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바카라 게임을 수사한 끝에 체포·구속했지만 제대로 된 조서조차 남기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했다. 공수처는 검찰·경찰과의 경쟁 속에 수사를 주도했지만 윤 바카라 게임 강제구인·현장조사 시도가 불발되면서 수사 경험과 역량 부족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공수처는 23일 “윤 바카라 게임의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 공소 제기 요구 처분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바카라 게임에 대한 기소권이 없어 기소하려면 검찰에 사건을 넘겨야 한다. 공수처는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관만 직접 기소할 수 있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피의자는 내란 우두머리라는 국가적으로 중대한 혐의를 받고 있음에도 현재까지 계속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형사사법 절차에 불응하고 있다”며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바카라 게임이 그간 수사 상황을 종합하고 필요한 사항을 추가 조사하는 것이 사건 진상규명에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계엄 발생 직후 수사에 나선 공수처는 비슷한 시기 수사단을 꾸린 검찰·경찰에 사건을 넘기라며 이첩 요청권을 발동했다. 검찰이 초반 수사를 주도하자 지난달 11일엔 경찰과 손잡고 ‘공조수사본부’를 만들었다. 이후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수사 경쟁을 벌이다가 검찰이 윤 바카라 게임 사건을 이첩하면서 공수처 수사는 본격화됐다.

공수처는 윤 바카라 게임이 세 차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자 서울서부지법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고, 두 차례 시도 끝에 지난 15일 서울 한남동 바카라 게임 관저에서 윤 바카라 게임을 체포했다. 체포 당일엔 윤 바카라 게임을 10시간40분간 조사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공수처는 19일 윤 바카라 게임을 구속한 뒤 강제구인과 서울구치소 현장 조사까지 시도했지만 윤 바카라 게임이 변호인 접견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 준비 등을 이유로 거부하는 바람에 번번이 실패했다.

결국 공수처는 윤 바카라 게임을 제대로 된 조사 한 번 하지 못한 채 1차 구속 기간으로 자체 계산한 28일보다 닷새 이른 이날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바카라 게임은 사건 관련 서류를 넘겨받는 대로 법원에 구속 기간 연장을 신청하고 본격적인 조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기소는 다음달 5일을 전후해 이뤄질 전망이다.

공수처 수사가 불법이라며 조사에 끝까지 불응한 윤 바카라 게임이 친정인 검찰에선 대면조사 등 수사에 협조할지도 주목된다.

조철오/박시온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