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35
일찍 우는 닭 얻고 키우던 닭을 잡다(得早鳴鷄烹家中舊鷄)울지 못하는 놈 잡아먹고 잘 우는 놈 기르노니울기만 잘해도 속이 뻥 뚫리도다.밤하늘 은하수로는 새벽 알기 어렵고바람결 종루로도 시각 다 알 수 없어라.베갯머리 근심 걱정 자꾸만 기어들어내 가슴 시름으로 편치 못하더니이불 끼고 뒤척이며 잠들지 못할 적에꼬끼오 첫닭 소리 듣기에도 반갑구나.* 성현(成俔, 1439~1504): 조선 초기 문신, 시인.이 시를 쓴 성현은 조선 초기 문신입니다. 지금의 서울 중림동 약현성당 근처에 있는 약전마을에 살았지요. 그도 여느 집처럼 마당 한쪽에 닭을 키웠던 모양입니다.남의 병아리 지극정성 키운 의계(義鷄)첫 구절의 “울지 못하는 놈 잡아먹고 잘 우는 놈 기르노니/ 울기만 잘해도 속이 뻥 뚫리도다”라는 표현부터 잔잔한 웃음을 짓게 하는군요. 닭이 일찍 울어야 제 역할을 하는데, 울지 못하니 그놈은 잡아먹고 잘 우는 놈을 키운다는 얘기죠.예부터 닭에 관한 예화는 많습니다. 그중에는 의계(義鷄) 얘기도 있지요.어미닭 한 마리가 병아리들을 부화한 후 금방 죽고 말았습니다. 솜털 같은 병아리들은 추위에 떨며 삐약삐약 울었죠. 이를 본 다른 암탉이 기진맥진한 녀석들을 불러 모으고는 날개로 감싸 밤새워 품었습니다. 그랬더니 다음 날 모두 기사회생했다고 해요.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병아리들을 지극정성으로 키운 이 암탉을 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의계’라 부르고 잡아먹지 못하게 했다는 얘기가 조선 중종 때 김정국의 <사제척언에 나옵니다.이병철 삼성 회장이 늘 곁에 둔 목계(木鷄)<장자에 나오는 목계(木鷄, 나무로 깎아 만든 닭) 얘기도 유명하죠.기성자가 왕을 위해 싸움닭을 키웠는데, 열
읍내에 갔다가 돌아오는 둑길에는 이준관읍내에 갔다가 돌아오는 둑길에는새떼들도 밟지 않은 저녁놀이 아름답구나.사과 속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 여름의 촌락(村落)들은,마지막 햇볕을 즐기며 천천히 익어간다.연한 풀만 가려 뜯어먹던 암소는 새끼를 뱄을까.암소가 울자온 들녘이 다정다감한 어머니로 그득하다.지붕 위에 초승달 뜨고,오늘 저녁, 딸 없는 집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는저 초승달을 데려다가 딸로 삼아도 좋으리라.게를 잡으러 갔던 아이들은버얼겋게 발톱까지 게 새끼가 되어 돌아오고,목책이 낮아,목책 밖으로 자꾸 뛰쳐나가기만 하던 하늘은조금씩, 조금씩 어두워져 돌아온다.처녀들이 몰래 들어가 숨은 꽃봉오리는오늘 저녁,푸른 저녁 불빛들에게 시집가도 좋으리라.-----------------------------------번거로운 일상을 잠시 잊고 평화로운 들길을 한번 감상해 볼까요. 이 시를 쓰게 된 배경을 알고 나면 마음이 한결 둥글어질지 모릅니다. 이 아름다운 시의 배경은 뜻밖에도 장인어른의 죽음이었습니다.“지난 6월 초 건강하던 빙장어른이 갑자기 작고하셨다. 그 빙장어른의 49재가 마침 여름방학과 겹치는 때여서 아예 식구들을 데리고 시골로 갔다. 죽음처럼 슬픈 게 어디 또 있겠는가. 그러나 죽음은 죽은 자의 몫일 뿐, 죽음과 무관하게 세상은 마냥 밝게 빛났다. 산 자의 몫인 생은 여전히 아름답고 활기가 넘쳤다. 아이들은 외할아버지의 죽음에는 아랑곳없이 들녘으로 개구리, 여치, 잠자리를 잡으러 뛰어다녔다. 그들의 녹색으로 빛나는 생
44
