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세계 골프계에 최대 이변이 발생했다. 세계랭킹 1백41위의 '무명' 장렌웨이(38·중국)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세계 2위 어니 엘스(34·남아공)에게 대역전승을 거두고 우승트로피를 차지했다. 장렌웨이는 26일 싱가포르 라구나내셔널GC(파72)에서 끝난 유러피언 및 아시안PGA투어 칼텍스 싱가포르마스터스(총상금 90만달러)에서 4라운드 합계 10언더파 2백78타(68·71·69·70)를 기록,엘스를 1타차로 제치고 정상에 섰다. 중국 골퍼가 유러피언투어에서 우승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의 간판 프로골퍼이지만 '한물 간'선수로 평가되던 장렌웨이가 이날 엘스를 꺾고 우승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엘스는 3라운드까지 2타차 선두였던데다 시즌초 2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기 때문.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두 선수는 시소게임을 펼쳤다. 두 선수의 타수차는 3타이상 벌어지지 않았고,세 차례나 공동선두가 되며 접전을 벌였다. 골프는 장갑을 벗어봐야 안다고 했던가. 두 선수의 희비가 교차한 곳은 마지막 두 홀이었다. 16번홀까지 두 선수는 나란히 10언더파로 공동선두. 장렌웨이의 17번홀(2백1야드) 티샷이 그린을 벗어나며 보기로 연결되자 승리는 엘스 몫인가 했다. 그런데 18번홀(3백84야드)에서 거짓말같은 역전이 이뤄졌다. 장렌웨이가 1.2m 버디를 잡은 반면 엘스는 그린미스 후 1.5m 파퍼트마저 놓치며 보기를 범하고 만 것. '1타 열세'가 순식간에 '1타 우세'로 변하며 긴박한 승부가 가름났다. 장렌웨이는 89,91,94년에 중국아마추어오픈에서 3승을 거두었고 94년 프로로 전향한 뒤 이번까지 통산 8승을 올렸다. 96년 볼보아시안매치플레이챔피언십 우승자인데다 98년 알프레드던힐컵에서 콜린 몽고메리를 꺾은 데서 보듯 '1대1 대결'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엘스는 올들어 치른 3개 대회 중 처음으로 이날 오버파를 치며 자멸했다. 엘스의 스코어는 9언더파 2백79타(69·67·70·73). 태국의 프라야드 막셍은 8언더파 2백80타로 3위를 차지했다. 한국선수들은 강욱순(37·삼성)이 합계 이븐파 2백88타(71·69·74·74)로 공동 25위를 기록했다. 정준(32·캘러웨이)은 1오버파 2백89타로 32위를 차지했으며 앤서니 강과 제임스 오는 3오버파로 45위,케빈나는 5오버파 2백93타로 55위에 그쳤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