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것 그대로의 장소와 직업정신

이효석 문학상 대상을 받은 이서수 작가의 <미조의 시대에서 주인공 ‘미조’의 오빠로 그려지는 인물 ‘충조’는 직업을 구하지 않고 푼돈이 생기면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공장 시설을 구경하러 떠납니다. 충조는 슬롯사이트 소닉 메이저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담은 사진집 <조춘만의 중공업을 들여다보고, 자랑하듯 단양의 시멘트공장과 울산의 중공업 회사를 열거합니다.

충조는 슬롯사이트 소닉 메이저단지와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대형 설비를 보며 “포스트 아포칼립스(인류멸망 이후의 모습을 다루는 문화 장르 또는 세계관) 시대의 건물처럼 생겼다”고 말하거나 ‘스팀펑크(사이언스픽션의 한 갈래로 발전해 증기기관 등 슬롯사이트 소닉 메이저혁명 시대의 정취를 담은 세계관)’라는 예술 장르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저 그 시설물과 기계를 바라만 보아도 기분이 좋다는 것이 오빠의 설명입니다. 정작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오빠의 말에 동생은 핀잔을 주지만 말입니다.

생각해보니, 저도 여행하다가 종종 마주했던 슬롯사이트 소닉 메이저 시설물과 공장에 반했던 순간이 많았습니다. 화력발전소, 수력발전소도 근사하게 느꼈고 석유화학기업의 원유 정제시설이나 식품기업의 곡물 저장소를 보면서도 매력을 느꼈습니다. 레고 블록처럼 쌓아 놓은 항만의 컨테이너와 크레인에도 반하곤 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숲과 나무를 동경하는 것만큼이나 인위적 풍경에도 마음을 빼앗길 때가 종종 있습니다.
컨테이너 상하역이 이뤄지는 항만과 대형 설비 / 사진출처. © 김현호
컨테이너 상하역이 이뤄지는 항만과 대형 설비 / 사진출처. © 김현호
<미조의 시대 속에서 한심한 인물로 그려지는 충조와는 달리 저는 줄곧 그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의 직업정신, 엄청난 규모의 기계와 건축을 설계한 이들에 대해서도 경외심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슬롯사이트 소닉 메이저 시설물에 적당한 볕이라도 든 날에는 카메라를 들고 땀으로 몸이 다 젖을 때까지 몇 바퀴를 돌며 사진으로 기록한 적도 있습니다. 어쩌면 아무런 목적 없이 유려한 디자인에 감탄하는 ‘충조의 시선’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

왜 그리도 슬롯사이트 소닉 메이저 시설물에 매력을 느꼈을까요? 아마도 철저하게 기능 위주의 설계를 한 기계와 건축의 집합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러니까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는 오래된 명제는 저와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도 흥미로움으로 간주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문장은 미국의 1세대 건축가인 루이스 설리번의 문장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약 100여 년 전 독일에서 발터 그로피우스에 의해 세워진 건축학교 바우하우스가 주창했던 핵심 원칙이기도 합니다.

르 코르뷔지에, 미스 반 데어로에로 이어지는 모더니즘 건축 사조에서도 이처럼 ‘기존에 비해 장식을 배제한’ 흐름은 이어집니다. 물론 슬롯사이트 소닉 메이저 시설물과 기계들이 갖는 ‘날 것’의 형태를 건축적 흐름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다만 마치 생물이 진화하듯 필요한 기능을 위해 형태만 남은 결정체는 시각적인 감흥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팻 메스니의 마지막 기차와
이를 기다리는 사카모토 류이치의 철도원