노작홍사용문학관(관장 손택수)이 주관하는 제2회 음유시인문학상 수상자로 가수 강허달림(사진)이 선정됐다. 수상작은 지난해 발표한 앨범 '러브'(LOVE)에 실린 ‘바다라는 녀석’이다.음유시인문학상은 문학과 연극, 음악을 통해 시대와 자아를 꾸준히 성찰한 노작 홍사용(1900~1947) 시인의 자유로운 예술 정신을 선양하기 위해 제정한 창작곡 문학상이다.심사위원들은 "강허달림은 노랫말과 선율의 독창성은 물론 감성까지 탁월한 현시대의 음유시인"이라고 평했다.강허달림은 2005년 싱글앨범 '독백'을 발표하며 솔로로 데뷔했다. '기다림, 설레임', '넌 나의 바다', 'LOVE' 등의 앨범을 발표했으며, 솔로 데뷔 전에는 밴드 마고, 풀 문, 신촌블루스의 보컬로 활동했다.시상식은 내달 28일 경기도 화성 노작홍사용문학관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 열리는 노작문학축전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 축하공연과 함께 진행된다. 상금은 2000만원이다.
구상(具常·1919~2004) 시인은 시 외에 사회평론도 많이 썼다. 평생 ‘구도자 시인’이자 기자, 논설위원, 종군작가로 격동의 시대를 증언하면서 산문집을 10권 이상 남겼다. 그중 1960년에 펴낸 수상집 <침언부어(沈言浮語)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구상의 스승이자 문학 도반인 공초 오상순 시인과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펄 벅에 얽힌 얘기다. 1960년 11월 초, 서울에 온 펄 벅은 명동 서라벌다방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 철학적인 문답을 즐기던 공초에게 ‘사슴’ 담배 두 갑을 선물하며 한참 동안 선문답을 주고받았다.그날 감명을 받은 펄 벅은 공초가 펼친 사인북에다 이렇게 썼다. “It is better to light a single candle than to complain of the darkness(어둠을 불평하는 것보다 한 자루의 촛불이라도 켜는 게 낫다).” 6·25전쟁 후 혼혈아동들을 돌보며 한국식 이름을 박진주(朴眞珠)로 지었던 펄 벅이 가장 좋아했고 또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말이었다.이 말은 중국 격언이나 공자의 말로 잘못 알려져 왔는데, 서구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는 기독교의 가르침 중 하나로 오래전부터 전해져 왔다. 펄 벅뿐만 아니라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 루스벨트가 자주 인용한 말로도 유명하다.구상 시인은 이 얘기를 전하며 “어느 사회나 모순과 부조리가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저 격언대로 어둡다고 불평만 하지 말고 한 촛불이라도 스스로 켜고 밝히기를 다짐하면서 우리가 지닌 능력의 최선을 발휘해 보자”고 말했다.이런 정신은 그의 문학적 유지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평생 “말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언령(言靈)이 있으므로 참된 말만 해야 하고, 글을 쓸 때도 교묘하게 꾸며 쓰는
28
유랑하는 엥거스의 노래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나 개암나무숲으로 갔네.머릿속이 불타올랐기에,나뭇가지 꺾어 껍질 벗기고,낚싯바늘에 딸기 꿰고 줄에 매달아,흰 나방이 날갯짓하고,나방 같은 별들이 반짝일 때,냇물에 그 열매 드리워자그마한 은빛 송어 한 마리낚았네.돌아와 그걸 마룻바닥에 내려놓고불을 피우러 갔지.뭔가 마룻바닥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 바스락거렸고,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네.송어는 머리에 사과꽃을 단어렴풋이 빛나는 소녀가 되어내 이름을 부르곤 뛰어나가눈부신 허공 속으로 사라졌네.골짜기와 언덕을 헤매느라나 이제 나이 들었지만,그녀가 간 곳을 찾아내어입 맞추고 손잡으리,그리고 알록달록 긴 풀숲을 거닐면서시간과 세월이 다할 때까지 따리라,달의 은빛 사과,해의 금빛 사과들을.---------------------------------오늘처럼 그날은 8월 16일이었습니다. 