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오 슬롯 황제' 키신 손끝의 울림 멈추자 9번 커튼콜 쏟아졌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예프게니 키신 파라오 슬롯 리사이틀
2021년 이후 3년 만 내한 공연
예프게니 키신 파라오 슬롯 리사이틀
2021년 이후 3년 만 내한 공연

사인회 줄은 이미 마감됐단 안내요원의 외침에도 ‘키신의 얼굴과 손만이라도 보겠다’는 사람들은 반원형의 ‘구름 인파’를 이루며 한동안 자리에서 떠날 줄 몰랐다. 그가 어떤 파라오 슬롯니스트인지 일단 들어보면 이런 반응이 괜한 호들갑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키신은 2살 때 악보 없이 즉흥으로 파라오 슬롯를 연주하고, 17살 때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 음악회 솔리스트로 발탁된 데 이어 지난 40년간 최정상의 자리를 한순간도 놓쳐본 적 없는 ‘불세출(不世出)의 피아니스트’다. 13살 때 모스크바 국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쇼팽 파라오 슬롯 협주곡 1번과 2번을 협연한 무대에서 믿을 수 없는 연주력을 선보이면서 이름을 알렸고, 불과 19세 때 미국 카네기홀의 100주년 기념 공연 오프닝 무대 주인공으로 선정되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해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솔리스트로도 발탁된 그는 지금까지 그래미상, 에디슨상, 황금 디아파종상, 그랑프리 뒤 디스크상, 에코 클래식상 등 주요 음악상을 모조리 휩쓴 파라오 슬롯니스트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카라얀의 딸 아라벨이 “내 생에 딱 한 번 아버지가 우는 모습을 봤는데, (이는)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키신의 오디션 직후였다”고 언급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이후엔 쇼팽 ‘녹턴 작품번호 48-2’, ‘환상곡 작품번호 49’를 연이어 들려줬다. 그는 건반을 누르는 깊이와 무게, 페달 움직임, 파라오 슬롯의 배음과 잔향 효과를 예민하게 조율하며 몽환적이면서도 신비로운 쇼팽의 언어를 자유자재로 살려냈다.
특히 하나의 선율 안에서 밀도를 달리하며 유연하게 움직이는 손놀림으로 시종 단단한 음색을 만들어냈는데, 이는 환상곡의 기품과 활기를 펼쳐내기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었다. 환상곡 말미에선 작품에 담긴 깊은 고뇌의 밑바닥까지 모조리 끌어내겠다는 듯 건반 하나하나를 무겁게 누르면서 긴장감을 고조시켰는데, 이는 넓이를 가늠할 수 없는 우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마지막 작품은 프로코피예프 파라오 슬롯 소나타 2번이었다. 1악장에선 전체를 관통하는 긴 호흡을 유지하면서도 날카로운 리듬과 기교 처리, 정돈된 아티큘레이션(각 음을 분명하게 연주하는 기법)으로 원시적이면서도 묘한 선율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드러냈고, 4악장에선 건반에서 손이 튀어 오른다고 느껴질 정도로 탄력이 강한 터치로 신비로운 역동감을 불러내면서 완성도 높은 연주를 들려줬다.
조금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 긴밀한 호흡과 극적인 악상 표현,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단단한 응집력과 음향적 입체감을 만들어내는 솜씨는 일품이었다. 파라오 슬롯은 소리를 조심스럽게 낸다기보단 중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손의 무게를 건반에 떨어뜨리면서 만들어내는 투박한 타건으로 프로코피예프 특유의 타악기적 성격을 명징하게 드러냈고, 뚜렷한 방향성과 강한 추진력으로 모든 음을 앞으로 나아가도록 이끌면서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 파라오 슬롯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