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법안심사소위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상법 바카라안을 상정하고 있다.  뉴스1
박범계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법안심사소위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상법 바카라안을 상정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바카라안을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단독 처리했다. 민주당은 바카라안을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제계에서는 경영진을 상대로 한 주주의 줄소송이 이어져 기업 경영 활동이 극도로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법안소위를 열어 상법 바카라안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국민의힘이 법안 처리에 반대하며 표결에 불참해 민주당이 단독 처리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이정문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회의에서 “현행법은 해석상 주주 보호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며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에 대해서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하면서 이런 법안을 내는 것 자체가 민주당의 이중적 태도를 보여준다”고 했다.

이날 민주당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와 함께 상장사에 전자바카라총회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함께 소위에서 의결했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내세우며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집중투표제 및 전자주총 의무화, 독립이사 도입 등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다.

경영계에서는 상법 바카라안이 시행되면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에 부정적이라고 반박한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법안이라고 하지만 결국 기업의 장기적 밸류가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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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는 이사의 충실의무가 주주로 확대되면 경영진을 겨냥한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한다. 소송 리스크 증대에 따른 경영 판단 위축은 결과적으로 바카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상법에선 기업 경영진인 이사가 ‘회사’를 대상으로 충실의무를 지지만, 바카라안은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에 대해서도 충실의무를 지게 한다. 이렇게 되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경영진의 주요 의사 결정이 극도로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경영계는 걱정한다. 자칫 중장기적 안목에서 이사가 내린 경영 판단으로 주가가 단기적으로 하락하면 “충실의무를 위반했다”며 주주가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바카라계 관계자는 “모든 주주의 이해관계를 만족시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며 “경영진이 각종 소송에 내몰릴 것”이라고 했다. 회사와 주주를 충실의무 대상으로 나란히 두고 모두를 충족시키라는 건 이사를 딜레마 상황에 빠트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사의 결정으로 주주가 손해를 본 점이 인정되면 손해배상 책임뿐만 아니라 형법상 배임죄까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소송 리스크 걱정에 따른 경영진의 의사결정 지연이 바카라의 중장기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도 큰 문제다. 반도체 등 주요 핵심 산업 경쟁력이 중국의 추격에 쫓기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와 사업구조 개편 등의 의사 결정이 늦춰지는 건 치명적이다. 단기 차익을 추구하는 해외 투기자본의 무리한 요구에 속수무책 당할 수 있다는 점도 경영계는 우려한다. 특히 경영권 분쟁에 취약한 중소·중견바카라의 피해가 커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달 발표한 ‘최근 경영권 분쟁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경영권 분쟁 소송 공시는 지난해 87개사 315건으로, 1년 전 93개사 266건보다 약 18.4% 증가했다.

정치권에서는 경제계 우려가 큰 상법 바카라을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하는 배경에는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약 1500만 명에 이르는 국내 증시 투자자를 겨냥했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상법 바카라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을 ‘재벌 정당’ 프레임에 가두고 소액주주는 민주당 편으로 돌리려는 전략”이라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최근 기업주도 성장을 앞세우며 우클릭·친기업 행보를 보여온 것에도 정면으로 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자본시장법 바카라을 통한 ‘핀셋 규제’로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효과를 내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이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한재영/최해련/김보형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