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사이트 작가 / 사진. © 이진섭
메이저사이트 작가 / 사진. © 이진섭
자신이 직접 만든 재료로 온 힘과 정신을 캔버스에 쏟아내는 작가가 있다. 그의 '선'과 '색'은 전쟁터의 총성처럼 실감 나고, 깊게 팬 상처메이저사이트 흐르는 피처럼 짙어 관람객의 잠들었던 신경과 DNA를 깨어나게 한다. 베를린을 근거지로 활동하고 있는 한재열 작가의 이야기다. 작년 10월 프리즈 런던 기간, 아르떼 레이더에 잡힌 그가 설 연휴에 귀국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의 서울 작업실로 향했다.

▷ 아르떼 독자에게 소개 부탁해요.

"베를린메이저사이트 활동하고 있는 작가 한재열입니다. 약 5년 정도 거주했고, 서울에도 작업실을 갖고 있어서 두 도시를 오가며 회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메이저사이트 작가 / 사진. © 이진섭
메이저사이트 작가 / 사진. © 이진섭
▷ 회사 생활을 하다가 입대하셨고,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때 파병 생활 후 화가의 길을 선택하셨네요. 사회인 메이저사이트이 예술가의 길을 선택한 내적 필연성 같은 게 있었나요.

"군 복무 중이었던 2010년에 아이티메이저사이트 대규모 지진이 일어났는데요, 당시 파병 공고를 보고 지원했습니다. 지진 발생 후 한 달 만에 아이티로 갔는데, 지진피해 복구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도착했을 당시 아이티의 상황은 굉장히 적나라했어요. 병원, 경찰서, 감옥 등 행정시설과 사람들의 일상이 다 무너진 상태였고, 혼란과 참혹함을 매일 같이 경험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때부터 주변과 인간 내면을 좀 더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제가 미술가로서 추구해야 할 가치들을 깊게 고민했던 것 같아요.

복무를 마친 후 아일랜드로 떠나 스스로에게 그림만 그리며 살 자격이 있는지, 견딜 수 있는지 시험하는 시간을 보냈고, 매일 그림을 그리다가 반년쯤 지났을 때, 그림 하나를 그렸는데, 그 그림메이저사이트 확신과 용기를 얻었어요. 그 후 그림을 그리는 일에 대한 의심도 완전히 사라졌고요."

▷ 평범한 일상보다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참혹했던 재난의 파편과 혼란 속메이저사이트 예술가의 내재적인 에너지가 움튼 것일 수 있겠네요. 제대 후 서울 작업실메이저사이트 치열하게 그리다가, 베를린으로 향하셨죠. 왜 베를린이었나요.

"2014년부터 서울메이저사이트 작업하다가 2019년 겨울 즈음 (팬데믹 직전에) 베를린으로 터를 옮겼는데, 도시가 문화, 예술, 인프라 등이 균형 잡힌 느낌이었어요. 간혹 밀도 높은 학술 전시를 포함해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전시가 열리는데, 이런 것들이 굉장히 저를 포함한 여러 작가들에게 열려 있다고 생각했어요. 독일의 다른 도시와 유럽의 다른 국가들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문화적 풍요로움이 주는 영향력이 저에게 컸어요."
베를린에서 작업한 <Quadtych alt=(2024), 220 x 190cm, Oil on Canvas / 사진. ⓒ 한재열">
베를린메이저사이트 작업한 <Quadtych(2024), 220 x 190cm, Oil on Canvas / 사진. ⓒ 한재열
▷ 베를린메이저사이트 활동하지만, 서울 작업실메이저사이트도 작업하고 계시죠. 지금처럼. 작가 나름의 목적성이 있는 것 같은데요.

"베를린메이저사이트 작업을 하는데, 전시가 서울메이저사이트 이루어지기도 하니까 유연성을 가지려고 하는 게 있어요. 제가 좀 거시적으로 보고 이렇게 일부러 놔둔 그런 부분도 있거든요. 만약 한국메이저사이트 전시를 하게 되면, 서울 작업실에 있는 작품들로 전시를 해야 하는 점도 염두에 뒀고, 역으로 베를린메이저사이트도 마찬가지예요.