59년 전인 1965년, 한여름이었지요. 중년의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실을 사진을 찍기 위해 미국 아이오와주 매디슨 카운티의 한적한 마을을 찾았습니다. 지붕이 덮인 다리 7개 중 마지막 다리를 찾다가 길을 잃은 그는 어느 집 앞에 차를 세우고 길을 묻습니다.마침 집에 혼자 있던 여인은 농가의 안주인 프란체스카. 남편과 두 아이가 나흘 동안 일리노이주의 박람회에 참가하러 떠난 뒤 현관 그네에 앉아 한가롭게 아이스티를 마시던 중이었지요. 그녀는 다리의 위치를 한참 설명하다가 직접 길 안내에 나섭니다.그날 저녁 함께식사를하고 집 주위를 산책하던 중 로버트가 “달의 은빛 사과,/ 해의 금빛 사과”라는 시 구절을 읊자 그녀는 “예이츠! ‘유랑
그제 밤부터 어제 새벽까지 전 세계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 ‘우주 대향연’이 펼쳐졌다. 3대 별똥별 중 하나인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쏟아졌다. 페르세우스 유성우는 스위프트-터틀 혜성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부스러기가 지구 대기권에 부딪혀 불타면서 떨어지는 현상이다. 관측하기 좋은 곳은 도심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 멀리 떨어진 장소다.유성우뿐 아니라 모든 별은 도시보다 초원이나 사막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 잘 보인다. 쏟아지는 별빛이 이마에 닿을 듯 가깝다. 도시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 잘 보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대기 오염 때문이라고도 하지만 빛 공해가 가장 큰 요인이다. 가로등이나 네온사인 같은 조명이 별빛을 방해한다.별, 인류 꿈을 키운 영감의 광원정진규 시인은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며 “대낮에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별들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에게만/ 별들이 보인다”고 노래했다. 별은 어두울수록 빛난다. 번쩍이는 섬광도 가장 어두울 때 강한 빛을 뿜는다. 별은 인류의 꿈을 키운 영감의 광원(光源)이며, 상상력의 발광점이기도 하다.옛사람들은 별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펴고 우주를 동경했다. 지도가 없던 시대의 유일한 이정표는 별이었다. 별자리는 지상의 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이자 해상의 항로를 일러주는 나침반이었다. 자연과학으로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것도 별을 대상으로 한 천문학이다. 이는 인류 문명의 첫 꾸러미와 우주의 근본 비밀을 푸는 열쇠다. 우리 조상들이 어떤 생각의 각도로 세계를 보고, 어떤 사유의 진폭으로 현실을 인식했는지가 거기에 투영돼 있다.그 정신사의 단면 중 하나가 명명법(命名法)이다. 이름은 대상의 본질과 우리의
