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카지노에세이] 옷을 뜯어먹는 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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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1
김나영 서울 양정중 교사온라인 쇼핑몰 화면을 스크롤 하며 겨울 코트를 살피고 있었다. 그런데 텔레비전 화면에 믿지 못할 장면이 눈에 보였다. 염소들이 옷을 뜯어먹고 있었다. 풀인데 잘못 봤나 싶어 가까이 가서 봤는데, 풀이 아니라 옷이 맞았다.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라는 방송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이었다.
헌 옷 수거함에 버려진 옷들은 컨테이너에 실려 아프리카로 향했고, 그곳 시장에서 팔리고 남으면 그냥 버려졌다. 바다와 공터에 마구 던져졌다. 매립이나 소각도 비용이 드니 그냥 버려졌다.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쳐야 할 물고기들의 공간이 사라지고, 염소들은 풀 대신 옷을 뜯어먹게 됐다. 한국인은 1년에 평균 51벌의 의류를 구입한다고 한다. SNS에 매번 같은 옷을 입고 인증샷을 올릴 수 없으니까. 패스트 패션 확산도 영향이 크다. 빠르게 한 철 입고 버리고 또 새로 사는 게 패션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를 생각하니 아찔했다.소비자들이 바뀌지 않으면 산업계도 바뀌기 힘들다. 팔리지 않는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할 수는 없지 않나.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부터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가치소비를 할 수 있게 도우면 어떨까? 매년 생산한 의류의 21%가 폐기된다고 한다. 재고를 폐기하지 않고 변형해 새 제품으로 만드는 의류회사도 있고, 옷을 인테리어 마감재로 제작하는 회사도 있다. 폐플라스틱 등 리사이클링 소재를 활용해 의류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기업은 어디가 있는지 자녀와 함께 조사해 보면 어떨까.
자녀와 함께 안 쓰는 물건, 장난감, 책, 의류 등을 모아 교환하거나 기부하는 것도 추천한다. 내겐 더 이상 필요 없는 물건이 친척이나 친구에게 요긴하게 쓰이는 것을 보면 자녀가 순환의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물건을 깨끗하게 정리해 그 물건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스토리를 적어서 내놓으면 좋다. 관계를 돈독히 하는 시간도 되고, 순환의 가치를 알아가는 시간도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시입다연구소’라는 비영리 기관의 파티 툴킷을 신청해 받아 사용해도 좋다. 간혹 ‘옷 교환 파티’라는 이름으로 공개적으로 초청하는 교환 행사도 열리니 시간이 맞으면 자녀와 함께 참여해도 좋다. 자신의 물품을 가지고 가서 다른 물품으로 교환해 오는 건데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다. 기부하려면 ‘아름다운가게’나 ‘굿윌스토어’ 등을 이용하면 된다. 두 곳 모두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주는데, 자녀가 기부한 건 자녀 이름으로 발급받으면 자녀가 기부의 기쁨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새 겨울 코트를 장만하지 않기로 했다. 지인들과 옷 교환 파티를 열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