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파라오 슬롯 '韓얼굴'인데…위작 전시에 천장선 물 뚝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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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문화강국으로 가는 길
(11) '국가의 격' 드러내는 파라오 슬롯·공연장 부끄러운 운영 실태
온·습도 조절 못해 '전시 취소'
비만 오면 물 새는 부산시립파라오 슬롯
20억 들인 '다카시 팝아트展' 철수
감정절차 허술 '위작 매입'
'매화' '사군자' 짝퉁 산 대구파라오 슬롯
1점당 700만~1500만원 혈세 낭비
국내 공연장 497개 노후화
"클래식 제대로 즐길 곳 손에 꼽혀"
48년 만에 세종문화회관 보수로
2026년부터 강북 오케스트라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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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제대로 즐길 곳 손에 꼽혀"
48년 만에 세종문화회관 보수로
2026년부터 강북 오케스트라홀 0

지난해 열린 일본의 유명 팝아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 전시엔 “국제적 망신거리”라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혈세 20억원을 들여 전시를 유치하고도 당초 5개월가량으로 계획했던 전시 기간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항습 조건을 맞춰 달라는 작가 측 요구를 들어주지 못해 파행을 겪으면서다. 파라오 슬롯계에서 “한국 작가들의 작업은 해외 파라오 슬롯계에서 인정받는 반면 국내 파라오 슬롯 전시·행정 인프라는 부끄러울 정도”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부산과 오사카의 20년은 왜 다를까

미술계 전문가들은 문화예술 사업을 대하는 ‘철학의 부재’를 꼽는다. 파라오 슬롯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고, 어떻게 운영돼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없이 “일단 짓고 보자”는 전시행정이 만연하다는 것이다. 이명옥 사비나파라오 슬롯장은 “멋진 건물에 그림만 건다고 파라오 슬롯이 아니다”며 “손상되기 쉬운 예술 작품을 보관하는 장소답게 유지·보수 기능을 당연하게 갖추고 이에 맞는 관리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부산시립파라오 슬롯과 부산시가 보여준 그간의 운영 행태는 졸속에 가까웠다는 게 미술계의 시각이다. 8년 전부터 누수 문제가 지적됐는데도 이에 대한 관리 조치가 미흡했다. 부산시립파라오 슬롯은 지난해 부산시 감사에서 무자격 업체에 방수 공사를 맡기고, 공사 감독 업무도 소홀히 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시가 누수 해결을 위한 시설유지 예산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는 곧 파라오 슬롯을 찾는 시민들의 피해로 이어졌다. 부산시립파라오 슬롯은 항온·항습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탓에 1970년대 이전의 회화 작품은 다루지 못했다. 작품 손상 우려 때문인데, 이로 인해 부산에서 작품 세계를 구축해 나갔던 이중섭 박수근 등 부산시민들이 직접 눈에 담고 싶다고 응답한 근현대 거장들의 작품을 제대로 선보이지 못했다.
겉만 번지르르한 파라오 슬롯, 속은 텅
국공립 파라오 슬롯의 인프라 문제는 비단 하드웨어에서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소장품 관리부터 프로그램 운영 등 소프트웨어적 측면이 더 심각한 경우도 많다. 소장품 관리가 엉망이거나 제대로 된 소장품이 없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이 역시 문화예술에 대한 철학 부재가 낳은 결과란 지적이 나온다. 이명옥 관장은 “공립 파라오 슬롯들이 소장 작품 하나 없이 경쟁적으로 건립되기만 하다 보니 콘텐츠는커녕 소장품에 대한 평가와 해석, 학술연구와 정리 등 가치를 재생산해내는 부서나 인력도 없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파라오 슬롯 발전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한 공립파라오 슬롯 학예사는 “소장 작품 구입 예산은 오르지 않는데, 국회와 지방자치단체에선 얼마나 많은 작품을 샀는지 정량적인 실적을 따진다”며 “작품 수 채우기에 급급하다 보니 구입하거나 기증받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공립파라오 슬롯이 지역 문화예술 수준을 보여주는 최전선인 만큼 경직된 운영시스템과 조직 운영을 탈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프랑스 대표 파라오 슬롯인 루브르가 정부 지원금을 받으면서도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독립법인 형태로 운영되는 사례를 참고하자는 것이다. 정준모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대표는 “국민 문화 수준은 높아지는데 공립파라오 슬롯에 학예사가 턱없이 모자라는 등 인력과 조직은 과거와 다를 바 없다”며 “보다 전문적인 운영을 위해 법인화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열악한 인프라는 국공립 파라오 슬롯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클래식 공연장 부족 또한 국내 문화예술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왔다. 서울에서는 특히 강남권 인프라 쏠림 현상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예술의전당, 롯데콘서트홀 모두 강남권에 있고, 강북에는 클래식 전용 홀이 한 곳도 없는 상황. 뒤늦게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을 48년 만에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한다고 하지만, 음악계에서는 “이미 너무 늦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의도에 설립될 ‘제2의 세종문화회관’ 또한 목표 착공 시기가 2026년인 만큼 당분간 강남권 주민을 제외하면 클래식 공연장에 접근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전국 곳곳에 있는 공연장들이 리모델링에 나서면서 연주자들이 설 곳 또한 마땅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내 굴지의 공연장인 서울 예술의전당도 지난해 30년 만에 콘서트홀 바닥을 비롯해 백스테이지, 대기실 바닥 공사 리모델링 공사를 마무리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등록 공연장 현황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337개의 공연장 중 497여 개가 2010년 이전에 지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방에는 클래식 전용 공연장은 고사하고 일반 공연장조차 시설 노후로 낡아가고 있다. 경남 창원의 대표 공연장으로 꼽히는 성산아트홀은 2000년대부터 리모델링 이야기가 나왔지만, 20여 년 만에 사전검토 절차를 진행 중이다.
클래식 공연은 전용 홀이 아닌 다목적홀에서 연주할 경우 고유의 음향을 제대로 내지 못한다. 업계에서 “클래식 음악을 제대로 들을 만한 공연장은 예술의전당, 롯데, 부천아트센터, 통영국제음악당 등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유승목/최다은 기자 moki912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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