금정시참(金井詩讖)정약용금정(金井)의 찬 기운 벽오동 감싸는데물 긷는 소리 끊기고 까마귀는 울며 간다.이제야 알겠네, 해 지고 별 뜨는 즈음황혼의 시각 보내기 새삼 어려운 줄.金井寒煙鎖碧梧 聲斷度啼烏偏知日沒星生際 銷得黃昏一刻殊* 정약용(丁若鏞·1762~1836) : 조선 후기 시인, 학자.다산 정약용이 1794년 8월 5일 밤 죽란(竹欄)에 앉아 쓴 시입니다. 죽란은 다산이 살았던 서울 명례방 집의 정원 이름입니다. 그는 이곳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 문인들과 어울려 자주 시회를 가졌죠. 유명한 죽란시사(竹欄詩社)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시는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에 ‘추심(秋心)’이라는 제목의 5수 연작 중 두 번째로 실려 있지요.이 시 쓴 다음 해 금정으로 좌천당해다산이 이 시를 쓸 때 곁에는 남고(南皐) 윤규범(尹奎範, 1752~1821)이 있었습니다. 그는 다산의 육촌 형으로 26세에 과거에 급제하고 시문으로 이름이 난 인물이지요. 다산과 자주 어울려 시를 지었는데, 특히 이 시를 극찬했다고 합니다.시정이 쓸쓸하고 가을날 황혼의 정치가 함께 어우러져 묘한 울림을 주는 시입니다. 다산이 이 시에 쓴 금정(金井)은 궁궐이나 정원에 있는 우물을 미화해 표현한 것이라고 하지요.그런데 다산이 이 시를 쓴 다음 해인 1795년 7월에 주문모 사건에 연루돼 좌천당해 간 곳이 바로 충청도 금정이었으니 참으로 묘한 일입니다. 이때 역참 누각 앞에 벽오동 한 그루가 서 있었다고 하니 더욱 놀랍지요.어쨌거나 금정 찰방으로 쫓겨 간 이래 다산은 황혼이 깃들 즈음이 가장 괴로웠다고 고백합니다. 세상만사가 이미 다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지요.‘방금 뜬 초승달이 발을 더디
나의 침실로 -가장 아름답고 오랜 것은 오직 꿈속에만 있어라 이상화마돈나, 지금은 밤도 모든 목거지에 다니노라 피곤하여 돌아가려는도다.아, 너도 먼동이 트기 전으로 수밀도의 네 가슴에 이슬이 맺도록 달려오너라.마돈나, 오려무나. 네 집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 눈으로 유전하던 진주는 다 두고 몸만 오너라.빨리 가자. 우리는 밝음이 오면 어딘지 모르게 숨는 두 별이어라.마돈나, 구석지고도 어둔 마음의 거리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 나는 두려워 떨며 기다리노라.아, 어느덧 첫닭이 울고– 뭇 개가 짖도다. 나의 아씨여, 너도 듣느냐.마돈나, 지난밤이 새도록 내 손수 닦아 둔 침실로 가자. 침실로!낡은 달은 빠지려는데 내 귀가 듣는 발자국– 오 너의 것이냐?마돈나, 짧은 심지를 더우잡고 눈물도 없이 하소연하는 내 맘의 촛불을 봐라.양털 같은 바람결에도 질식이 되어 얕푸른 연기로 꺼지려는도다.마돈나, 오너라. 가자. 앞산 그리메가 도깨비처럼 발도 없이 가까이 오도다.아, 행여나 누가 볼는지– 가슴이 뛰누나.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아래 줄임)--------------------------------이 시에 나오는 ‘마돈나’는 누구일까요? 이상화(1901~1943)의 ‘나의 침실로’는 1923년 9월 동인지 <백조 3호에 실렸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1년 전이지요. 그때부터 ‘마돈나’가 누구인지를 놓고 온갖 말이 나돌았습니다.가장 흥미를 끈 것은 함흥 출신 여성 유보화라는 설입니다. 팔봉(八峯) 김기진의 회고에 따
미모사 김민서포트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 차가 끓고 있다들꽃을 발로 차고 다니는몹쓸 사람을 본 적이 있어요, 손님이 말했다나는 하얗게 센 민들레를불지 않고 발로 차서 날려주었는데내가 어떤 말을 해도당신은 나를 몹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겠지만왜인지 그건 내가그동안 나를 탁월하게 변명해 왔다는 증거 같아요잎이 움츠러드는 것을 지켜보면서미모사 같은 사람에겐민감함이 건강함일까요(아래 줄임)------------------------------------2019년 시인동네 신인문학상 수상작입니다. ‘잎이 움츠러드는 것을 지켜보면서// 미모사 같은 사람에겐/ 민감함이 건강함일까요’라고 묻는 장면이 눈길을 끕니다. 젊은 여성의 내면 심리와 섬세한 감성 묘사가 돋보이는 시인데, 미모사 잎은 실제로 너무나 민감해서 손만 갖다 대면 금방 움츠러들지요.