슬롯사이트 소닉 메이저 시설물과 같은 이유로 철도와 플랫폼을 동경합니다. 오래된 기차역의 플랫폼에 서면, 열차가 굉음과 함께 (증기 기관차도 아니면서) 알 수 없는 수증기를 내뿜을 때마다 무척이나 설렙니다. 호그와트 마법학교로 향하는 비밀의 관문인 ‘플랫폼 9와 4분의 3지점’이나 왠지 더플코트를 입은 곰돌이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패딩턴역’이 아니더라도 말이죠. 또 프랑스 파리의 오르셰처럼 훗날 미술관의 위상을 갖추게 된 기념비적 장소가 아니더라도 기차역과 플랫폼은 영원히 사랑스러운 곳입니다.
포르투갈 포르투의 캄파냐역 / 사진출처. © 김현호
포르투갈 포르투의 캄파냐역 / 사진출처. © 김현호
그래서인지 기차역에 관한 음악도 보통은 설렘을 담아냅니다. 전설적인 기타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팻 메스니 그룹의 ‘라스트 트레인 홈(Last train home)’은 금속성의 차가움 대신 당장이라도 집으로 돌아가거나 여행을 떠나야 할 정도의 뭉클함을 주는 음악인데요. 왠지 팻 메스니의 마지막 기차를 타고 도착하게 될 유서 깊은 역사에는 묵묵히 하루를 책임지는 철도원들도 서 있을 듯합니다.

‘철도원’하면 또 사카모토 류이치가 생각납니다. 사카모토 류이치가 작곡하고 그의 딸인 사카모토 미우가 부른 영화 <철도원(1999)의 주제가는 20년 넘게 귓가에 맴도는 음악입니다. 어쩐지 눈 덮인 역사(驛舍)에서 부지런히 철로와 설비를 점검하고 있을, 장인정신을 갖춘 철도원의 모습이 떠오르죠. 영화 속 철도원처럼 묵묵히 맡은 일을 해내는 모습은 시간이 흐를수록 큰 감동을 줍니다.

그러니 우리가 철도와 플랫폼에 열광하는 까닭은 바우하우스풍 구조물이나 스팀펑크를 연상시키는 열차와 수증기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철도를 만든 사람과 지켜내는 사람을 떠올릴 수 있는 우리는 ‘미조의 마음’과 ‘충조의 시선’을 함께 갖췄습니다.

[坂本美雨(Sakamoto miu) - 영화 鐵道員(ぽっぽや, 철도원) OST]


나무를 닮은 송전탑, 사람

언제부터인지 자연 속에 파묻힌 송전탑도 그다지 눈에 거슬리지만은 않습니다. 송전탑이 자리한 곳 아주 가까이에는 나무가 자랄 수 없지만, 계절이 몇 번 돌고 나면 그 주변과도 은근히 조화를 이루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꼭 남아메리카 열대우림의 삐쭉삐쭉 솟아오른 키 큰 나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농촌의 송전탑 / 사진출처. © 김현호
농촌의 송전탑 / 사진출처. © 김현호
특히 오지 여행을 하다가 산속에 파묻힌 송전탑을 보면 그리운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기도 합니다. 송전탑의 종류와 모양도 참 다양한데요. 보통 에펠탑처럼 솟은 송전탑을 사각 철탑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다 가끔은 마치 고양이나 황소의 머리 같은 송전탑도 볼 수 있는데요. 이런 송전탑은 각도에 따라 우두(牛頭)형 철탑이나 회전형 철탑으로 분류합니다.

산안개 사이로 불쑥 얼굴을 내민 것 같은 우두형 철탑을 보면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그것을 나무처럼 심고 가꾸며 헌신하는 사람들도 가끔은 같은 웃음을 지었을 것입니다.
안개구름 속 송전탑 / 사진출처. © 김현호
안개구름 속 송전탑 / 사진출처. © 김현호
빚어내는 아름다운 마음

매일 새벽, 아주 잠깐 한강을 건너는 순간마다 아름다운 마음으로 빚어낸 날 것의 건축과 토목, 수증기를 뿜어내는 구조물의 정교함에 감탄합니다. 그렇게 슬롯사이트 소닉 메이저을 따른 형태의 아름다움에 매료될 때마다 한 번쯤은, 그것을 빚어낸 사람들에 대해서도 잊지 말자고 다짐합니다. 생각할수록 참 고마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김현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