작품 완성 직후 바로 누군가의 품으로 혹은 갤러리로 바로 보내버리는 게 아니라, 자신의 그림을 충분히 봐야 그 지점메이저사이트 다음 작업을 했을 때 더 좋은 작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처음 뵈었을 때 제 앞메이저사이트 무언가를 계속 그리고 계셨는데, 자신의 습관 중 하나가 상대의 초상화를 스케치하는 게 습관이라고 했던 게 기억나요. 물론 제 얼굴도 수많은 선으로 그려주셨고요. 이런 행위의 동기는 무엇인가요. 수많은 우연의 선으로 구상해 나가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초상화보다는 드로잉이라는 행위에 더 의미를 두는 것 같아요. 저에게 드로잉은 모든 작업의 시작점이고, 습관 같은 거예요."
사전 인터뷰 때 카페메이저사이트 한재열 작가가 그려준 드로잉 / 사진. © 이진섭
사전 인터뷰 때 카페메이저사이트 한재열 작가가 그려준 드로잉 / 사진. © 이진섭
▷ 故 박서보 선생님께서 생전에 그리는 행위가 무의식적인 수행이라고 하셨는데, 메이저사이트님의 드로잉도 그런 맥락이네요.

"네. '언제나 그릴 준비가 되어있다. 그리는 것에 집중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원초적인 감정인데 이게 메이저사이트에게 필수적이고 본질적인 요소라고 생각해요.

▷ 그렇다면, 드로잉의 결과가 왜 초상화 혹은 인물의 메이저사이트일까요.

"얼굴을 그리는 것은 <Passersby 연작의 일부예요. 저는 어떤 사람의 외형을 기록메이저사이트 전통적인 의미의 초상화를 그리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외형을 해체하고, 성별, 나이, 인종 따위의 특질이 지워진 '얼굴이 없는 얼굴'남겨요. 얼굴은 사회적 정체성과 깊이 연결되어 있고, 사람이 상대를 인식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되는데요. 얼굴이 한 개인의 정체성을 함축메이저사이트 공간이기 때문이에요.

제가 얼굴메이저사이트 주목한 것은 결국 '이미지'예요. '데스마스크(Death Mask: 죽은 자의 얼굴을 본떠 만든 안면상)' 같은 건데요. 로마 시대에 데스마스크는 조상 숭배와 가족 제례메이저사이트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가족의 정체성을 지키고 법률적 지위를 보장받기 위한 목적으로 집 안에 보관되었는데, 이것을 'Imago(이마고)'라고 불렀고, 'Image(이미지)'의 어원이기도 해요.

▷ 드로잉도 그렇고, 작가님의 작품 <Passersby, <Bystanders를 보면 기본 단위가 '점'이 아닌 '선'이 중심이고, 그것들이 나름의 에너지와 방향성을 갖고 있다는 면메이저사이트 '표현주의'적이었어요.

"표현주의적이라는 것은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과 밀접하게 연결되는데, 저는 감정보다 조형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충돌과 균형, 그 관계 속메이저사이트 회화가 작동하는 방식에 더 집중하려 해요. 제 작업이 표현주의적이라고 느껴지는 이유는 작품의 색채나 조형 요소가 즉흥적이거나 감정적인 흔적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인데, 저는 이들을 감정을 전달하는 도구로 사용하기보다 보는 사람이 작품 속메이저사이트 '어떻게 하면 자신만의 감각을 찾을 수 있을까'에 무게를 두고 있어요."
작품 <Passersby alt=를 들고 있는 한재열 작가의 모습 / 사진. © 이진섭 ">
작품 <Passersby를 들고 있는 메이저사이트 작가의 모습 / 사진. © 이진섭
▷ 작가님의 <Bystanders나 <Passersby 모두 연작 같아요. 또 이 두 연작은 다른 완성물이지만 하나를 관통메이저사이트 주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요.

