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바카라 게임SG 2025’ VIP 프리뷰를 찾은 방문객들이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바카라 게임SG 제공
지난 16일 ‘바카라 게임SG 2025’ VIP 프리뷰를 찾은 방문객들이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바카라 게임SG 제공
지난 16~19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바카라 게임SG 2025’가 기대와 달리 부진한 성적으로 마무리됐다. 글로벌 경기 성장 둔화와 로스앤젤레스(LA) 산불 등 악재가 겹치면서 고가 대작을 찾는 서양권 ‘큰손’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다. 미술계에선 올해 줄줄이 예정된 아시아권 바카라 게임페어의 흥행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바카라 게임SG는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컨템포러리 바카라 게임페어다. 2023년 글로벌 금융그룹 UBS 주최로 시작됐다. 아시아 금융 허브인 싱가포르의 입지와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신흥 미술 수요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것이 강점이다. 1월에 열리는 글로벌 바카라 게임페어란 점에서 ‘한 해의 미술시장을 가늠하는 척도’로도 꼽힌다. 올해 국내 갤러리 9곳이 부스를 차렸다.

바카라 게임·유럽 ‘슈퍼리치’ 떠났다

VIP 개막 첫날인 16일 행사 마감 시각인 오후 9시까지 행사장이 붐볐지만 판매 실적은 아쉬웠다는 반응이 많았다. 120만달러(약 17억원)에 팔린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남자’(1969)를 제외하면 수십억원대 대작 거래는 손에 꼽혔다. 이탈리아에서 참가한 갤러리 관계자는 “작품 문의는 종종 있었지만 행사 이틀째까지 실질적인 판매로 이어지진 않았다”고 했다.

미국과 유럽 등지 슈퍼컬렉터의 발길을 붙잡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미술시장의 전반적인 침체 여파가 한몫했다. 중동 및 우크라이나 정세와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 등 지정학적 변수도 불확실성을 키웠다. 지난 7일 LA 산불까지 겹치며 미국 서부 수집가 상당수가 참가를 고사했다. 한 미국인 컬렉터는 “미술시장 침체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추세”라며 “수천달러씩 들여 멀리 있는 아시아 바카라 게임페어까지 찾을 여유가 없다”고 했다.

행사장에 부스를 차린 ‘메가 갤러리’의 수도 해마다 줄고 있다. 올해 바카라 게임SG에 참가한 갤러리는 105곳으로 출범 첫해인 2023년 164곳과 비교하면 3년 연속 쪼그라들었다. 가고시안과 화이트큐브 등 굵직한 갤러리들이 자리를 지켰지만, 지난해 발을 뺀 데이비드즈워너와 페이스갤러리는 올해도 돌아오지 않았다. 지난 2년간 참가한 한국 국제갤러리도 올해 행사엔 불참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견급 화랑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작품 위주로 부스를 구성했다. 10년 이하 신생 갤러리들이 참가하는 퓨처스 섹션 갤러리들은 5만달러 안팎 작품으로 부스를 꾸렸다.

“이대로면 ‘프리즈 서울’도 안갯속”

한국 작가로서는 리만머핀 부스에 출품된 김윤신의 조각 ‘합이합일 분이분일’ 시리즈의 2013년 작품이 싱가포르바카라 게임뮤지엄의 영구 소장품 명단에 들었다. 국내 갤러리인 조현화랑이 출품한 이배의 ‘불로부터’ ‘붓질’ 등 7점에는 일찌감치 판매 완료를 알리는 ‘빨간 스티커’가 붙었다. 강강훈과 이광호의 회화도 2만~3만달러 선에 주인을 만났다.

미술계에선 “국내 작가들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올렸지만, 전년보다 침체한 국제 바카라 게임페어의 상황을 체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화랑가 한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등지의 컬렉터들이 아시아권 바카라 게임페어를 찾을 만한 차별화된 매력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불안정한 정세가 회복되지 않으면 올 하반기 프리즈 서울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