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과 영주, 상주 등 경북 내륙 도시가 서울 가상 바카라권을 제치고 올해 집값 상승률 1~3위를 기록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몇 년간 공급이 뜸한 데다 최근 철도 호재가 잇따르면서 아파트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인구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철도 호재 잇따르는 경북

"가상 바카라 제쳤다" 집주인들 환호…대반전 일어난 '이 동네'
19일 가상 바카라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둘째 주(지난 10일 기준)까지 전국에서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은 지방자치단체는 문경(1.63%)으로 나타났다. 영주(0.92%)와 상주(0.72%)가 각각 2,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 송파구(0.43%)가 4위였다. 연접해 있는 인구 10만 명 미만 소도시의 집값이 서울 핵심 주거 지역보다 큰 폭으로 뛰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교통 불모지로 꼽히던 이 지역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철도 호재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부내륙선 충주~문경 구간이 작년 11월 개통했다. 문경에서 KTX-이음을 타고 수도권 주요 업무지구인 경기 판교까지 85분 만에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시외버스를 이용할 때보다 시간이 90분 단축됐다. 지난해 12월 중앙선 안동~영천 구간 복선화가 완료돼 청량리(서울)~영주~부전(부산)을 잇는 ‘제2의 경부선’도 완성됐다.

철도 호재는 개통 때보다 발표나 착공 단계에서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다. 올해 수서광주선과 남부내륙철도(김천~거제)가 첫 삽을 뜨는 것도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향후 수서광주선, 중부내륙선(경북 김천까지 확장 예정), 남부내륙철도 등이 직결되면 수서(서울)에서 경남 거제까지 2시간30분대에 주파할 수 있다. 이 라인에 걸쳐 있는 문경과 상주 입장에선 호재다. 표찬 싸부원 대표는 “중앙선은 청량리역 진입 때 기존 전철 구간을 이용해 KTX가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수서광주선이 들어서면 더 빠른 속도로 수서에 도착할 수 있어 영주에도 큰 호재”라고 했다. 서울 접근성이 좋아지면 단순히 생활이 편리해질 뿐 아니라 기업과 일자리 등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급 가뭄’ 현상도 한몫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문경의 입주 물량은 2023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제로’(0)다. 상주에서도 2021년 570가구가 공급된 이후 4년째 집들이 소식이 없다. 이처럼 ‘입주 가뭄’이 발생하는 것도 기존 아파트 가치를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풀이된다. 예컨대 문경의 준신축 단지인 모전동 ‘문경코아루’(2014년 준공·450가구)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4억500만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썼다.

영주는 한동안 공급이 없다가 올해 ‘영주아이파크’(428가구)가, 내년엔 ‘영주자이시그니처’(763가구)가 입주한다. 아실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영주자이시그니처는 119건(분양권), 영주아이파크는 78건이 거래됐다. 그만큼 만성 공급 부족 속에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얘기다. 영주자이시그니처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최고 4억3800만원이었다. 이달 4억6400만원에 매매가 이뤄지는 등 3000만원 가까운 프리미엄(웃돈)이 붙어 있다.

비수도권 중에선 경북 지역 외에도 충남 논산(0.31%)의 올해 누적 아파트값 상승률이 돋보인다. 서울 서초(0.25%)와 가상 바카라(0.12%)보다 높다. 국방국가산업단지 조성과 호남선 고속화(대전~논산 구간) 등 호재를 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은 거래량 자체가 적고 기존 아파트값이 저렴해 가격이 크게 뛴 거래 몇 개만 나와도 전체 평균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철도와 인프라 등 개발 호재가 있더라도 인구 감소세 때문에 투자 수요가 붙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