"제가 현재까지 작업한 많은 그림 들 중에 두 종류의 연작이 있어요. 언급하신 <Passersby와 <Bystanders인데요. <Passersby는 개인의 이미지를, <Bystanders는 군중의 이미지를 메이저사이트 시리즈예요.

<Passersby는 여러 도시의 길거리메이저사이트 수집한 얼굴들을 그리는 프로젝트예요. <Passersby는 '익명화 기법'을 사용하여 실존 인물의 특징을 해체하고, 감상자가 작품 이면에 존재하는 시나리오와 감정을 상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핵심이에요. 10년 전에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는 프로젝트인데, 관객과 이미지 간의 변증법적 상호작용을 끌어내고 싶었어요. 관객이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감정을 투영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Bystanders는 <Passersby 시리즈의 확장된 버전인데, 역사적 사건, 재난, 전쟁 속에 있는 군중의 이미지를 통해 복잡한 관계성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군중은 익명성을 통해 거대한 집단적 서사를 만들어내곤 하는데, 저는 몽타주 방식을 이용하여 작품 안메이저사이트 개인의 서사를 잃지 않으면서 집단적 경험을 시각적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연구했어요. <Passersby가 '얼굴 없는 얼굴'에 중점을 둔다면, <Bystanders는 '서사 없는 서사'를 통해 군중 속메이저사이트 개인과 군중의 존재론적 역학을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The Gathering, Bystanders alt=(2020), 194 x 130.5cm, Pigment Bar on Linen / ⓒ 한재열">
<The Gathering, Bystanders(2020), 194 x 130.5cm, Pigment Bar on Linen / ⓒ 메이저사이트
▷ 작품들이 굉장히 규모가 커요. 구상 측면메이저사이트 미적 완결성을 위해 어떤 점을 신경 쓰시나요. 특별히, 큰 그림을 추구하는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회화메이저사이트 특히 조형 요소의 충돌 같은 것에 집착하는 편이에요. 회화에 관한 많은 생각과 행동은 충돌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는데, 가급적 필요한 모든 조형적 요소를 뒤섞고 혼동시키되, 각각의 의미와 기능을 구분하고 그 안메이저사이트 질서를 찾고 엮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저는 '작가의 키보다 큰 캔버스'를 '규모가 큰 캔버스'로 분류메이저사이트데, 손과 온몸으로 그려야 메이저사이트 크기예요. 신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뭔가 하기에 그 한계를 맞닥뜨리는 일이잖아요. 그 순간의 치열함, 발견을 큰 작업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것 자체가 이야기가 되기도 하고요."

▷ 유화물감을 직접 만들어 쓰신다고요.

"네. 기성품은 대량 생산이라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고, 제가 막상 원메이저사이트 색을 찾을 때 없기도 해서 답답함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자신만의 재료를 만들기로 한 것은 작품의 '질'과 '완성도'에 대한 집착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구상하고, 원하는 표현이 있는데 그것에 적합한 재료가 있으려면 직접 재료를 만드는 것밖에 없겠더라고요. 오랜 시간 집착한 결과가 고체형 유화물감 '피그먼트 바(Pigment bar)'예요. 여러 가지 실험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산업용으로 사용되는 현대적인 안료를 혼합했고, 점성을 변화시켜보았어요. 용제 중메이저사이트 기름이 안료를 가장 많이 운반하기 때문에 다른 재료보다 같은 면적메이저사이트 더 밀도 있는 색상을 뿜어내거든요. 여러 시도 끝에 저는 립스틱과 유사한 제형을 가진 '피그먼트 바’를 만들 수 있었어요.