제가 미모사를 처음 만난 건 오래전 초여름 날 오후였습니다. 한적한 산길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 얼떨결에 마주쳤지요. 첫눈에 봐도 참하고 보드라운 모습이었습니다. 어딘가 낯이 익은 것 같기도 했지요. 어디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 봤을까, 한참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딱히 떠오르지는 않았습니다. 이리저리 생각을 굴리다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습니다.그런데 미모사는 손끝을 안으로 오므리더니 아예 손을 밑으로 내려버렸습니다. 무엇엔가 섭섭해서 뾰로통하게 토라진 듯했습니다. 새침한 것 같기도 하고 수줍어하는 것 같기도 했지요.미모사는 신경이 예민해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양쪽 잎을 접어버린다고 해서 별명이 ‘신경초(sensitive plant)’입니다. 특별한 자극이 없으면 낮 동안 잎을 펴고 있다가 날이 어두워지면 잎을 닫는데, 그 모
“나에게 그림을 가르친 스승은 렘브란트, 벨라스케스, 자연, 그리고 청각 장애다. 그중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도 가장 큰 스승은 청각 장애다.”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가 자주 한 말이다. 고야는 46세 때 콜레라에 걸려 고열에 시달리다가 청력을 잃었다. 이후 그의 그림은 한층 깊어졌다. 애쿼틴트 기법의 판화집 ‘카프리초스’를 통해 부패한 가톨릭교회를 고발하면서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깨어난다’는 부제를 붙인 용기도 여기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 나왔다. ‘옷 벗은 마하’와 ‘옷 입은 마하’, ‘전쟁의 재난’ 시리즈 등의 명작들이 청각 장애라는 시련을 겪은 뒤에 탄생했다.색깔 구별 못하자 과감한 실험고야가 스승으로 삼은 렘브란트는 시각 기능에 문제가 있었다. ‘빛의 화가’로 불리는 렘브란트는 왼쪽 눈동자가 바깥쪽으로 몰리는 외사시(外斜視)를 겪었다. 그래서 입체감을 살리는 데 애를 먹었다. 이런 단점을 만회하려고 그는 먼 곳을 어둡게, 가까운 곳을 밝게 그렸다. 그 결과 현대의 3차원 영상처럼 입체미가 뛰어난 작품을 그릴 수 있었다. 이처럼 신체적인 결점을 딛고 예술적 창의성을 꽃피운 인물이 많다.‘절규’를 그린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는 망막 질환을 앓았다.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했던 그는 왼쪽 시력이 좋지 않았다. 67세부터는 오른쪽 안구 출혈로 두 배의 고통을 받았다. 주로 쓰던 눈의 시력을 잃은 그는 아픈 눈을 통해 본 사물을 제대로 표현하려고 애썼다. 이후 왼쪽 눈에도 비슷한 출혈이 생겼다. 이런 고통을 딛고 그는 수많은 명작을 남겼다. 그가 공식 기증한 작품만 유화 1100여 점과 판화 1만8000여 점, 드로잉 및 수채화 약 4500점
65
산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 보는 달(蔽月山房詩)왕양명산이 가깝고 달이 먼지라 달이 작게 느껴져사람들은 산이 달보다 크다 말하네.만일 하늘처럼 큰 눈 가진 이가 있다면산이 작고 달이 더 큰 것을 볼 수 있을 텐데.山近月遠覺月小, 便道此山大於月.若人有眼大如天, 還見山小月更闊.* 왕양명(王陽明, 1472~1529): 명나라 시인.명나라 시인 왕양명이 열한 살 때 지었다는 시입니다. 자연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마음의 풍경이 달라지는 것을 절묘하게 표현했지요? 