내는 게 특징이다.

꽁 머니 카지노은 열 개의 성부를 다 따로따로 녹음해서 영상으로 비추고 나머지 한 개의 성부는 직접 연주했다. 본인의 모습을 촬영한 이미지는 빔프로젝터로 좌에서 우로 미러링을 통해 반사해 여덟 명의 분신이 정중앙에 위치한 꽁 머니 카지노과 팀을 이뤄 효과를 극대화했다. 마치 전우치의 분신술을 보듯 생생한 라이브에 영상과 소리를 더하니 꽁 머니 카지노이 원했을 법한 바로 그 효과를 체험한 느낌이었다. 멋진 아이디어였다.
2021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김한  <Back to the Future alt= 공연 / 사진. ©구본숙">
2021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꽁 머니 카지노 <Back to the Future 공연 / 사진. ©구본숙
연주자를 보고 있으려니 애니메이션 <머털도사의 머털이가 생각나기도 하고, 영화 <전우치전도 떠올랐다. 조선 중종 때의 실존 인물인 전우치는 환술과 도술에 뛰어났으며, 민생을 위해 여러 가지 활약을 펼쳤다고 한다. 백성을 현혹한다는 명목으로 붙잡혀 옥사하였으나 가족들이 이장하려고 무덤을 파 보니 시체가 사라지고 없었더라는 얘기가 있다. 식사 중에 밥알을 내뿜어 흰 나비를 만들었다거나, 천도복숭아를 따겠다고 새끼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설화도 전해진다. 아마 당시 사람들 기준에 기이한 행각을 몇 가지 보여주었을 실존 인물 전우치에게 민초들이 상상력을 부여해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인물상을 만들고, 이로써 위정자들의 압제에 시달리는 자신들의 처지를 위안했을 것이다.

이는 전혀 비웃을 일이 아니다. 오늘날 히어로물이나 판타지 영화를 보면서 힐링하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뭐가 다를까. 이런 영화에서는 영웅이 탄생하기까지의 서사와 영웅이 탄생하는 장면이 중요한 법이다.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좀 예스럽게 표현하자면 ‘각광’)를 받으면서 힘차게 클라리넷을 부는 꽁 머니 카지노은 어느 순간 마법사이면서 동시에 영웅의 모습처럼 보였다. 음악과 시각 효과가 결합하니 이처럼 멋진 순간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러다가 ‘분신들’이 사라지고 꽁 머니 카지노 혼자만 남게 됐는데, 마치 내공이 합쳐져 더 강력한 힘을 발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전우치전에 나오는 도술 마법 ‘내합아신(來合我身: 내 몸으로 와서 합하라)’을 보는 듯한 순간이었달까.
2021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김한  <Back to the Future alt= 공연 / 사진. ©구본숙, 출처. 금호아트홀 인스타그램">
2021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꽁 머니 카지노 <Back to the Future 공연 / 사진. ©구본숙, 출처. 금호아트홀 인스타그램
꽁 머니 카지노은 만 11세에 금호 영재 콘서트 무대를 통해 데뷔해 클라리넷 신동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세계 최고의 여성 클라리네티스트 자비네 마이어(Sabine Meyer)의 제자다. 꽁 머니 카지노은 영국 이튼 칼리지와 길드홀 음악연극학교를 졸업하고, 2016년 자크 랑슬로 국제 콩쿠르에서 1등상과 청중상, 위촉곡 최고 해석상을 받았다.

