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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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청소년 소설들을 검토할 때마다 늘 궁금했던 것이 있다. 주인공이 청소년이지만 소설을 쓴 것은 어른인 경우, 실제 청소년들은 이야기를 읽으며 어떤 기분이 들까. 각자 경험이 다르겠지만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좋은 작품을 만났을 때는 나보다 내 마음을 더 잘 아는 듯한 내용에 넋을 놓고 빠져들었던 기억이 난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청소년 소설 <바카라 사이트의 작가는 열네 살 중학생 백은별이다. 이번에는 반대로 궁금해졌다. 이 소설을 읽은 성인 독자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재밌었을까, 공감했을까, 혹은 외면하고 싶었을까.

나쁜 이야기가 아니라 힘든 이야기였다. 주인공 수아의 단짝이었다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윤서, 그로 인해 우울증과 자기혐오에 시달리는 수아, 학업 스트레스로 불면과 강박에 시달리는 주현……. 주인공 수아는 결국 윤서가 죽은 날로부터 1년 뒤에 죽기로 마음을 먹고, 그렇게 '바카라 사이트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한국의 입시 제도 아래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며 막막하고 불안한 시절과 감정으로 가득찬 관계의 부대낌을 전혀 느껴본 적 없는 사람도 있을까? "평범한 가정에서 잘 자란 바카라 사이트도 우울증을 앓을 수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에서처럼 외연적 조건에서 특별한 결핍이 없다는 것이 내면의 고통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우리는 늘 알면서도 모른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언제까지고 이렇게 살고 싶었다. 점점 사라져가는 황윤서의 기억으로 평생을 살아가고 싶어졌다. 나에게만 더 괴로운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냥 그러고 싶었다. (p. 137)
출처.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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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나도 의좋고 의로운 친구들과 함께였지만 죽음을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저마다의 사정으로 자기파괴적인 행동을 하는 친구들도 기억난다.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알약을 몇 줌씩 먹다가 위경련으로 병원에 실려 가거나, 밤마다 칼등으로 팔목을 긋던 친구도 있었다. 이 모든 시절이 이 책으로 한 번에 다가왔다.

어쩌면 좀 더 정돈된 문장과 매끈한 흐름의 플롯이었다면, 감정이 절제되고 집중된 서사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없었다고 말한다면 거짓이겠다. 하지만 '바카라 사이트'에 서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에게 이 책이 가닿아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죽을 의지로 살고 있는데‥?"
"그럼 너도 살겠다는 의지로 살아봐." (p. 264)


최지인 문학 편집자•래빗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