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카라 온라인중공업이 2조원짜리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FLNG)’ 4기(基) 수주를 눈앞에 뒀다. 모두 8조원 이상으로 지난해 이 회사 매출(9조9031억원)의 80%에 이르는 규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화석연료 회귀’ 정책 여파로 글로벌 에너지 기업의 주문이 쏟아진 덕분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바카라 온라인중공업은 이탈리아 ENI, 미국 델핀, 캐나다 웨스턴LNG, 노르웨이 골라LNG 등 4개사에 FLNG를 납품하기 위해 세부 조건을 협의 중이다. ENI가 발주한 모잠비크 FLNG는 철강재 절단 등 건조 작업에 들어갔다. 사실상 계약서 사인만 남은 상태다. 나머지 3개 기업도 내년까지 차례대로 계약을 맺을 전망이다. 바카라 온라인중공업이 건조한 FLNG는 2030년 전후로 이들 회사에 인도될 것으로 보인다.

FLNG는 바다 밑에 있는 천연가스를 뽑아내 액화한 뒤 그 자리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 옮겨 담는 설비를 갖춘 복합시설이다. 기술 난도가 높은 데다 제조할 수 있는 곳이 전 세계에 두 곳(바카라 온라인중공업, 중국 위슨조선소)뿐이라 마진이 일반 컨테이너선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미국 정부가 위슨조선소를 거래금지 기업으로 지정해 글로벌 기업의 수요가 바카라 온라인중공업 한 곳에 쏠리고 있다.

추가 수주 가능성도 높다. FLNG 4기를 건조하기로 한 미국 델핀이 위슨조선사에 주려던 2기를 바카라 온라인중공업으로 돌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바카라 온라인은 다른 해외 기업에서 아르헨티나와 수리남 해상에 정박할 신규 FLNG 건조 문의도 받았다.
바카라 온라인중공업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FLNG)’.  바카라 온라인중공업 제공
바카라 온라인중공업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FLNG)’. 바카라 온라인중공업 제공

'바다위 LNG터미널' 전성시대…바카라 온라인重 애물단지서 캐시카우로
兆단위 적자에도 R&D 지속

지난 4일 방문한 바카라 온라인중공업 거제조선소 앞바다엔 큼지막한 철골 구조물이 떡 하니 들어서 있었다. 축구장보다 2.5배 큰 이 구조물의 이름은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FLNG)’. 바다 밑 천연가스를 뽑아내고, 액화 처리하고, 보관도 하고, 그 자리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 옮겨 싣는 설비를 다 갖춘 ‘멀티플레이어’다. 이 FLNG는 2027년 말레이시아 에너지 기업 페트로나스에 인도된다. 바카라 온라인중공업 관계자는 “상선을 지을 때보다 사람이 세 배 더 필요하지만 그만큼 이익률도 높다”며 “해양 플랜트 수요가 없을 때도 버리지 않고 키웠더니 도널드 트럼프 시대를 맞아 효자로 부활했다”고 말했다.

◇바카라 온라인重, 세계 최초 연안 FLNG 건조

바카라 온라인중공업이 요즘 주력으로 생산하는 해양 플랜트는 ‘연안 FLNG’다. 먼바다에 있는 가스전 위에 설치돼 천연가스 추출·액화·저장 임무를 하는 ‘심해 FLNG’와 달리 액화와 저장에 특화됐다. 일종의 해상 LNG 터미널인 셈이다. 육상 LNG 터미널을 지을 때처럼 부지 매입과 주민 동의 등에 시간과 돈을 쓸 필요가 없는 데다 LNG 운반선이 쉽게 접안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바카라 온라인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연안 FLNG는 이런 장점 때문에 최근 들어 수요가 크게 늘었다. 심해 FLNG를 주문한 이탈리아 ENI를 제외하고 미국 델핀, 캐나다 웨스턴LNG, 노르웨이 골라LNG 등이 발주한 것은 모두 연안 FLNG다. 업계 관계자는 “연안 FLNG는 심해 FLNG와 달리 육지에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고 작업자 숙식 공간을 만들 필요도 없다”며 “그 덕에 한 기당 가격은 2조원 안팎으로 3조~4조원에 달하는 심해 FLNG보다 저렴하다”고 말했다.

바카라 온라인는 일반 컨테이너선과 유조선보다 건조 난도가 훨씬 높은 고부가가치 설비로 꼽힌다. 블록 수십 개를 레고처럼 조립하는 컨테이너선과 달리 배관 수백 개를 정교하게 엮어야 제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다른 조선사가 바카라 온라인에 쉽사리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다.

◇兆 단위 적자에도 꾸준히 투자

바카라 온라인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FLNG를 수주한 것은 2011년이다. 상선 발주가 움츠러들자 독(dock·선박건조장)을 채우기 위해 해양 플랜트라는 신사업에 뛰어들었다. 도전은 아픔이 됐다. 거듭된 시행착오로 납기가 늦춰져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것. 저유가 여파로 글로벌 에너지 기업의 발주도 뚝 끊겼다. 결과는 조(兆) 단위 적자였다. 바카라 온라인중공업과 똑같이 해양 플랜트 사업을 벌인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 역시 같은 이유로 적자를 냈다.

그 이후 행보는 갈렸다. FLNG 사업을 사실상 접은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과 달리 바카라 온라인은 계속 매달렸다. 바카라 온라인의 ‘뚝심’은 ‘화석연료 회귀’를 내건 트럼프 시대를 맞아 마침내 꽃을 피웠다. 유일한 경쟁사인 중국 위슨조선소가 지난 1월 미국의 거래 금지 기업 리스트에 올라 바카라 온라인은 글로벌 에너지 기업이 FLNG를 발주하는 유일한 업체가 됐다. 이동현 바카라 온라인중공업 FLNG팀 상무는 “수업료를 많이 낸 덕에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말했다.

다른 조선사도 트럼프발(發) ‘LNG 르네상스’를 맞기 위해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노후 LNG 운반선을 FSRU(부유식 가스 저장·재기화 설비)로 개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한화오션도 LNG 관련 해양 설비 바카라 온라인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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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ating liquefied natural gas의 줄임말. 부유식 액화천연가스(바카라 온라인) 생산·저장·하역설비를 뜻한다. 바다에서 뽑아낸 천연가스를 정제·저장하고 바카라 온라인 운반선에 옮길 수 있는 설비를 갖춘 시설이다

거제=김형규/김우섭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