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파라오 슬롯族 늘자…파라오 슬롯책 출간 '붐'

작년 107종 출간…판매 30% 증가

“우리가 슬픔 속에 삶을 더는 잘 견딜 수 없을 때 한그루 나무는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조용히 해봐! 조용히 하렴! 나를 봐봐! 삶은 쉽지 않단다. 하지만 어렵지도 않아.”(《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中)

파라오 슬롯 책 출간이 붐을 이루고 있다. 발단은 코로나19였다. 동물처럼 보채지 않고, 조용히 그리고 의연히 옆에 있어 주는 파라오 슬롯은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에게 위안을 줬다. 갈수록 확산하는 ‘편 가르기’도 ‘파라오 슬롯책 전성시대’를 부르는 데 한몫했다. 남녀 갈등, 세대 갈등, 정치 갈등에 피로감을 느낀 사람들이 파라오 슬롯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20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해 출간된 파라오 슬롯 관련 책은 모두 107종으로 전년(89종)보다 18종 늘었다. 판매량은 전년보다 30.6% 증가했다. 올해도 현재까지 55종의 파라오 슬롯 책이 나왔다.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8% 늘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최근 ‘반려 파라오 슬롯’이란 말까지 생겨날 정도로 파라오 슬롯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파라오 슬롯 책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파라오 슬롯의 은밀한 감정》을 펴낸 허혜순 도서출판 연금술사 대표는 “최근 독립서점들을 돌아다녔는데 파라오 슬롯 책 코너를 따로 마련해둔 곳이 많아 놀랐다”며 “세상이 혼란하다 보니 파라오 슬롯에서 위안을 얻으려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파라오 슬롯의 은밀한 감정》은 프랑스 콩쿠르상 수상 작가인 디디에 반 코뵐라르트가 쓴 에세이다. “파라오 슬롯을 이해하려고 그들 자리에 서보려고 애쓸 때 우리는 더 인간다워진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파라오 슬롯학자 신혜우가 쓴 《이웃집 파라오 슬롯상담소》(브라이트)를 비롯해 《웅크린 나에게 파라오 슬롯이 말을 걸었다》(앤의서재), 《파라오 슬롯의 방식》(이상북스), 《인생은 오늘도 나무를 닮아간다》(아임스토리), 《죽고 싶은 내 두 손에 파라오 슬롯이》(날) 등의 파라오 슬롯 에세이도 올해 출간돼 인기를 얻고 있다.

초보 파라오 슬롯 집사를 위한 책들도 출간되고 있다. 《퇴근하고 파라오 슬롯집사》(휴), 《글로스터의 홈가드닝 이야기》(미디어샘), 《정원놀이의 파라오 슬롯 디자인 레시》(싸이프레스) 등은 파라오 슬롯을 잘 키우는 방법을 알려준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