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사이트추천에세이] 사소하지만 강한 용기

황영미 영화평론가·前 숙명여대 교수
유사 이래 사회 부조리나 부당함이 없던 적이 있었을까. 인류의 발전은 그 부조리에 저항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이뤄져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정의로운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부당함을 변화시키려는 용기를 가지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아일랜드 작가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1985년 국가 전체가 실업과 빈곤으로 혹독한 겨울을 지나는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한다. 소도시 뉴로스에서 석탄 상인으로 살아가는 평범한 빌 펄롱이 마을에 큰 힘을 가진 수녀원의 부조리를 우연히 알게 된 후 올바른 선택을 결정하고 실천하기까지의 갈등을 그린다. 아내와 주변인들의 현실적인 조언과 판단을 뒤로하고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하는 펄롱의 고민이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다. 부유하지는 않아도 다섯 딸을 두고 안정된 결혼 생활을 꾸려가는 현실적 안락이 위험에 처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펄롱은 수녀원의 석탄 창고에 갇힌 불쌍한 소녀를 모른 채 내버려 둘 수 없었다. 부커상 최종 후보작인 이 소설은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져 올해 베를린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말하는 원작의 의미를 분위기 있게 살렸다.퇴근한 펄롱(킬리언 머피 분)이 아내 에일린(에일린 월시 분)에게 수녀원의 비리를 심각하게 이야기하자, 그는 “인생을 계속 살아가고 싶다면 무시해야 할 것들이 있다”며 그 불쌍한 소녀들이 우리와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강조한다. 만일 그 소녀가 우리 딸이었으면 어쩔 거냐고 되묻지만 아내는 우리 딸들이 아니면 됐지 않느냐는 답을 할 뿐이다.

아버지 없는 그가 어머니가 일하던 자식 없는 집주인 윌슨 부인의 배려로 그 집에 함께 살면서 안정적으로 자랐고, 어머니가 갑자기 사망한 후에도 윌슨 부인이 자신을 돌봐줘 큰 어려움 없이 지낸 과거를 아내에게 말하면서 만일 그 부인이 날 거둬주지 않았다면 나도 그 아이 신세일 것이라고 되뇐다. 그를 걱정하는 마을 사람들도 수녀원과 척져서 좋을 것 없다는 충고를 하지만 그는 양심의 소리를 외면하지 않았다.

펄롱은 최악의 상황은 이제 시작이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은 일’을 평생 지고 살아야 했을 일은 지나갔다는 것, 지금부터 마주하게 될 고통은 어떤 것이든 지금 옆의 아이가 앞으로 겪어야 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매 순간 도덕적 딜레마가 발생하는 엄연한 현실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연말이다.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고 다가올 한 해를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성찰하게 되는 이때, 펄롱의 용기 있는 선택이 그를 얼마나 큰 기쁨으로 충만하게 했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