단순한 원근법을 넘어 우주의 근본 이치를 꿰뚫는 혜안이 놀랍습니다.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얘기한 게 1543년이고, 갈릴레이가 이를 확인한 것이 1632년인데, 1483년에 10대 소년이 이런 시를 썼으니 천재가 아닐 수 없지요. 세상을 하늘처럼 큰 눈으로 보려는 시각이 예사롭지 않습니다.어릴 때부터 ‘코페르니쿠스적 전환’한시 원문 제목에 나오는 폐월산방(蔽月山房)은 절강성 금산(金山) 위에 있던 승방이었는데,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는군요.왕양명은 그의 호(號), 본명은 수인(守仁)입니다. 다섯 살이 될 때까지 말이 트이지 않아 부모의 애를 태우다가 이름을 수인으로 바꾸자 말문이 터졌다고 해요. 이후 워낙 총명해서 아버지가 개인 교사를 붙여줬습니다.하루는 “천하에 가장 소중한 일이 무엇이냐”라는 문제를 놓고 대화를 나눴는데, “과거에 급제하는 일이 아니겠느냐”는 선생의 말에 어린 양명이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그것은 가장 소중한 것이 아닙니다. 학문을 하여 성현이 되는 것이 천하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 가장 소중한 것입니다.”이렇게 조숙했던 그는 14세 때 이미 활쏘기와 말타기를 배우고 병서를 읽었지요. 15세에는 집을 떠
이별의 말 —슬퍼하지 말기를 존 던덕 있는 사람들이 온화하게 세상 뜨며,자신의 영혼에게 가자고, 속삭이고,그러는 동안 슬퍼하는 친구 몇몇이이제 운명하나 보다, 혹은 아니라고 말할 때처럼,그처럼 우리도 자연스럽게, 소란스럽지 않게,눈물의 홍수도, 한숨의 폭풍도 보이지 맙시다,속인(俗人)들에게 우리의 사랑을 말하는 건우리의 기쁨을 모독하는 것일 테니.지진은 재해와 공포를 초래하니,사람들은 그 피해가 어떤 것인지 압니다.그러나 천체의 움직임은,훨씬 클지라도,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따분한 지상의 연인들이 나누는 사랑은(그 정수가 감각이기에) 서로의 부재를용납할 수 없나니, 부재는 사랑을 이루는감각들을 지우기 때문입니다.그러나 우리는, 지순한 사랑으로,부재가 무언지도 모를 정도로,서로의 마음을 확실히 믿고 있기에,눈, 입술, 손이 없어도 걱정하지 않습니다.우리의 두 영혼은, 하나이기에,내가 떠난다 하더라도, 그건 다만끊기는 게 아니라, 늘어나는 것일 뿐입니다,공기마냥 얇게 펴진 금박(金箔)처럼.(이하 줄임)-----------------------------------영영 이별이 아니라 잠깐 이별을 노래한 사랑 시입니다. 영국 시인 존 던(1572~1631)의 연애 시 중 한 편이지요.존 던은 런던의 철물 상인과 극작가의 딸 사이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 태어났습니다. 그는 옥스퍼드대학과 케임브리지대학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 법을 공부한 뒤 에식스 백작을 따라 스페인 원정에 두 차례 종군했고, 귀국 후 국새(國璽) 담당관인 에저튼 경의 비서가 됐습니다.비서로 일하는 동안 그는 에저튼 경의 조카인 앤 모어와 사랑에 빠졌습
카슨 매컬러스 소설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의 주인공은 귀먹은 청년이다. 갑작스레 친구를 잃고 동네 카페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 외롭게 시간을 보내는 그의 곁으로 몇몇 사람이 모이기 시작한다. 남모를 비밀 때문에 아내와 소원해진 카페 주인, 떠돌이 급진주의자, 음악으로 탈출구를 찾으려는 소녀, 인권을 생각하는 흑인 의사. 이들은 서서히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는 입술 모양을 열심히 읽으며 얘기를 들어준다. 그러나 눈만 껌벅일 뿐 뭐라고 대꾸를 해줄 수 없다. 