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예민하고 나약해…'슬롯사이트 보스'로 불리는 美 젊은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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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들은 우리를 슬롯사이트 보스라고 부른다
해나 주얼 지음 / 이지원 옮김
뿌리와이파리 / 384쪽|2만2000원
기성세대 불만들 뒤집어보기
'청년들은 참을성 없는 응석받이'
비판 목소리 높이는 어른들에게
낙인찍기·악마화 지나치다 주장
1960년대 표현의 자유 지킨다며
폭력 시위 불사했던 기성세대가
요즘 슬롯사이트 보스층에 이중잣대 들이대
해나 주얼 지음 / 이지원 옮김
뿌리와이파리 / 384쪽|2만2000원
기성세대 불만들 뒤집어보기
'청년들은 참을성 없는 응석받이'
비판 목소리 높이는 어른들에게
낙인찍기·악마화 지나치다 주장
1960년대 표현의 자유 지킨다며
폭력 시위 불사했던 기성세대가
요즘 슬롯사이트 보스층에 이중잣대 들이대
![[책마을] 예민하고 나약해…'슬롯사이트 보스'로 불리는 美 젊은이들](https://img.hankyung.com/photo/202402/AA.35929007.1.jpg)
젊은이들에 대한 한국 기성세대의 불평불만 같지만 아니다. 요즘 애들이 ‘난치성 슬롯사이트 보스병’에 걸렸다고 진단하는 미국 영국 ‘꼰대’들의 주장이다.
고생이라곤 안 해봐서 인내심도 회복탄력성도 없고, 툭하면 징징대는 응석받이에, 지나치게 슬롯사이트 보스한 자아도취자라며 끌끌 혀를 찬다. 제2차 세계대전 때 8개월에 걸친 독일의 장기간 공습을 견뎌낸 ‘블리츠(Blitz) 정신’은 찾아볼 수 없고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약해빠진 세대라는 것이다.
![[책마을] 예민하고 나약해…'슬롯사이트 보스'로 불리는 美 젊은이들](https://img.hankyung.com/photo/202402/AA.35928813.1.jpg)
책에 따르면 ‘슬롯사이트 보스 세대’라는 말 자체가 이런 젊은이들에 대한 멸칭이다. ‘콜린스 영어사전’은 2016년 ‘슬롯사이트 보스 세대’를 그해의 10대 어구로 선정했는데 ‘전 세대에 비해 강하지 못하고 쉽게 마음 상하는 경향이 있다고 여겨지는 2010년대의 젊은 청년들’이라고 풀이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풀이도 크게 다르지 않다. 1만5000년 전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 벽화에도 ‘요즘 애들’의 버릇없음을 개탄하는 낙서가 있다지만, 요즘 애들에 대한 이런 낙인찍기와 악마화는 지나치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그는 극단적 우파는 물론 기득권자가 된 진보엘리트주의자와 급진 페미니스트까지 가세해 ‘슬롯사이트 보스’라는 멸칭의 대중화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고 꼬집는다. 문화전쟁의 진원지가 된 대학 내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1964~1965년 미국 UC버클리에서 일어난 표현의자유운동(FSM)은 대규모 학생 시위와 농성, 교수들의 지지 선언과 파업 등을 통해 학내에서 표현의 자유 신장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언론과 비판자들이 학생을 폭도, 테러리스트라고 불렀다. 1966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출마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UC버클리 혼란 일소’를 공약으로 내세웠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슬롯사이트 보스 비판자들은 당시의 FSM을 우호적으로 기념하면서도 요즘 학생들의 시위는 도가 지나치고,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인종, 젠더 등과 관련해 학생들이 극우 인사들의 대학 강연을 가로막으면서 검열관 행세를 하고, 공인들은 ‘미투운동’ 때처럼 문제적 말이나 행동으로 인해 커리어가 하루아침에 파탄 나는 ‘철회(cancel)의 공포’에 떤다는 것이다.
저자는 “진짜 검열은 제도 권력이 하는 것”이라며 슬롯사이트 보스들의 비판과 시위, 논쟁, 변화를 위한 활동을 옹호한다. “대학은 자유로운 발언들이 뒤섞여 들끓는 가마솥이지 그것들을 누그러뜨리는 약음기가 아니다. 인생에서 또 언제 우리에게 정중한 타협보다 논쟁을 선호할 책무가 주어지겠는가.”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반유대주의 시위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로 미국 명문대 총장들이 사임했다. 국내 상황과는 적잖은 차이가 있지만, 세대·계층·진영 등으로 갈라치는 건 답이 아니라는 게 분명하다. 슬롯사이트 보스 논란을 지나치게 우파 음모론으로 몰아가는 저자의 주장엔 동의하기 어렵다.
하지만 슬롯사이트 보스들의 예민함과 유난스러움, 불평과 불만, 비판적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누군가 주변 사람을 슬롯사이트 보스라고 부를 때, 슬롯사이트 보스의 활동에 대해 경멸과 분노, 불편함을 내비칠 땐 그들이 그러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라.”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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