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조개잡이(Les Pêcheurs de Perles)’ 2막 듀엣을 하는 나디르(찰스 카스트로노보)와 레일라(에카테리나 시우리나).   /Ken Howard/San Diego Opera
‘진주조개잡이(Les Pêcheurs de Perles)’ 2막 듀엣을 하는 나디르(찰스 카스트로노보)와 레일라(에카테리나 시우리나). /Ken Howard/San Diego Opera
온라인카지노이냐 우정이냐,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가장 논쟁적 서사 테마다. 대개는 온라인카지노의 힘이 더 세며 우정은 버겁게 버티다 굴복하지 않던가. 여기는 서아시아 실론섬. 노예 신분에서 브라만 계급의 여사제로 등극한 레일라. 진정성 있는 기도와 아름다운 노래로 신분 상승을 이뤘다. 그녀의 임무는 어부들이 진주조개를 캘 때 노동요를 부르는 것.

어부 나디르와 쥐르가는 친구 사이로, 특히 쥐르가는 족장(族長)이다. 둘은 레일라를 동시에 온라인카지노한다. 그러나 우정에 금이 갈까 봐 레일라에게 마음을 주지 않기로 서약했는데 오랜 항해 끝에 귀향한 나디르가 그녀의 노랫소리를 듣고 맹세를 깬다.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진주조개잡이’(1863)에 나오는 아리아 ‘귀에 익은 그대 음성’이 나오는 지점이다.

“아직도 들리는 것만 같네 / 종려나무 가운데 숨어 살랑대는 / 온라인카지노의 부드럽고 따스한 음성이 / 마치 비둘기의 노래 같다오 / 오 황홀한 밤이여, 성스러운 환희여 / 오 매혹적인 추억이여, 미칠 듯한 광기여, 달콤한 꿈이여 / 반짝이는 별빛을 보면 온라인카지노가 보이는 것만 같네 / 저녁에 부는 포근한 미풍에 / 아름다운 베일에 감추어진 온라인카지노의 모습이”

프랑스 아리아는 남다르게 불러야 한다. 추구하는 가치는 엘레강스(élégance)와 라핀망(raffinement), 즉 우아함과 세련됨이다. ‘오트콩트르(haute-contre)’ 창법이라는 게 있다. 하이 카운터, 즉 고음에서 소리를 내지르지 않고 머금은 채 연주하는 테크닉이다. 달밤에 남국(南國)에서 온라인카지노에 빠진 청년이 부르는 노래는 아련하고 몽환적이어야 할 것 아니겠는가.

오트콩트르식으로 불러야 제격이고 그래야 프랑스적이며, 비제의 아리아다운 연주일 터. 이 분야 고수가 바로 프랑스 테너 알랭 방조(1928~2002)다. 그는 모나코에서 이탈리아계 부모 밑에서 자랐다. 독학으로 성악을 배우고 피아노를 익혔으며 작곡까지 손댄 만능 아티스트. 1954년 26세 때 칸 성악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국제 무대에 데뷔했다. 1970~1980년대를 이끈 대표적인 프랑스 테너가 바로 방조다.

방조의 연주는 큰 테두리에서 보면 ‘메사디보체’를 자연스럽게 다룬다고 할 수 있다. 발성 테크닉 중에서 같은 음을 유지하며 데크레셴도(점점 여리게)를 구사함을 뜻한다. 그러니까 ‘소리를 살짝 풀어놓는다’ 정도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비슷한 것으로 ‘메차보체’도 있다. 소리를 반으로 줄여서 내라는 발성 용어다. 그런데 이게 말이 쉽지, 노래하기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우선 입 모양이 중요하다. 소리를 작게 낸다고 해서 덩달아 입이 작아지면 안 되는 것. 턱이 고정되고 호흡만으로 조절해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대신 표현의 풍부함이란 과실을 얻을 수 있다.

2000년 개봉한 영국·프랑스 합작 영화 ‘피아노2’가 있다. 원제는 ‘The Man Who Cried’. 온라인카지노에선 극 전개와는 전혀 상관없는 제목으로 상영됐는데 극단장 겸 이탈리아 테너인 단테 도미니오(존 터투로)가 바로 이 아리아 귀에 익은 그대 음성을 부른다.

오페라 진주조개잡이에서 사원에서 입맞춤을 한 두 연인은 결국 발각돼 쥐르가 앞에 끌려나온다. 그러나 자신이 죽더라도 나디르를 살려달라는 레일라의 온라인카지노에 감명받은 쥐르가는 두 사람을 풀어주고 자신이 대신 반역자가 되어 화형대에 선다. 1977년 조르주 프레트르가 지휘하는 파리 가극장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방조의 연주는 가히 기념비적이다.

강성곤 음악 칼럼니스트·전 KBS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