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 말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음원 위치 찾는 '양이(兩耳)효과'청각은 오감 중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 가장 민감한 감각이다. 시각보다 빠르고 섬세하다. 우리 뇌는 시각 정보 변화를 초당 15~25회 정도 인지하지만, 청각 정보 변화는 초당 200회 이상 감지할 수 있다. 청각은 잠자는 중에 깨어 있고, 죽을 때도 가장 늦게까지 남아 있다. 외부 음파를 모으는 귓바퀴는 포유동물에게만 있다. 귓바퀴 모양은 사람마다 달라서 ‘제2의 지문’ ‘이문(耳紋)’이라고 부른다. 여권 사진 찍을 때 귀를 드러내도록 하는 게 이런 연유다. 그런데 귀는 왜 두 개일까. 좌우 양 끝에 떨어져 있는 이유는 뭘까. 생물학적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먼저 소리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양쪽 귀가 필요하다. 방향감각은 생존과 직결된다. 위험 신호를 듣고 반사적으로 방향을 알아채야 한다. 양쪽 귀 사이의 거리는 17㎝ 안팎. 소리가 각각의 귀에 도달하는 시간과 세기가 다르다. 올빼미 실험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도 100만분의 1초 차이로 음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 귀로 들으면 강약만 파악할 뿐 방향을 찾기 어렵다. 음의 세기와 도달시간 차
산새는 얼굴을 알건만정초부산새는 옛날부터 산 사람 얼굴을 알고 있건만관아의 호적에는 아예들 늙은이 이름이 빠졌구나.큰 창고에 쌓인 쌀 한 톨도 얻기 어려워강가 누각에 홀로 기대어 저녁밥 짓는 연기만 바라보네.山禽舊識山人面, 郡藉今無野老名.一粒難分太倉粟, 江樓獨倚暮烟生.* 정초부(1714~1789) : 조선 후기의 노비 출신 시인.정초부(鄭樵夫)는 조선 정조 때 사람입니다. 초부란 나무꾼을 뜻하니 ‘정씨 나무꾼’이죠. 최하층 신분입니다. 지금의 양평 지역에 있는 여씨 집안의 가노(家奴)였지요.그런 노비가 어떻게 한시를 지을 줄 알았을까요. 운율과 성조, 기승전결을 두루 맞추기 위해서는 10년 이상 공부하며 내공을 익혀야 합니다. 10개가 넘는 규칙을 지키면서 문학성까지 발휘해야 하니 양반들에게도 쉬운 작업이 아니었죠.노비 신분 벗어난 뒤에도 쌀이 없어정초부는 어릴 때부터 낮에는 나무하고 밤엔 글 읽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습니다. 주인이 낭독하는 글을 듣고 바로 외워버릴 정도로 재주가 남달랐죠. 그런 그를 주인이 기특하게 여겨 자제들과 함께 글을 읽도록 했습니다. 그랬더니 학업 성취가 매우 빨랐고, 곧 시 잘 짓는 나무꾼으로 경기 일대에 명성이 자자해졌지요.그는 특히 과거시험에 쓰이는 과시(科詩)를 잘 지었습니다. 주인집 자제들이 과거에 급제하도록 도와주기까지 했죠. 이 덕분에 노비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 벗어나 양인으로 신분이 바뀌었습니다.그는 지식을 뽐내는 것보다 정감이 넘치는 시를 많이 지었어요. 하층민이라고 해서 독설과 비판이 담겨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속으로 익히고 견디는 자세가 돋보인다는 평을 들었습니다.하지만 양인이 된 후로도 전처럼 나무를 해야
