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 게임 바카라에세이] 미국 대통령제에서 배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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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민 한국뉴욕주립대 교수미국 정치에서 부러운 것이 있다. 선거가 2년마다 정기적으로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대통령 4년 중임제다. 대통령 선거 2년 후에 바로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미국민은 2년 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평가해 의회 권력을 야당에 줄지 또는 여당에 줄지를 선거를 통해 결정한다. 그리고 또 2년 후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미국민이 대통령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줄지 아니면 대통령을 새로 바꿀지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2년마다 선거가 있으니 미국 정당들은 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다음 선거를 의식해 정책 대결에 집중한다. 2년마다 정기적인 선거를 통해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잘 실현한다.
한국은 어떠한가. 국회의원은 4년마다, 대통령은 5년마다 선거가 있어 주기가 맞지 않는다. 어떤 때는 국민이 1년 만에 투표에 참여해야 하고, 어떤 때는 또 4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다 보니 한국은 야당이 소수당일 경우 국회 내 물리적 충돌이나 장외투쟁 같은 비정상적 입법활동을 하기도 하고, 야당이 다수당일 경우엔 국정의 발목을 잡고 정부 예산안을 막거나 탄핵을 남발하기도 한다.지난주 한국은 큰 혼란과 위기를 겪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본인의 거취를 여당에 일임했고, 한동훈 여당 대표는 대통령을 직무배제하고 질서 있는 퇴진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번이 한국 민주정치를 발전시킬 계기를 마련할 절호의 기회다.
1987년 민주화 때는 대통령 직선제에 흥분한 나머지 선거 주기를 맞추는 부분은 아무도 신경 쓰지 못했다. 깊은 고민 없이 당시 대통령을 꿈꾸던 3김이 모두 동의하면서 대통령 5년 단임제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눈부신 경제 성장에 비해 한국 민주정치가 계속 불안정하고 교육개혁, 연금개혁 같은 국가적 장기과제를 풀 수 없었던 제일 큰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기회에 국회가 대통령 4년 연임제로 원포인트 개헌을 꼭 하길 바란다. 그래서 2026년 6월 3일 전국동시지방선거일에 대통령 선거를 함께 시행하면 좋겠다. 만약 더 일찍 2025년 6월 3일에 조기 대선이 실시된다면 5년 단임제를 이번에 마지막으로 하고 2030년부터는 대통령 4년 연임제가 시행될 수 있도록 개헌을 해서 선거 주기를 맞추는 것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2년마다 선거를 통해 국민이 평가·심판해서 권력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1762년 프랑스 사상가 루소는 그의 저서 <사회계약론에서 “국민은 투표할 때만 자유로운 주인이고 투표가 끝나면 노예가 된다”고 지적했다. 1787년 세계 최초로 대통령제를 고안한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연방 헌법을 만들면서 선거가 2년마다 정기적으로 시행되게 함으로써 이를 최대한 극복해냈다. 우리도 국민 주권을 실현할 수 있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