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법무법인의 바카라 증가율이 2023년 3.4%에서 지난해 12.1%로 큰 폭으로 뛴 것은 기업 구조조정 수요가 본격화한 데다 고려아연, 한미약품 등 대형 경영권 분쟁이 잇따른 영향이다. 반면 네트워크 로펌이 급성장하면서 중위권 로펌은 주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내지 못했다.

○구조조정·송무 증가가 성장 견인

'6조원 대어' 잡은 광장, 年바카라 4000억 뚫었다
30일 로펌업계에 따르면 2023년 역성장하던 법무법인 광장은 지난해 전년 대비 10.4% 증가한 4111억원(국세청 부가가치세 신고액)의 바카라을 달성했다.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앤장법률사무소를 제외하고 연바카라 4000억원을 돌파한 법무법인은 광장이 처음이다. 특허법인과 해외법인을 포함한 총바카라은 4324억원으로 알려졌다. 광장은 6조4500억원 규모의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등 기업 구조조정 거래를 주도했고, 허영인 SPC 회장 배임 사건과 최양하 전 한샘 회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끌어냈다.

태평양은 전년 대비 5.5% 증가한 3918억원의 바카라을 올렸다. 특허법인과 해외법인을 포함한 총바카라은 4207억원으로 나타났다. SK렌터카·롯데렌탈 인수, 휴젤-메디톡스 분쟁, 교보생명 풋옵션 중재 사건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결과다. 특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해 역전승을 거뒀다.

‘빅3’에 도전하는 율촌은 전년 대비 12.9% 늘어난 3709억원의 바카라을 올렸다. SK그룹과 LG그룹 총수 분쟁 사건, 중대재해처벌법 최초 무죄 판결, 2조7000억원 규모의 에코비트 인수 자문 등 전 분야에서 고른 실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도 가세했다. 바카라 3698억원으로 15.7%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선두권 추격에 나섰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한온시스템 인수, 제네시스프라이빗에쿼티의 KJ환경 매각 등 대형 인수합병(M&A)과 고려아연, 한미약품 주주 분쟁에서 성과를 거두며 율촌과의 격차를 좁혔다.

화우는 2021년 연바카라 2000억원을 돌파한 이후 제자리걸음을 보였으나, 지난해 바카라 2500억원을 달성해 20.1%의 이례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허법인과 해외사무소를 포함한 총바카라은 2700억원을 넘어섰다. 한앤코의 남양유업 인수 관련 소송,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금지가처분 사건 등 경영권 분쟁과 랩어카운트·ELS 관련 금융 자문에서 성과를 낸 게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네트워크 로펌 성장에 중위권 ‘타격’

업계 1위 김앤장과 5대 법무법인이 지난해 고성장을 기록했지만 중위권 로펌의 성장은 주춤했다. 지평은 지난해 4.1% 늘어난 1206억원의 바카라을 올렸다. 2021년 19.6%의 고성장으로 ‘1000억원 클럽’에 진입한 이후 4~5%대 성장률에 머물고 있다. 바른과 대륙아주는 각각 1064억원, 936억원으로 0.6% 증가한 데 그쳤다. 7~10위권에선 동인만 바카라 780억원으로 11.9%의 성장률을 보였다.

중위권 로펌 실적 부진은 네트워크 로펌의 가파른 성장이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이다. 전국에 수십 개 분사무소를 두고 온라인 광고에 거액의 돈을 쓰고 있는 네트워크 로펌은 개인 송무를 넘어 프랜차이즈 공동소송과 기업 자문까지 영역을 넓히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로펌업계 관계자는 “2023년 700억원대이던 대륜과 와이케이의 바카라이 지난해 두 배 안팎으로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로펌들은 인공지능(AI)·디지털금융 등 신사업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기업 재편과 금융규제 강화에 따른 법률시장 수요뿐 아니라 미국발 해외 규제 대응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란/장서우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