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파리의 서점에서 우리는 슬롯 머신 규칙 된다
최근 인기리에 재개봉한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배경이기도 한 프랑스 고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근현대 문학계의 상징적 살롱이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독립서점으로 불리는 이곳에서 진행된 슬롯 머신 규칙들과의 대담이 책으로 나왔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인터뷰 중 20편을 엄선한 <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다.

‘21세기 가장 중요한 슬롯 머신 규칙들’이라는 수식어답게 거물들이 등장한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아니 에르노를 비롯해 퓰리처상을 받은 콜슨 화이트헤드, 맨부커상 수상자 말런 제임스 등 ‘쟁쟁한 글쟁이’다. 엮은이이자 인터뷰 진행자 애덤 바일스는 이 서점의 문학 디렉터다. 작품 세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슬롯 머신 규칙의 속내와 서사의 비밀 등 독자가 궁금해하는 것을 잘 짚어낸다.

이 책의 묘미는 슬롯 머신 규칙의 명성보다도 대담의 솔직함에 있다. 고매한 담론을 고수하지도, 낭만적 설교를 유도하지도 않는다. ‘대단한 슬롯 머신 규칙’도 때론 생각대로 글이 안 써져서 난감하고, 출판사의 주문에 괴로워하며, 탈고 후엔 고된 노동을 끝낸 듯 허탈해한다는 것. 음악 소설을 쓰기 위해 음반과 녹음 장비를 사용해 ‘청취 훈련’으로 묘사력을 기르고, 자전 소설을 준비할 때는 참담한 가족사까지 복기한다. 직업정신에 충실한 대가의 고뇌는 친근해서 더 공감이 간다. 실감 나는 고백에서 풍기는 ‘사람 냄새’는 독자들을 설득력 있게 흡입한다.

인터뷰의 형식은 경쾌하지만 슬롯 머신 규칙들의 소신은 결코 가볍지 않다. 고독에 대한 고찰, 인종차별 문제, 여성의 주체적 권리, 자유를 증진하는 정치의 중요성 등 대담의 흐름은 작품 소재와 사회 이슈를 넘나든다. 개인 내면 심리를 묘파하는 ‘순수문학’부터 현실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참여소설’에 이르기까지, 슬롯 머신 규칙의식은 유파를 초월해 시대정신으로 통합된다.

그들에게 문학이란 통념의 문법에서 벗어나 세상을 다르게 보는 출구이자 바꿔 나가는 기회다. 에르노의 말을 빌리면, ‘한 시대에 이야기의 닻을 내리는 것’이다. 서사를 역사로 만들어 경종을 울리겠다는 의지, 집단을 추종하기보다 개인 삶의 소중함을 지키려는 마음, 슬롯 머신 규칙 우리가 가진 트라우마 이상의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노력…. 이토록 부박한 세계 속에서, 다시 한번 살아보고자 하는 모든 이가 ‘존재 이유’를 찾는 책이다.

신승민 시인·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