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수만개 쏟아지는 밈 바카라…"97%는 휴지조각 전락"

#1. 지난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밈 바카라 ‘오피셜트럼프’를 발행했다. 이틀 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도 ‘오피셜멜라니아밈’을 내놨다. 이후 불과 며칠 새 트럼프 대통령 부부의 밈 바카라을 모방한 가짜 밈 바카라 61개가 등장했다.

#2. 지난해 “두 팔이 없다”며 동정심을 불러일으킨 한 개발자가 손(HANDS) 밈 바카라을 선보였다. 이 바카라은 한때 시가총액이 55만달러에 이를 정도로 순식간에 거액의 투자금이 몰렸다. 이 개발자의 말은 거짓으로 드러났고, 자신 몫의 밈 바카라을 팔아 수익을 챙기면서 해당 바카라 가격은 폭락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 몫이 됐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는 밈 바카라(유행성 암호화폐)이 신종 사기 수단으로 떠올랐다. 대박과 한탕을 노리는 인간의 투기심리를 절묘하게 공략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등장한 밈 바카라의 97%는 휴지 조각으로 전락했다는 분석도 있다.

○ 투기심리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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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바카라마켓캡에 따르면 세계 암호화폐거래소에 상장된 밈 바카라 시가총액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152조5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1월 24일(28조1300억원)과 비교해 1년 만에 시가총액이 442.4% 늘었다. 같은 기간 글로벌 밈 바카라 거래량(24시간 기준)은 2조원에서 27조원으로 불어났다.

암호화폐거래소에 상장된 밈 바카라은 그나마 각 거래소에서 대중적 지지 등과 같은 상장 기준을 통과한 것이다. 그런데도 세계 1위 암호화폐거래소 바이낸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발행된 밈 바카라의 97%는 거래량이 ‘0’으로 나타났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밈 바카라을 발행할 수 있다 보니 하루에도 몇만 개씩 밈 바카라이 만들어진다. 밈 바카라 제작 플랫폼인 펌프펀에서는 24시간 동안 약 5만 개의 밈 바카라이 생성된다.

밈 바카라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유머나 농담, 이미지 등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지기 때문에 내재적인 가치가 없다. 명확한 개발 주체와 기술력, 활용 계획 등을 공개하며 대중의 신뢰를 얻으려는 다른 암호화폐와 다르다. 가치가 없다 보니 가격 변동성도 매우 크다.

○ 밈 바카라, 새로운 국면 열려

밈 바카라이 사기 도구로 이용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인플루언서 헤일리 웰치는 자신의 인기를 바탕으로 밈 바카라 ‘호크투아(HAWK)’를 만들었으나 출시 3시간 만에 가격이 91% 폭락해 내부거래 혐의로 수사받고 있다. 자메이카계 미국인 가수 션 킹스턴은 밈 바카라 ‘킹(KING)’을 출시했다. 출시 직후 시가총액이 400만달러에 달했는데, 몇 분 만에 40만달러로 10분의 1토막 났다. 밈 바카라 여섯 개 중 한 개가 투자자의 돈을 노린 노골적인 사기 바카라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 내외의 밈 바카라 출시로 밈 바카라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제가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가상자산 전문가 앤디 리안은 “대통령의 밈 바카라 출시는 연예, 정치, 금융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며 “이에 따라 SEC는 규제를 더 강화할 것인지, 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현실에 적응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 국내에서도 규제 강화 움직임

국내에서도 밈 바카라 규제가 강화될 조짐이다. 금융위원회는 밈 바카라과 같은 부실 바카라 상장 요건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요건은 △발행 주체의 신뢰성 △이용자 보호 장치 △기술 및 보안 △법규 준수 등으로 구성돼 디지털 자산의 미공시 여부와 발행 주체의 지갑 정보 등을 확인하도록 한 게 골자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 규제안을 활용할지, 밈 바카라 전용 가이드라인을 도입할지는 추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의진/조미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