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았어요. 대낮이었으면 달려갔겠죠."

한때 파리의 성공한 변호사이자, 도덕적으로 존경받던 인물인 클라망스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이같이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어둠 속에서는 보는 눈이 없었기에 '선행을 베풀 필요가 없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누가 그를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지난 15일 막을 내린 양손프로젝트의 카지노사이트추천 '전락'은 클라망스의 고해를 통해 인간 내면에 숨겨진 위선과 자기기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사진=김일다
/사진=김일다
전락은 1957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알베르 카뮈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카지노사이트추천이다. 네 명으로 이뤄진 양손프로젝트 멤버 중 배우 손상규가 연출과 각색을 맡고, 클라망스 역할을 1인극으로 소화했다. 그가 무대에서 던지는 질문에 대답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연기가 자연스럽고 흡입력이 있다.

배경은 암스테르담의 술집 '멕시코시티'. 파리의 변호사 생활을 접고 암스테르담으로 건너온 클라망스는 여기서 만난 낯선 이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친절하기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그였지만, 어느 날 카지노사이트추천 아래 강물로 뛰어든 여성을 외면한 이후 깊은 자괴감에 빠진다. 평소의 클라망스였다면 망설임 없이 강물로 뛰어들어 여자를 구해야 했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자신의 선행을 지켜볼 사람이 주변에 없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였다. 클라망스는 자신이 타인의 시선이 닿을 때만 선택적 선행에 나서는, 위선적이고 저속한 카지노사이트추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클라망스는 자신의 민낯과 마주한 이후 자칭 '고해 판사'로 살아간다. 남들이 모르던 자신의 치부를 고백하면서 상대도 자신과 다를 바 없는 죄인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역할이다. 클라망스는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는 듯 하다가도 "다 외워서 말하는 것"이라며 참회조차 연기라는 점을 드러낸다.

무대는 80여분 내내 카지노사이트추천 의자만 등장하는 단출한 구성이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묵직하다. 이타적인 행동은 과연 존재하는가? 보여주기식 선행을 베푼 적은 없는가? 나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껄끄럽지만 피할 수 없는 질문들이 관객을 스스로 돌아보게 한다.

그렇다고 무대가 엄숙한 분위기만으로 가득 찬 것은 아니다. 중간중간 웃음을 터뜨릴 순간들도 많다. 황당하거나 씁쓸하거나 공감이 가는 웃음이 절로 지어진다. "누구라도 완전히 깨끗하게 사는 사람이 있습니까?" 클라망스의 외침이 적잖은 위로가 되기도 한다.

양손프로젝트의 전락은 국립극단이 민간극단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난 13일부터 사흘 연속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됐다. 한국 카지노사이트추천계의 떠오르는 창작집단 양손프로젝트의 또 다른 무대가 보고 싶다면 오는 10월 16~26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유령'(가제)을 추천한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