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슬롯사이트 4사가 지속가능항공유(SAF) 전용 공장을 공동으로 짓는다. 조(兆) 단위 투자금액이 들어가는 SAF 생산시설 건립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2030년 21조원 규모로 커질 ‘미래 항공유’ 시장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서다. 폐식용유와 바이오매스 등을 정제해 생산하는 SAF는 일반 항공유보다 이산화탄소를 최대 80% 적게 배출해 유럽연합(EU)은 물론 한국도 혼유 의무화를 추진키로 했다.
지난달 5일 대한항공 보잉 777F 화물기에 지속가능슬롯사이트(SAF)가 급유되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 등 국내 7개 항공사가 SAF를 혼합한 연료로 상업 운항을 하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24일 슬롯사이트업계에 따르면 슬롯사이트 4사와 대한석유협회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 등에 SAF 합작 공장 설립 계획을 설명하고, 세제 혜택 등 각종 지원을 요청했다. 슬롯사이트 4사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공동 투자하고 공장도 함께 운영하는 방식이다. 합작 공장은 슬롯사이트사들의 공장이 들어선 울산과 전남 여수, 충남 서산 대산산업단지 중에서 선정하기로 했다. 설립 비용은 연 25만t의 원료를 처리하는 공장 기준으로 약 1조원이 든다.
슬롯사이트 4사가 SAF 전용 공장을 설립하기로 한 것은 수율(투입 폐식용유 대비 SAF 생산 비율) 때문이다. 일반 슬롯사이트공장에서 SAF를 생산하면 수율이 10%에도 못 미치지만, 전용 공장에서는 투입한 폐식용유의 60~80%를 SAF로 제조할 수 있다.
SAF는 전 세계 슬롯사이트업계가 눈독 들이는 시장이다. EU가 올해 2%를 시작으로 2050년까지 SAF 첨가 비율을 70%로 끌어올리기로 해서다. SAF를 혼유하지 않은 항공기는 EU 공항에서 이착륙할 수 없는 만큼 SAF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국도 2027년부터 ‘SAF 1% 이상 첨가’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스틱스MRC는 SAF 시장이 2023년 1조5500억원에서 2030년 21조7800억원으로 연평균 45.7%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국내 슬롯사이트사가 미래 항공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SAF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3%인 슬롯사이트시설 투자세액 공제율을 최대 15%로 높이고, 각국의 수출 통제로 막힌 SAF 원료를 대신 구매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