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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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와 기후위기에 써야 할 돈은 많아지는데 반해 고금리로 인해 조달비용이 증가하면서 각국이 세수를 늘리고 있다. 1980년대부터 이어진 신자유주의 시대가 저물고 '큰 슬롯 꽁 머니'가 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프랑스 일본 한국 등 주요국의 세수가 경제 생산량 대비 사상 최대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수 비율은 2018년 25%에서 2022년 27.7%로 늘었다. 빌 클린턴 행슬롯 꽁 머니 시기인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같은 기간 한국의 GDP 대비 세수 비율은 26.7%에서 32%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르게 상승했다. 영국은 32.8%에서 35.3%로 늘었다. 이미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춰진 프랑스와 독일도 지난해 세수 비율이 각각 46.1%, 39.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각국이 슬롯 꽁 머니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지출을 늘린 결과다. 경제연구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선진국들이 고령인구 증가에 따른 복지 지출 증가와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설치로 연간 GDP의 3%에 달하는 비용을 추가 지출해야한다고 추산했다.

최근의 고금리 상황도 세금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각국의 기존 부채 이자가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신규 국채를 발행하기 어려워지면서다. 컨설팅업체 틸인사이트는 올해 전세계 슬롯 꽁 머니가 지난해보다 10% 증가한 2조달러를 부채 이자로 지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추세는 각국이 작은 슬롯 꽁 머니에서 큰 슬롯 꽁 머니로 선회하는 신호라는 평가도 나온다. GDP 대비 세수 비율 증가는 세수 증가율이 경제 성장률을 앞지르고 있다는 것으로, 경제에서 슬롯 꽁 머니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커트 반 덴더 OECD 조세 정책 및 통계 책임자는 "군사 예산에서 고령화 인구 복지, 기후 변화에 이르기까지 국가 지출 수요 증가와 충돌하면서 세금 수입 증가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