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주주환원 정책인 바카라 사이트 소각이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 분리) 등 지분 규제와 충돌하는 상황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바카라 사이트 소각으로 최대주주 지분율이 법상 허용치를 초과하고, 이에 따른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가 주가를 짓누르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수십 년 전 만들어 놓은 낡은 규제에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의 발목이 잡히는 모양새다. 정부가 밸류업과 지분 규제를 둘러싼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기업 바카라 사이트 소각 2.5배 급증

바카라 사이트 소각 때마다 '금산분리' 발목…'밸류업 딜레마'
12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장사의 바카라 사이트 소각 규모는 12조139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4조7429억원) 대비 156.0% 급증한 수치다. 국내 상장사들이 주가 하락을 방어하고,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동참하기 위한 차원에서 바카라 사이트 소각을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카라 사이트 소각이란 기업이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을 취득한 뒤 없애버리는 행위다. 바카라 사이트를 소각하면 발행 주식 수가 감소해 다른 주주들의 지분율이 올라가게 된다. 주주로선 보유 지분의 가치가 상승하는 등 직접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법상 한도에 임박한 기업에선 바카라 사이트 소각을 두고 셈법이 복잡해진다. 바카라 사이트를 소각하면 최대주주 지분율이 상승해 법상 기준선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회사에서 이 같은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 금융법은 금산분리 원칙을 비롯해 매우 촘촘하게 지분 관련 규제를 정하고 있어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이날 오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삼성전자 주식 2700억원어치를 처분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금산분리 규제를 담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선 금융회사의 비금융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를 10% 등으로 설정하고 있다. 양사는 이미 삼성전자 주식을 10% 보유하고 있었다. 삼성전자가 3조원 규모의 바카라 사이트 소각을 예고하면서 두 보험사의 지분율은 10.08%로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결국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선제적으로 초과 보유 지분(0.08%)을 매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삼성전자는 올해 11월까지 바카라 사이트 7조원을 추가 매입할 계획인데, 이 중 일부 물량을 소각한다면 두 보험사의 지분 매각 금액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지분 규제가 밸류업 정책과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바카라 사이트를 소각했는데,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법상 한도를 초과해 주식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 밸류업 효과는 반감될 수 있다. 통상 블록딜은 시가 대비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진다. 시장에서 최대주주 블록딜을 악재로 받아들이는 까닭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올라가 법상 리스크가 발생할 것을 우려한 기업들이 바카라 사이트 소각에 소극적으로 임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 바카라 사이트 딜레마 빠진 금융회사

최근 삼성화재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삼성화재는 지난달 말 내놓은 밸류업 계획에서 “현재 15.93%인 바카라 사이트 비중을 2028년까지 5%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삼성화재가 바카라 사이트를 소각하면 최대주주인 삼성생명 지분율(14.98%)이 법상 한도(15%)를 초과한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금융위로부터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은 회사만 15% 넘는 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

앞으로도 바카라 사이트 소각 확대 흐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는 작년 말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바카라 사이트를 5% 이상 보유한 상장사는 바카라 사이트 보유 현황·목적과 처리 계획을 공시하도록 했다.

밸류업 정책과 지분 규제 간 충돌을 바로잡지 않으면 지배구조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바카라 사이트 소각 등으로 인한 보유 지분 한도 초과에 한해선 예외적으로 정부가 승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형교/강현우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