오목고두현금산산장 노할머니일흔여덟,바둑판 같은 생 펼치고오목을 놓으시네.가고 싶은 길 참 많았제,못 가는 길 더 많았지만.서울서 내려온 딸이어머니, 그쪽은 절벽이에요오냐 그러면 이렇게 놓제.길은 미끄럽기도 하고 굽어졌다 펴지기도하면서 바둑판을 몇 굽이째 도는데세상의 모든 길이 흑 아니면 백,끊어질 듯 이어지는 길 따라바둑돌은 저희끼리 잘그락거리며몸을 부딪네.밖에는 먼 길 가는 산꿩들다섯 발자국씩총, 총, 총, 총, 총점을 찍고노할머니 딸네 둘이첩첩 산골짜기마다오 촉짜리 등불을 켜 다네.----------------------------------남해 금산 꼭대기에 산장이 하나 있습니다. 지은 지 100년도 넘은 금산산장입니다. 보리암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 산길로 5분 정도 거리에 있지요.오래전 그곳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 혼자 1주일을 지낼 수 있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번잡한 도시를 떠나 한적한 산장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 며칠 동안 자기 시간을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요.당일치기 등산이나 하룻밤 자는 둥 마는 둥 쫓기듯 내려오는 산행과는 애초부터 격이 다른 체험이었습니다. 여태까지 몰랐던 숲속 나무들의 체온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침에 맑은 물을 떠 청량하게 세수하는 기분 또한 묘미였지요.산장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 이틀째를 맞은 날, 저녁을 먹고 일어나는데 여든이 다 되어가는주인 할머니가 바둑판을 펼칩니다. 아니 웬 바둑? 의아하게 바라보았더니 옆에 있던 환갑 나이의 딸이 바둑통을 챙기며 대답합니다. “자꾸 정신이 흐려진다고 해서…. 오목을 두면 그나마 머리를 쓰게 되고 치매 예방에도 좋다고 해서요.”노할머니와 환갑에 가까운 딸네가 마주 앉아 밤늦도록 오목을 두는 모습이라니! 저도 곁에 앉아 한참을 구경했습니다. 두 사
79
모두 다 꽃 하피즈장미는 어떻게 심장을 열어자신의 모든 아름다움을 세상에 내주었을까?그것은 자신의 존재를 비추는빛의 격려 때문그렇지 않았다면 우리 모두는언제까지나 두려움에 떨고 있을 뿐------------------------------얼마 전 소개한 이란 시인 루미에 이어 이번에는 하피즈의 시를 들려드립니다. 14세기에 태어난 하피즈는 2행으로 된 연작 형식의 사랑시 ‘가잘’을 워낙 잘 써서 ‘이란의 시성(詩聖)’으로 칭송받는 시인입니다.그는 아버지가 석탄 사업 실패로 막대한 부채를 남기고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가난하게 자랐습니다. 그런 어려움 속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도 남다른 재능을 발휘했지요. 어릴 때 아버지가 외우던 코란을 귀동냥으로만 듣고 모두 암기했는데, 그의 필명 하피즈가 ‘코란을 모두 외운 사람’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그는 주로 사랑을 노래했습니다. 대부분이 연인이나 신에게 바치는 연시 형식을 띠고 있지요. 신앙을 사랑에 빗대어 표현한 게 많습니다.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내용도 많이 담고 있습니다. 그가 지금까지 ‘국민 시인’으로 사랑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요.그의 시는 서구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괴테가 그의 독일어 번역판 시를 읽고 감명을 받아 <서동시집(西東詩集)을 펴낼 정도였지요. 영국 시인 바이런과 프랑스 작가 앙드레 지드, 독일 철학자 니체도 그의 시를 좋아했습니다. 니체는 ‘하피즈에게’라는 시까지 썼습니다.오늘 소개하는 시 ‘모두 다 꽃’은 우선 장미의 아
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를 구독하려면
로그인하세요.
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 기자를 더 이상
구독슬롯사이트 볼트 메이저 않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