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시네마의 ‘얼굴’ 진 바카라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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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배우 진 바카라 게임 별세 (1930~2025)올해 95세를 맞은 진 바카라 게임이 2월 27일 그의 집에서 부인과 함께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더 정확하게는 그가 키우던 개까지. 참으로 기이하기 이를 데 없는 죽음이지만 무엇보다 안타깝다. 미국 영화사의 커다란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갔다.
진 바카라 게임은 1956년 캘리포니아에 있는 파사디나 플레이하우스에 입학하며 연기를 시작했다. 이곳에서 그는 또 다른 연기 지망생, 더스틴 호프만과 친구가 되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반의 동기였던 이들이 하도 수업을 많이 빼먹어서 (배우로서) 가장 성공 확률이 낮은 두 명으로 뽑히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역시 세상은 늘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법이다. 바카라 게임은 학교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고는 뉴욕으로 떠나버린다.
바카라 게임이 <보니 앤 클라이드에서 보여준 연기는 실로 놀라운, 그리고 새로운 것이었다. 그의 캐릭터는 은행털이에 비겁한 악역이었지만 겁에 질리고 방황하는 청년이기도 했다. 그의 얼굴 (표정)은 이전 시대의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볼 수 없던 층위와 그림자를 가지고 있었다. 결국 바카라 게임은 <보니 앤 클라이드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부문에 처음으로 노미네이트 되었다. 이 시점에서 파사디나 플레이하우스에서 그를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 같은 학생으로 뽑았던 배우 지망생들과 선생들은 모두 후회했을 것이다.
이후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용서받지 못한 자, 알란 파커의 <미시시피 버닝 등 다양한 영화들에서 바카라 게임은 여전히 그만의 캐릭터 연기로 탑 배우의 명성을 이어 나갔다. 그럼에도 내게 진 바카라 게임의 최고작은 마이크 니콜스가 연출한 <버드 케이지였다. 미스터리와 웨스턴, 느와르와 같은 지극히 남성적인 장르에서도 악역 혹은 형사 역을 주로 맡아왔던 그는 스타가 된 이후에도 한참이 지나서야 코미디에 출연했다. 이는 코미디를 향한 주저함이나 우연이라기보다 바카라 게임의 숙원사업 같은 것 아니었을까 해석된다.
거의 30여년의 세월 동안 빛보다는 어둠에서, 일상 보다는 음모의 한 가운데 있었던 바카라 게임을 코미디 영화에서 보는 기쁨은 생각보다 크고 강렬한 것이었다. 그는 슬랩스틱과 말장난이 난무하는 상황극에서 가히 날개를 단 듯했다. 특히 로빈 윌리암스와 그를 한 화면에 보는 것은 마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현장을 목도하는 것처럼 짜릿하고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던 것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정말 좋은 일생과 영화들을 만들어 놓은 그가, 남은 생이 그렇게 많지도 않았던 그가, 조금 더 살기를 거부하고 우리를 떠난 것이 말이다. <버드 케이지의 장면들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같은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로빈 윌리엄스 때문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진 바카라 게임의 환한 웃음 때문이다. 정말 귀하고도 빛나는 그의 웃음을 간직한 영화, <버드 케이지를 다시 보고 싶다.▶ [관련 뉴스] '트와이라잇'의 배우, 황혼과 함께 사라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