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탐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피청구인석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탐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피청구인석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말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후 처음으로 4일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는 12·3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 5인방’으로 분류되는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 방첩사령관과 주요 정치인 체포 지시 관련 발언으로 윤 대통령 기소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증인으로 나와 주목을 끌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당일 정치인 체포 의혹과 관련, “슬롯 머신 위에 떠 있는 달 그림자를 쫓는 듯한 느낌”이라며 적극적인 ‘셀프 변론’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께부터 서울 재동 헌재에서 열린 변론기일에 출석했다. 지난달 26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등검찰청장)가 그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한 이후 외부 일정에 나선 건 처음이다. 탄핵심판에는 지난달 21일 3차 변론부터 매회 참석해 이날이 세 번째다.

이날 헌법재판관들이 양측 대리인에만 증인 신문을 허용하면서 윤 대통령이 직접 대질하는 모습은 연출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증인 신문이 이뤄진 시간 대부분 두 눈을 감은 채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다가 첫 순번 증인으로 나선 이 전 사령관 신문이 끝난 직후 발언 기회를 얻어 국회 봉쇄 상황과 관련한 증언을 부정하고 나섰다. 그는 “실제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니, 받았니 하는 얘기들이 마치 슬롯 머신 위에 떠 있는 달 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이라며 “국군 통수권자로서 장교들 진술에 이러니저러니 말을 섞고 싶진 않지만, 상식에 근거해서 보면 사안의 실체가 어떤 건지 잘 알 수 있지 않나 하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이 전 사령관은 국회 봉쇄를 위한 병력 투입과 관련된 국회 측과 재판관 질의에 대부분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했다. 그는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회)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고 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는 전화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의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해당 내용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바 있다. 정형식 재판관이 “윤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 중 기억나는 부분이 있냐”고 묻자 “있지만, 답변이 제한된다”고 답했다.

이 전 사령관은 진술 거부 사유에 대해 “저도 형사소송법에 의거해 공소가 제기된 상황이다. 검찰 조서에 대한 증거 인부(인정 또는 부인) 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며 조서에 대한 동의 여부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헌재에서의 발언이 본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취지다.

장서우/황동진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