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바카라사이트, 강렬한 걸음 발레로 다진 사뿐한 내 바카라사이트에 "자연스럽게, 똑바로 걸으세요" 바카라사이트는 중력을 벗어나는 게 아닌 땅과 발의 접촉으로 완성시켜
두 사람이 한 몸처럼 추는 춤 남녀가 서로 안고 제대로 바카라사이트야
움찔움찔, 어린 조카가 엉덩이를 들썩거리다가 조금씩 벽을 잡으며 일어섰다. 얼마 뒤에는 한 발씩 발을 떼고 걷기 시작했다.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그날 그 첫걸음은 내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 나는 그 어린 걸음에서 인류가 직립보행으로 시작하며 겪은 성장과 변화, 인간이 바카라사이트온 길의 농축된 서사를 읽었다.
2023년 바카라사이트 세계챔피언십 바카라사이트피스타부문 챔피언 페데리코 로페스 클라로인간의 바카라사이트걸이를 탐색하는 건 인류학의 중요한 연구과제다. 인류 조상이 지금의 인류처럼 걸었는지의 논제는 여전히 의미 있게 다뤄지고 있다.
인류학을 연구하는 과학자 못지않게 ‘걷기’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또 한 부류가 있다. 춤추는 사람들 특히 바카라사이트를 추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바카라사이트’라고 하지만 아르헨티나 현지에서는 ‘땅고’라고 부른다.
아르헨티나 바카라사이트를 배우러 간 첫날, 강사는 한번 걸어보라고 요청했다. 걸음이 바카라사이트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몰랐던 그때, 나는 나름대로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그런 걸음을 걸었다.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걸음걸이란 발레에서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그것이었다. 고관절을 열어 턴아웃을 하고, 발끝은 푸앵트(포인트) 상태로 무릎을 쫙 펴서 뻗고, 상체는 갈비뼈를 닫고 하늘로 향해 풀업하고, 어깨는 내리고 목은 길게, 코에 눈이 있다고 생각하며 걷는 그런 걸음. 17세기 프랑스 왕궁에서부터 19세기 러시아 고전발레 시대를 거쳐 완성된 그런 걸음.
무용수들이 걷는 것만으로 이뤄진 작품인 데필레 뒤 발레(Défilé du ballet) /파리오페라발레단파리오페라발레단에는 오로지 무용수들이 걷는 것만으로 이뤄진 작품이 있다. ‘데필레 뒤 발레(Défilé du ballet)’, 발레의 행진 혹은 퍼레이드라고 해석할 수 있는 이 작품은 파리오페라발레학교 학생과 발레단 군무진부터 수석무용수인 에투알까지 무용수들이 차례로 행진하듯이 바카라사이트 나와 인사를 하는 것으로 이뤄져 있다. 1926년 바그너의 ‘탄호이저 행진곡’에 맞춰서 처음 선보인 이 행진은 한동안 사라졌다가 1947년 베를리오즈의 ‘트로이 사람들-트로이 행진곡’에 맞춰 다시 무대에 올랐고 현재는 매해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시즌 오프닝 공연 때 선보이는 전통이자 레퍼토리가 됐다.
바카라사이트를 처음 배울 때 내게는 그 퍼레이드의 걸음이 가장 아름다운 걸음걸이였다. 하지만 에투알이 된 것처럼 환상에 취해서 걷고 있던 내게 들려온 건 뜻밖의 반응이었다. “턴아웃하지 마세요! 똑바로 걸으세요!” 지금 이 걸음이 ‘똑바른’ 걸음이 아닌 건가? ‘턴아웃은 18세기부터 움직임의 가용 범위를 넓히며 무용과 발레의 기술을 발달시킨 가장 중요한 자세로서…’ 머릿속에서 수만 가지 논리와 변명이 지나가고, 이 걸음과 턴아웃의 아름다움 및 유용함을 증명하겠다는 듯 한동안 나는 이 자세를 고칠 수가 없었다. 아니, 나는 이 자세를 바꿀 마음의 자세가 애초부터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바카라사이트에서는 어떤 걸음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걸까. 바카라사이트를 시작하고 몇 개월 지났을 때, 2023년 바카라사이트 세계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커플의 특강을 들으러 간 적이 있다. 가장 인상적이던 건 나의 다리를 잡고 계속 풀어주며 “자연스럽게!”를 강조한 점이다. 여러 바카라사이트 강사들이 조금씩 다른 방법으로 걷기를 알려주지만 공통적으로는 이렇다. 한 다리에 무게중심을 실은 상태에서 다른 쪽 다리를 앞이나 혹은 뒤로 뻗고, 상체는 높이의 변화 없이 그대로 밀어서 몸의 축과 무게중심을 아까 뻗어서 움직인 다리 쪽으로 옮겨간다.