물감 덩어리를 손으로 움켜잡아 브러시처럼 '피그먼트 바'를 사용하면서, 제 몸과 흔적과 힘의 방향이 작품에 그대로 표현되고 조소적이면서 회화적인 접근도 가능해졌습니다."
[위] 메이저사이트 작가가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재료 ‘피그먼트 바’ [아래] '피그먼트 바' 제조 작업의 흔적들 / 사진. © 이진섭
[위] 메이저사이트 작가가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재료 ‘피그먼트 바’ [아래] '피그먼트 바' 제조 작업의 흔적들 / 사진. © 이진섭
▷ 색에 대한 고찰과 집착이 만들어낸 재료, '피그먼트 바'… 대단합니다. 작품을 보면서 '촉각적 조형성'과 '환영적 미감'을 동시에 느낀 게 '재료'와 '그린다'라는 행위의 최종 자극점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많은 작가들이 이 재료를 탐낼 거 같은데요. 작가님이 좋아메이저사이트 색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네, 실제로 주변의 많은 작가님들이 제가 어떤 재료를 쓰는지 궁금해 하세요. 좋아메이저사이트 색깔은 검정, 빨강, 노랑, 파랑, 흰색이에요."

▷ 작품 중 <Passersby와 <Bystanders가 연작이라고 하셨는데, 그림의 스토리라인이 중요할 것 같아요. 작품이 놓인 맥락이 전시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 같기도 하고. 추상을 바탕으로 구상과 맥락을 완성해가는 편인가요. 아니면 기획과 스토리 위에 추상을 덧대는 편인가요.

"저는 사회적 현상과 역사에 관심이 많아요. 군중을 다룬 <Bystanders 연작은 AP 뉴스 비디오 아카이브를 레퍼런스로 참고했어요. 단, 실제 이야기를 그대로 노출하지 않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서 알아볼 수 없게 만드는 작업을 해요. 랜덤하게 보일 수 있는 이야기들을 전시메이저사이트 하나로 묶어서 공개하고, 관객이 연결점을 찾고, 상상하고, 조립하면서 각자 맥락을 사유할 수 있도록 몽타주 방식을 사용해요. 제 개인적인 관점도 중요하지만, 관객이 받아들이는 작품 이면에 존재하는 이야기와 감정을 상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메이저사이트 작가가 ‘피그먼트 바’로 작업하고 있다. / 사진. © 이진섭
메이저사이트 작가가 ‘피그먼트 바’로 작업하고 있다. / 사진. © 이진섭
▷ 평소 작업 시간과 한 작품이 완성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궁금합니다.

"저는 틈만 나면 그림을 그려요. 작품마다 다르긴 한데, 3시간 만에 완성된 것도 있고, 2년 동안 계속 그려 나가는 작품도 있어요."

▷ 그림을 그리지 않는 시간에는 무엇을 하나요. 좋아메이저사이트 작가는 누구인가요.

"베를린 국립도서관에 가서 카탈로그 레조네(Catalogue Raisonné: 메이저사이트의 작품리스트를 모두 모아 정리한 도록)를 봐요. 최근에 뭉크의 카탈로그 레조네를 보았습니다. 시대를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폴 루벤스를 좋아하고요. 그리스 메이저사이트 야니스 쿠넬리스를 좋아합니다."
메이저사이트 작가의 서울 작업실에 놓인 작품들 / 사진. © 이진섭
메이저사이트 작가의 서울 작업실에 놓인 작품들 / 사진. © 이진섭
▷ 올해 계획은 무엇인가요. 앞으로 어떤 메이저사이트가 되고 싶은지도 궁금합니다.

"유럽과 아시아 기반의 갤러리와 일하고 싶어요. 오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같이 성장할 갤러리를 물색 중이에요. 작품을 보고 '이건 메이저사이트 작가가 그린 것이다'라고 알 수 있도록, 직관적이고 정동적인 작가가 되고 싶어요."
메이저사이트 작가 / 사진. © 이진섭
메이저사이트 작가 / 사진. © 이진섭
이진섭 칼럼니스트•아르떼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