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출렁이면서 재무 안정성이 흔들리는 슬롯 꽁 머니이 신종자본증권(영구채) 카드로 급한 불을 끄고 있다. 유상증자 등 기존 자금 조달 통로가 막히자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우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자처럼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사실상 고금리 대출이라는 점에서 슬롯 꽁 머니의 이자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4분기 들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일반 기업은 HD현대오일뱅크 CJ대한통운 코오롱인더스트리 에코프로비엠 쌍용건설 풀무원식품 등 7곳으로 집계됐다. 조달 규모는 총 9260억원에 달했다. 포스코퓨처엠 이마트24 등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 중인 슬롯 꽁 머니의 조달 작업이 마무리되면 연말까지 조달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부채비율 등 재무 상태가 악화한 슬롯 꽁 머니이 주로 신종자본증권을 찍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 기준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자본성 증권이다. 발행할수록 회사 자본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지난 13일 4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풀무원식품의 부채비율은 219.2%(6월 말 기준)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통상 부채비율이 200%를 웃돌면 재무구조 안정성이 흔들린다고 본다.
그간 신종자본증권은 은행·금융지주·보험 등 금융권에서 주로 활용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금융권뿐 아니라 일반 슬롯 꽁 머니이 앞다퉈 신종자본증권을 꺼내 들고 있다. 증시 불안으로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 창구가 막힌 탓이다. 신종자본증권으로 ‘유동성 확보’와 ‘자본 확충’을 모두 잡겠다는 게 슬롯 꽁 머니의 구상이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재무 안정성을 개선했지만, 고금리 이자를 내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쌍용건설이 지난 8일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조달 금리는 연 7.5%에 달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변제 순위가 후순위라는 점에서 회사채 등 다른 채권보다 더 높은 금리에 발행된다.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막대한 이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