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 머신 게임 광장 인근 철제 울타리에 전도 내용이 녹음된 휴대용 확성기가 걸려있는 모습(왼쪽)과 무인 종교 단체 천막 부스에 전도 내용이 녹음된 휴대용 확성기 걸려있는 모습(오른쪽). 두 확성기에선 근처의 시민들이 눈을 찡그리거나 귀를 막을 정도로 큰 소리로 전도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진=이민형 기자
슬롯 머신 게임 광장 인근 철제 울타리에 전도 내용이 녹음된 휴대용 확성기가 걸려있는 모습(왼쪽)과 무인 종교 단체 천막 부스에 전도 내용이 녹음된 휴대용 확성기 걸려있는 모습(오른쪽). 두 확성기에선 근처의 시민들이 눈을 찡그리거나 귀를 막을 정도로 큰 소리로 전도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진=이민형 기자
4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슬롯 머신 게임 광장. 이날 서울엔 1~5cm 수준의 눈과 강한 바람이 불면서 화창한 때와 달리 마이크를 들고 전도 활동하는 종교인들의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대신 광장 곳곳에선 세 개 종교 단체가 놓고 간, 주인 모를 '휴대용 확성기'가 눈에 띄었다.

종교 단체에선 유동 인구가 많은 버스 정류장 인근 철제 울타리나 흡연 구역 근처 부스에 슬롯 머신 게임 내용이 녹음된 휴대용 확성기를 걸어두고 있었다. 배터리가 남아 있는 한 온종일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종교적 메시지를 전파할 수 있는 것이다.

"슬롯 머신 게임은 항상 시끄러워"…조례안 제정 1년에도 개선된 점 無

눈이 내린 4일 서울 용산구 슬롯 머신 게임 광장 앞에선 마이크를 들고 전도 활동을 하는 종교인들 대신 종교 단체가 놓고 간 '휴대용 확성기'에서 전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사진=이민형 기자
눈이 내린 4일 서울 용산구 슬롯 머신 게임 광장 앞에선 마이크를 들고 전도 활동을 하는 종교인들 대신 종교 단체가 놓고 간 '휴대용 확성기'에서 전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사진=이민형 기자
이날 슬롯 머신 게임에서 만난 시민들은 종교 단체들의 전도 활동으로 인한 소음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본가가 경상도에 있어 2주에 한 번꼴로 KTX를 이용한다는 이철현(28) 씨는 "아침에는 어떤 아저씨가 마이크를 들고 큰 소리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슬롯 머신 게임하고 있었다"며 "눈이 많이 오니까 그분은 사라지고 확성기에서 슬롯 머신 게임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 씨가 가리킨 곳에는 파란색 천막이 설치된 종교 단체 부스가 있었다. 지키는 사람 없이 비어있던 이곳 천막 천장에 걸린 휴대용 확성기에선 전도 내용이 큰 소리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슬롯 머신 게임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던 일본에서 온 관광객 레이나(28)는 "귀가 아프다.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다"며 찡그리고 귀를 막았다.

전날 슬롯 머신 게임 광장 바로 앞 버스정류장 인근 철제 울타리엔 전도 목소리가 재생되는 휴대용 확성기가 오전 11시부터 3시간 이상 걸려 있었다. 3월 3일이 대체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유동 인구가 많았던 이날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박모 씨는 "종교 단체에서 지뢰처럼 곳곳에 확성기를 숨겨뒀다"며 "듣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권리는 누가 보장해주냐"고 하소연했다.

친구들과 전주로 여행을 가기 위해 슬롯 머신 게임을 찾았다는 프랑스에서 온 관광객 카밀(22)도 "1달 전에 한국에 왔는데 슬롯 머신 게임은 항상 시끄러웠다"며 "서울에 대한 좋은 인식을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종교 단체의 전도 활동으로 인한 시민 불편 호소가 꾸준히 이어진 만큼 지난해 3월엔 '슬롯 머신 게임광장의 건전한 이용 환경 조성을 위한 지원 조례안'이 제정되기도 했다. 조례안 제정으로 슬롯 머신 게임 광장 환경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날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사실상 나아진 점이 없었다.

슬롯 머신 게임 1번 출구 앞에서 근무하던 한 보안관은 "보통 남대문 경찰서 직원이 와서 소음 데시벨을 측정하는데 관할 구역이 모호해서 그런지 제재를 잘 안 하시더라"라고 귀띔했다. 옛 슬롯 머신 게임 건물 앞 광장은 코레일 관할이고 역사 주 출입구 인근 광장은 국가철도공단 소유라 관리 주체가 분산됐다는 것이다.

슬롯 머신 게임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도 "종교 단체 소음 관련한 민원은 조례안이 제정된 3월 이후에도 지속해서 들어오고 있다"며 "다만 우리나라는 헌법에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만큼 시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더라도 무조건 못하게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서·구청은 민원 관리 책임 서로 '떠넘기기'

슬롯 머신 게임 광장에서 발생한 소음 등 민원은 일차적으로 인근의 서울 남대문경찰서가 관할하고 있다. 하지만 슬롯 머신 게임 인근 구조물에 휴대용 확성기를 걸어 전도 활동하는 행위에 대해선 관리 주체가 누구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이다.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이날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해봐야겠지만 허가되지 않은 시설물은 구청에서 철거하는 게 원칙"이라며 슬롯 머신 게임 앞 광장의 주소지인 중구청에 관리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중구청은 종교 단체의 슬롯 머신 게임 활동으로 발생한 소음 단속은 구청 관할이 아니라고 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통화에서 "구청은 영업장에서 크게 음악을 틀어 놓는 등 영업 소음에 대해서는 단속할 수 있지만, 확성기에서 육성으로 발생하는 소음에 대한 단속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