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 꽁 머니 내집마련 필수품이라더니…"이젠 쓸모도 없다" 해지 속출

슬롯 꽁 머니 한달새 11만명 깼다
사라진 '슬롯 꽁 머니 메리트'…가입자 29개월째 감소세

점수 낮은 5년미만 가입자 이탈↑
소득공제 한도 상향 등 혜택에도
"분양가 높아 당첨돼도 문제" 한숨
통장 깨서 전세대출 이자 내기도

HUG 곳간 비면 주거복지도 타격
‘내 집 마련의 필수품’으로 여겨지던 슬롯 꽁 머니의 인기가 급속도로 식고 있다. 지난달에만 11만 명 넘는 가입자가 슬롯 꽁 머니을 해지했다. 공사비 상승 여파로 분양가가 고공행진하는 데다 청약 당첨 확률은 ‘바늘구멍’ 수준으로 낮아지자 청약을 포기하는 수요자가 늘어나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생활비나 대출이자를 부담하기 위해 슬롯 꽁 머니을 깨는 가입자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가입자 29개월째 감소세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슬롯 꽁 머니(주택청약종합저축, 청약저축, 청약예·부금) 가입자는 2660만936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0월(2671만9542명)보다 11만176명 급감했다. 슬롯 꽁 머니 가입자는 2022년 6월(2859만9279명) 이후 29개월째 뒷걸음질 쳤다. 지난달 가입자 감소 폭은 작년 1월(15만4996명) 후 1년10개월 만의 최대였다.

‘슬롯 꽁 머니 메리트’가 떨어진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4720만원으로 1년 전보다 38% 급등했다. 작년 초 분양가 상한제 지역이 대거 해제된 데다 자재값, 인건비, 금융비용 등이 다락같이 올라 분양가가 급등한 것이다. 박지민 월용슬롯 꽁 머니연구소 대표는 “과거엔 분양가가 인근 시세보다 저렴한 사례가 많았는데, 최근 분양가 상승으로 ‘슬롯 꽁 머니 가성비’가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분양가 상한제가 여전히 적용되는 지역에선 ‘로또 분양’이 공급되고 있다. 하지만 슬롯 꽁 머니을 넣어볼 만한 단지의 당첨 확률은 ‘하늘의 별 따기’다. 서초구 ‘아크로 리츠카운티’(482.8 대 1), 송파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268.7 대 1)처럼 1순위 슬롯 꽁 머니 경쟁률이 세 자릿수에 달한다. 지난 9월 분양한 강남구 ‘청담르엘’의 슬롯 꽁 머니가점 커트라인은 74점(만점 84점)이었다. 5인 가구가 15년 이상 무주택을 유지해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통장을 개설한 지 몇 년 안 된 가입자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가입 기간 5년 미만인 주택슬롯 꽁 머니종합저축 가입자는 작년 11월 1197만7535명에서 지난달 1067만5744명으로 130만1791명 순감했다. 30대 직장인 A씨는 “올해 세 차례 서울 아파트 슬롯 꽁 머니을 넣었는데 모두 ‘광탈’(광속 탈락)했다”며 “기약 없이 당첨을 기다리는 것보다 슬롯 꽁 머니 저축액으로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게 자산 증식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불황의 단면” 지적도

슬롯 꽁 머니 이탈 행렬을 불황의 단면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당장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면 시중 적금상품 대비 이율이 낮은 슬롯 꽁 머니에 먼저 손대려는 유인이 커진다는 지적이다. 가입 기간이 짧을수록 “나중에 필요할 때 다시 개설하면 된다”는 생각에 미련 없이 해지한다는 얘기다. 2년 반 전 취직할 때 개설한 슬롯 꽁 머니을 최근 깬 B씨는 “전셋값이 올라 대출 부담이 더 커졌다”며 “매월 10만원씩 부은 슬롯 꽁 머니을 깨 전세대출 이자 상환에 보태려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각종 인센티브를 내놓으며 ‘청약자 지키기’에 안간힘이다. 올해부터 주택청약종합저축 납입액의 소득공제 한도가 24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높아졌다. 이후 슬롯 꽁 머니 금리를 0.3%포인트 인상했고, 기존 입주자저축(청약예·부금 등)의 주택청약종합저축 전환도 허용했다. 지난달부턴 청약 월 납입 인정액을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상향했다. 공공분양에 관심이 많은 청년층의 참여를 늘리기 위해서다.하지만 이탈 흐름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청약 납입금은 주택도시기금의 주요 재원이다. 슬롯 꽁 머니 감소로 주택도시기금 ‘곳간’이 메마르면 정책금융상품 운용이나 임대주택 공급 등 주거 복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