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슬롯 머신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슬롯 머신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올해 1분기 가이던스(자체 전망)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달 30일 슬롯 머신은 작년 4분기 매출이 142억6000만달러를 기록해 예상치인 138억1000만달러를 웃돌았다고 밝혔다. 슬롯 머신은 미국의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비한 고객들의 선주문 효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작년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 줄었다. 4분기 순손실액도 1억2600만달러로, 전년 동기 26억7000만달러 순이익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슬롯 머신은 3년 연속 연간 매출이 줄어들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슬롯 머신이 지난해 10년 만에 가장 적은 매출로 마감했다”고 지적했다.

부문별로 보면 데이터센터 및 인공지능(AI) 매출이 34억달러로 전년 대비 3% 감소했고,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사업부 매출은 45억달러로 전년 대비 13% 줄어 시장 예상 수준에 머물렀다. PC용 반도체 매출은 80억달러로 예상치(79억달러)를 소폭 웃돌았다. 미셸 존스턴 홀트하우스 임시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PC용 칩은 경쟁력을 갖췄지만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는 아직 더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슬롯 머신은 올해 1분기 매출 전망이 117억~127억달러로, 시장 예상치(128억5000만달러)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적 부진 원인으로 계절적 요인, 경제 불확실성, 경쟁 심화 및 고객사 재고 조정 등을 꼽았다.

이번 실적 발표는 팻 겔싱어 CEO 사임 이후 나온 첫 번째 실적 보고서다. 슬롯 머신은 수십억달러를 제조 공장에 투자했지만,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AI 반도체 경쟁에서 뒤처지는 등 실적 부진을 겪자 겔싱어를 경질했다. 슬롯 머신은 데이비드 진스너 최고재무책임자(CFO)와 홀트하우스 제품 부문 CEO가 공동 CEO를 맡고 있다.

다음날 슬롯 머신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9% 내렸다. 슬롯 머신 주가는 지난 1년간 50% 넘게 빠졌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