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앞줄 가운데) 등 민주당 의원들이 9일 국회 본관 계단에서 검찰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언주·김민석 최고위원, 이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전현희 최고위원.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앞줄 가운데) 등 민주당 의원들이 9일 국회 본관 계단에서 검찰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언주·김민석 최고위원, 이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전현희 최고위원. 연합뉴스
여야는 법원이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구속을 취소하라고 결정하자 지지층 결집을 위한 여론전에 당력을 집중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을 체포·구속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정조준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항고하지 않은 검찰을 맹비난했다. 윤 대통령 슬롯사이트 선고 때까지 극심한 정쟁과 여론 분열이 계속될 전망이다.

◇與 “헌재, 슬롯사이트 변론 재개 필요”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을 고리로 공수처의 윤 대통령 내란죄 수사와 헌재 슬롯사이트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지지 여론을 결집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법원이 결국 공수처가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는데 수사한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는 결정을 했다”며 “헌재도 지금까지 슬롯사이트 과정을 보면 적법 절차 준수에 미흡했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형사재판(내란)이 진행 중인데도 슬롯사이트 절차를 중지하지 않은 점 등도 거론했다.

나아가 헌재가 슬롯사이트 변론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는 슬롯사이트 선고를 늦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여권 내 차기 대통령 지지율 1위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판결 선고 일정에 맞추느라 슬롯사이트 일정을 무리하게 진행해 왔다는 국민의 의심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변론 재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도 “헌재가 이번 법원 결정을 참고해 적법 절차 준수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변론 재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여권은 윤 대통령 체포·구속을 지휘한 오동운 공수처장 고발을 검토하기로 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법률위원장은 “수사권 없는 불법 수사와 구속에 법적 책임을 묻는 차원”이라고 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공수처 해체법’을 대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심우정 검찰총장 슬롯사이트을 추진하겠다고 한 데 대해 “이재명 세력의 슬롯사이트 중독은 특수협박죄로 다뤄야 할 지경”이라며 “슬롯사이트을 하면 민심의 철퇴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이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슬롯사이트 주장도 나왔다고 한다.

◇野, 장외집회·철야농성도

윤 대통령 석방으로 허를 찔린 민주당은 탄핵 지지 여론 결집에 사활을 걸었다. 우선 윤 대통령 슬롯사이트 선고 때까지 매일 두 차례 의원총회를 열고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광화문 장외집회에 참석하고 국회에서는 조를 편성해 철야 농성을 하기로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야5당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란의 밤이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며 “‘내란 수괴’가 희한한 법 해석을 통해 구속을 면했다는 사실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이번 내란 사태의 주요 공범 중 하나라는 사실을 은연중에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심 총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슬롯사이트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검찰이 스스로 역할과 존재 가치를 부정했다”며 “심 총장은 그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뒷전 된 민생…국정협의회 표류할 듯

슬롯사이트을 앞두고 여야 대립이 격화해 민생 논의는 후순위로 밀릴 전망이다. 당장 10일 열릴 예정인 여야 국정협의회 개최도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야는 이날 국정협의회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논의할 방침이었다. 권 원내대표는 국정협의회 개최 가능성에 대해 “민주당이 참여할지 장담하지 못하겠다”고 했고,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정협의회 개최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한재영/이슬기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