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유통, 2차전지, 건설 업종 기업이 슬롯사이트 수요예측에서 잇달아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 실적 악화로 신용등급 전망이 줄줄이 하향되면서 투자자의 관심에서도 멀어지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기업의 발행금리가 상승하고 미매각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올 들어 슬롯사이트 시장이 반짝 강세를 보인 ‘연초 효과’마저 빛이 바래고 있다.

위기의 유통·2차전지…대기업 슬롯사이트 안팔린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유통업체 이마트(신용등급 AA-)는 지난 18일 열린 7년물 슬롯사이트 수요예측에서 500억원 모집에 35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150억원이 미매각돼 발행금리도 예상보다 높게 책정됐다. 이마트는 개별 민간채권 평가회사 평균금리(민평금리) 대비 -0.3~+0.3%포인트 범위에서 희망금리를 제시했지만 실제 발행금리는 민평금리보다 0.3%포인트 높은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들어 효성티앤씨(A+), 이랜드월드(BBB), AJ네트웍스(BBB+) 등도 슬롯사이트 미매각을 피하지 못했다. 효성그룹 계열사 효성티앤씨는 17일 1000억원 모집을 목표로 수요예측을 진행해 3년물에서 미매각이 났다. 3년물 600억원 모집에 400억원이 들어오는 데 그쳤다.

유통기업 이랜드월드는 1.5년물 슬롯사이트로 600억원 모집에 나섰으나 매수 주문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기계·장비 임대업체 AJ네트웍스는 13일 벌인 수요예측에서 3년물에 목표치(200억원)보다 못한 190억원을 모으는 데 그쳤다.

올해 들어 이달까지 슬롯사이트 발행 규모가 20조원(72건)에 달하며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으나 최근 들어 기업의 발행금리가 오르고 미매각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수요예측 참여가 저조한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석유화학 슬롯사이트인 국도화학은 총 400억원 모집에 500억원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 2년물 200억원 모집에는 300억원, 3년물 200억원 모집에는 200억원이 유입됐다. 2년물과 3년물은 등급민평 대비 각각 0.05%, 0.1% 높은 수준에서 금리가 책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600억원 증액 발행은 어렵게 됐다.

2차전지 업종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용등급 A-인 에코프로는 14일 수요예측에서 간신히 목표 자금을 맞추는 데 만족했다. 2년물 150억원 모집에 150억원 매수 주문을 받아 가까스로 목표액을 채웠다. LG에너지솔루션(AA)은 등급민평보다 높은 금리에 슬롯사이트를 찍는 ‘오버 발행’을 면치 못했다. 건설회사인 SK에코플랜트(A-)도 1년물 0.03%, 1.5년물 0.14%, 2년물 0.14% 등 오버 금리에서 목표액을 채웠다. 석유화학과 2차전지 등 업황이 불안정한 기업은 신용평가사의 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돼 슬롯사이트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