이렇게 걷기 위해선 몸의 축을 세우고 바로 서는 것이 선결과제이며, 한국무용의 디딤처럼 땅을 굳게 밟는 것도 필요하다. 이렇게 연습한 걸음은 파트너와 만나 안고 걸으면서 완성된다. 바카라사이트는 두 사람이 한 몸처럼 추는 춤이기 때문에 여성과 남성 즉 탕게라(tanguera, 바카라사이트를 추는 여성)와 탕게로(tanguero, 바카라사이트를 추는 남성)가 함께 걸음의 과학적·미적 원리를 몸으로 발현한다. 그래서 바카라사이트에서는 걸음만으로 춤이 완성될 수 있다고 말한다. 두 사람이 음악 안에서 서로 안고 제대로 걷는 것만으로도 이미 바카라사이트로서 충분하다는 것이다. 고수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걷는 게 가장 중요하고 또 어렵다고 말하기도 한다.
‘데필레 뒤 발레’가 그렇듯이 걷는 것 자체가 작품이다. 전자가 나와 관객의 인사라면 바카라사이트는 나와 파트너 그리고 음악과의 인사다. 바카라사이트의 걸음은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서 자연스러움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춤 언어이다.
바카라사이트에 입문한 지 1년 반. 돌이켜보니 춤을 배우겠다고 하면서도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그것 외에 다른 것은 들어올 틈이 없게 문을 꽉 닫고 있었다는 생각에 부끄럽기도 하다. 발레를 배우면서는 중력의 존재를 애써 부인하며 내가 사람이란 사실을 잊고 공기의 정령이 되려고 노력했는데, 바카라사이트를 배우면서는 땅과 나의 접촉을 통해 사람이란 정체성과 땅에서 나와서 땅으로 돌아가야 하는 존재라는 근원을 계속 상기시킨다.
아직도 바카라사이트가 몸에 착 달라붙지 않아서 불쑥불쑥 나도 모르게 턴아웃을 하고, 종종 발은 땅을 누르지 않고 하늘로 향한다. 발레와 바카라사이트 클래스를 오갈 때마다 중력과 멀어졌다 친해졌다를 반복한다. 그러다가 어느 지점에선가 이것도 저것도 모두 흡수할 수 있는 ‘중립적인 몸’이 될 거라 믿기도 한다.
오라치오 로미 젠틸레스키, ‘바카라사이트마를 시작하는 아기 예수와 성모’(1615), 캔버스에 유채, 58×64㎝, 베를린, 개인 소장품좀처럼 바카라사이트의 걷기와 춤이 늘지 않아 의기소침한 가운데 얼마 전 바로크 미술 전시에서 작품 하나가 내게 큰 응원이 됐다. 오라치오 로미 젠틸레스키(1563~1639)의 1615년 작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기 예수와 성모’다. 그림은 신이 어린 아기가 돼 한 발씩 어설픈 걸음걸이를 떼는 순간을 담고 있었다. 신도 똑바로 걷지 못하는 그 단계를 거쳐 자신의 사랑에 닿고자 하는데 하물며 사람인 내가 똑바로 걷지 못하는 게 뭔 대수일까. 예수를 한 명의 성인(聖人)으로 보는 관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신이든 성인이든 그 위대한 걸음의 시작은 한 발씩 떼는 저 걸음걸이에서부터였다. 이 그림은 내게 그 말을 건네고 있었다. 마침 그림의 영어 제목에는 ‘첫걸음(first steps)’이라고 적혀 있었다.
‘걷는다’는 말은 용감하다. ‘함께 걷는다’는 말은 따뜻하다. 용감하게 바카라사이트의 문을 두드려 한 발 내딛고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따뜻하게 걷는 게 바카라사이트가 아닐까 싶다. 지금 바카라사이트에서 나의 걷기는 ‘걸음’이 아니라 ‘걸음마’라고 부르는 게 더 어울릴 법하다. 그러니까 오늘도 걷고 또 걸을 수밖에. 걸음마가 걸음이 될 때까지, 걸음이 바카라사이트가 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