2019년에는 ARD 국제 콩쿠르에서 2위에 올랐다. 2018년에는 핀란드 방송 교향악단에 입단한 최초의 한국인이자 부수석으로 활동했으며, 2023년부터는 파리 국립 오페라 오케스트라 종신 수석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추워서 혼났는데 파리에 가니까 살만하단다. 이 이야기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꽁 머니 카지노은 늘 유쾌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준다. 특유의 너털웃음은 누구나 들으면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을 정도이다.
사진. ©구본숙
사진. ©구본숙
2024년 10월 통영국제음악당으로 가는 길에 스탠포드 호텔 앞에서 꽁 머니 카지노을 만났다. 어느덧 어엿한 어른의 모습이 되었고, 손가락에 결혼반지를 낀 채 아내와 함께 있었지만 특유의 기분 좋은 웃음은 여전했다. 나를 보자마자 활짝 펴지는 표정도 그대로였다. 리허설 장면을 촬영할 거라고 말했더니 “방금 일어나고 머리 안 감았는데…”라고 말하면서 겸연쩍게 웃는다.

그 모습은 내게 여전히 해리 포터처럼 앳되고 귀여워 보였다(영화 시리즈의 1편 모습을 말하는 것이다). 영국의 명문 사립학교인 이튼 칼리지에 다녔다는 이야기에서 호그와트 마법 학교가 떠올랐던 것일까. 이 긍정적인 성격으로 학창 시절도 재미있게 잘 보냈으리라 생각하니 살짝 부러워지기까지 했다. 물론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려움도 적지 않았겠지만, 꽁 머니 카지노의 얼굴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나는 잘 웃는 사람, 웃는 모습이 예쁜 사람을 좋아한다. 꽁 머니 카지노을 생각하노라면 그 웃음소리가 먼저 떠오르고, 실제로 들으면 기막힐 정도로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갈증 없는 웃음소리랄까. 춤은 신체의 경쾌함을 표현하고, 웃음은 영혼의 경쾌함을 표현한다는 말이 있다. 삶을 억압하고 무겁게 끌어내리는 가치들로부터 해방된 자의 영혼은 경쾌하다고 한다. 꽁 머니 카지노이라는 연주자도 이렇듯 경쾌한 영혼의 소유자일 것이다.
사진. ©구본숙
사진. ©구본숙
조금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 꽁 머니 카지노은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한 위버멘쉬(Übermensch)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니체는 자유로운 정신의 소유자로서 춤추듯 유희하며 삶을 긍정하는 인간상을 나타내기 위해 이 용어를 만들어냈다. ‘초인’(超人) 이라는 번역에서 받게 되는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 같은 게 아니고 말이다. 요즘에는 ‘극복인’이라고 번역하기도 한다는데, 그 번역이 적절한지는 잘 모르겠다.

니체가 생각했던 위버멘쉬의 핵심은 ‘몰락’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산에서 10년에 걸쳐 고독한 삶을 산 끝에 마침내 속세로 되돌아온다. 속세로 돌아온다는 하강의 이미지와 위버멘쉬의 경지에 가고 있다가 인간 세계로 돌아온다는 것은 그의 몰락을 암시하나, 파멸과 몰락은 다르다. 파멸은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고 완전히 자아를 상실하는 상태, 즉 운터멘쉬(Untermensch)로 전락하는 상태지만, 몰락은 재창조를 전제로 하는 개념이다.

즉, 차라투스트라의 몰락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재창조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꽁 머니 카지노은 그날 공연을 통해 스스로를 재창조한 것이 아니었을까. 외적 성공에 연연하지 않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극복하고 자신의 삶과 음악을 위해 진정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기다려 본다. 내면의 확신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이 음악가라면, 꽁 머니 카지노은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도 음악가로서 앞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사람이다.

2025년 을사년 새해가 밝았다. 을사늑약이 맺어진 지 120년이 되는 해이다. ‘을씨년스럽다’는 말도 거기서 비롯한 것이라는데, 그렇다 해도 모든 을사년이 곡 을씨년스러워야 하는 것은 아닐 터이다. 을씨년스러운 일은 벌써 작년에 실컷 겪지 않았던가. 올해는 모두가 더 많이, 더 자주, 더 크게 웃었으면 좋겠다. 꽁 머니 카지노처럼.

구본숙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