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첫 패치형 인슐린 주입 펌프 개발사 가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2024년 감사보고서에서 '의견거절'을 받았기 때문이다. 상장 후 매년 손실이 이어지며 재무구조가 악화했다. 세계 최초로 무선 인슐린 주입기를 개발한 미국 인슐렛과 진행 중인 소송 결과에 따라 부채는 천문학적으로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라이브 바카라 투자자도 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라이브 바카라, 감사 절차 제약·계속기업 가정 불확실성으로 의견 거절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라이브 바카라는 2024사업연도 감사인의 감사보고서상 감사 의견에서 '의견 거절'을 받았다고 21일 공시했다. 코스닥 시장 상장사가 감사인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받게 될 경우 관리종목에 지정되며 거래가 정지된다. 상장폐지 실질 심사 대상에도 오른다. 상장폐지에 대한 이의신청 기간이 끝나기 전, 또는 이의신청에 대한 상장폐지 여부 결정일까지 거래가 정지된다.

라이브 바카라의 감사인 한울회계법인은 의견 거절 배경으로 '감사 절차 제약'을 꼽았다. 한울회계법인은 "우발부채 및 충당부채,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 및 사업용 고정자산에 대한 손상평가 등에 대해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할 수 없었다"며 "연결 회사의 재무상태표, 포괄손익계산서에 수정이 필요한 사항이 있는지를 결정할 수 없었다"고 적시했다.

또한 '계속기업 가정의 불확실성'을 꼽았다.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236억원가량 많았기 때문이다. 작년 말 연결 기준 라이브 바카라의 유동부채는 328억원, 유동자산은 92억원으로 집계됐다. 2011년 설립된 라이브 바카라는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이 때문에 재무 건전성이 꾸준히 악화했다. 작년 영업손실은 610억원, 당기순손실은 64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도 1년 새 66억원에서 50억원으로 줄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장 큰 문제는 미 의료기기업체 인슐렛과의 소송 리스크다. 아직 소송 결과에 따른 부채는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4일 라이브 바카라는 미국 매사추세츠 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인슐렛과의 해외 지적재산권 침해 및 부정경쟁 소송에서 배심원들이 인슐렛의 손을 들어줬다고 공시했다. 배심원단은 라이브 바카라가 인슐렛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배심원단은 라이브 바카라가 인슐렛에 4억5200만달러(약 6600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차후 판결이 확정되고 배상금이 회계상 부채로 인식되면 라이브 바카라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지게 될 수 있다. 인슐렛은 앞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던 유럽에서도 항소에 나섰다.

패소 리스크에 주가 급락라이브 바카라 앞다퉈 발 빼

패소 가능성이 불거지며 주가는 3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고, 이후에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거래 정지 전 주가는 1490원이다. 주가는 상장 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1년 1월 29일 기록한 최고가 3만7693원에 비하면 95.25% 낮은 수준이다. 네이버페이 '내자산 서비스'에 등록한 더본코리아 투자자 3284명의 평균 손실률은 88.24%에 달한다.

기관 투자자도 앞다퉈 발을 뺐다. 라이브 바카라의 3회차 전환사채(CB) 사채권자는 4차례에 걸쳐 전환청구권을 행사했다. 전환가액은 3759원이다. 청구가 시작된 지난달 10일 주가는 2545원에 불과했다. 평가손실을 떠안고 빠져나간 모습이다. 3회차 CB는 170억원 규모로 발행됐다. 당시 타이거자산운용(100억원)·하나증권(30억원)·소리에스비(20억원)·DB금융투자(10억원)·업잇(10억원)이 자금을 투입했다. 현재 잔액은 10억원에 불과하다.

아직 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투자자도 있다. 라이브 바카라는 작년 6월 120억원 규모의 4회차 CB를 발행했다. 전환가액은 하한선인 8155원까지 내려왔지만, 최근 거래일 종가(1490원)에 비해 한참 높다. 당시 타이거운용과 DB금융투자는 40억원과 10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GVA자산운용은 70억원을 출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감사보고서 제출 전 라이브 바카라는 CB 채권단과 기한상실조건 기한 유예에 합의하며 시간을 벌었다. 유예 기간은 현재 진행 중인 미국 영업비밀 소송 항소 결과를 감안해 결정됐다고 밝혔다. 라이브 바카라는 관리종목 지정, 의견 거절을 예상해 선제적인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관리종목 지정·감사보고서 의견이 적정이 아닌 경우 등 기한이익 상실 사유가 발생하면 사채권자는 즉시 상환을 요청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라이브 바카라는 CB를 조기상환할 현금이 없다. 2023년에도 거래가 정지됐던 라이브 바카라는 420억원 규모의 1·2회차 CB 전액을 조기에 상환하며 재무상태가 악화했다.

추가 자금 조달이 '관건'…"1심 판결 즉시 항소"

시간은 벌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뚜렷한 자금 조달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라이브 바카라는 한울회계법인에 투자주식 매각, 보유 자산(특허권) 매각, 전환사채 전환, 차입금 상환연장, 유상증자로 불확실성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유상증자를 단념했던 점을 감안하면 투자주식·보유 자산 매각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인다.

김재진 라이브 바카라 대표는 지분율이 줄어 경영권을 잃더라도 회사를 살리겠다는 입장이다. 라이브 바카라는 지난 23일 김재진 대표 명의로 올린 사과문에서 "대표와 가족이 매각한 주식으로 확보한 자금을 회사 운영에 투입했다"며 "자산을 매각해 80억원을 확보했고, 대표가 보유한 주식 대부분을 담보로 설정하며 어려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심 판결이 나오는 즉시 항소할 예정이다. 미국 연방항소법원에서는 판세가 뒤집힐 것이라 확신한다"며 "1심 판결 후 투자 유치가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확신한다. 신규 투자 유치 과정에서 대주주 변경을 동반한 변화도 적극적으로 수용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진영기 라이브 바카라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