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쓰레기들 청소 시작"…텔레그램 박제방 메이저 바카라 구속

"메이저 바카라 청소 시작."

텔레그램에서 '범죄와의 전쟁' 이라는 이름의 범죄자 박제방을 메이저 바카라하던 A씨가 채널 소개글에 적어 둔 문구다. 정의 구현을 앞세워 사적 제재를 가해온 그는 범죄자들에게 금전을 요구하다 구속돼 검찰에 넘겨졌다. 범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대중이 사적 제재에 열광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사적 제재가 초래할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폭·불법 유흥업소 업주 등 신상 메이저 바카라

26일 경찰에 따르면 대구경찰청 형사기동대는 30대 남성 A씨를 공갈 등 혐의로 이날 구속 송치했다. A씨는 텔레그램에서 범죄자 박제방을 메이저 바카라하며 미성년자를 고용한 보도방 등 불법 유흥업소 업주들을 협박해 범죄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압박했다. 이후 업주들이 이를 무마하려고 제공한 4000만원 상당의 술 접대를 받은 뒤, 술값을 요구하는 업주들을 다시 협박해 지급을 포기하도록 만든 혐의를 받는다.

박제방은 소셜미디어(SNS)에서 일반인의 신상과 범죄 행적 등을 공개하는 단체 대화방을 뜻한다. A씨는 대구, 대전, 인천 등 지역별 하부 채널을 메이저 바카라하며 조직폭력배, 아동 성범죄자, 불법 유흥업소 업주 등을 주요 대상으로 삼아 범죄 사실을 폭로해 왔다. A씨는 범죄 혐의자의 이름과 나이뿐만 아니라 사진, 전화번호, 인스타그램 등 SNS 계정까지 공개했다.

A씨는 범죄자들의 신상을 메이저 바카라하며 자수를 강요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고등학교 여학생을 의제강간한 42세 남성에게 "자수하지 않으면 탈세 등 네 범죄 행위를 모두 폭로하겠다"며 경찰에 자수할 것을 압박했다. 이에 겁을 먹은 일부 범죄자들은 "X월 X일, 저 OOO은 경찰에 가서 자수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영상을 촬영해 A씨에게 보내기도 했다.

A씨는 채널을 메이저 바카라하며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13일 그는 "수많은 수사기관 관계자들이 제 채널을 모니터링하는 걸 알고 있다"며 "어떻게 미성년자 고용을 인정한 주점들이 아직도 영업을 지속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자신이 '박제'한 불법 유흥업소 업주들에 대한 단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전문가들, 사적제재 부작용 경고

A씨가 메이저 바카라하던 채널은 구독자가 3만 명에 달할 만큼 업계에선 유명인사였다. A씨 등 박제방이 인기를 끄는 이유로는 사법 시스템과 국민의 법감정 간 괴리가 자리하고 있다. 낮은 처벌에 대한 불만 등으로 대중이 사적 제재를 통한 '정의 구현'을 원한다는 분석이다. 최근엔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한 유튜버 '전투토끼, 서부지법 폭동 가해자의 정보를 공개한 '크리미널 윤' 등의 사이트가 인기를 끌었다.

일각에서는 A씨가 사적 제재를 미끼로 돈을 벌어들이는 블루오션 시장을 개척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유흥업소 업주뿐만 아니라 불법 도박 사이트 메이저 바카라진 등에게도 범죄 사실을 폭로하지 않는 대가로 '후원금' 명목의 금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유튜버 '쯔양'의 과거를 폭로하겠다며 협박해 돈을 뜯어낸 '구제역'과 '카라큘라' 등의 사례와 유사한 방식이다.

A씨가 구속되며 그가 메이저 바카라하던 방은 중단됐지만, SNS에서 여전히 무수히 많은 범죄자 신상공개 방이 활발히 메이저 바카라되고 있다. 구독자 8000명 규모의 텔레그램 박제방 '블랙리스트'를 메이저 바카라하는 B씨는 지난 24일 "A씨와 얼굴 한 번 본 적 없고 금전 한 푼 받은 적 없다"며 자신의 채널이 건재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문제는 범죄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분별한 신상 메이저 바카라가 이루어질 경우 억울한 피해자가 나올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허위 제보를 통한 개인적 보복이나, 충분한 검증 없이 단순 의혹만으로 신상을 유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2020년엔 강력범죄자의 신상정보를 메이저 바카라하는 인터넷 사이트 '디지털교도소'에 신상이 메이저 바카라된 고려대학교 학생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이 범죄자의 범죄 행각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사적제재가 과도한 복수를 낳게 될 수 있다"며 "이것이 국가가 형벌권을 독점하는 이유"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사적 제재의 확산을 막기 위해 신상메이저 바카라 제도를 더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민이 사적 제재에 열광하는 것은 사법기관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강력범죄자의 신상메이저 바카라를 확대한다면 개인이 직접 가해자를 찾아 응징하려는 시도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