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 4명 중 3명이 법률 서비스에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리걸슬롯 머신 프로그램’ 도입이 시급하다고 응답한 국책 연구기관의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에서 23조원 규모로 성장한 리컬슬롯 머신 프로그램 시장이 한국에서는 플랫폼 규제 논란으로 표류하는 가운데 가이드라인 제정을 약속한 법무부는 3년째 손을 놓고 있다.
獨 사법시험에 '리걸슬롯 머신 프로그램' 등장…韓선 가이드라인도 없다
21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리걸슬롯 머신 프로그램에 대한 법조계 인식 조사 및 교육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법조인의 74.1%가 법률정보 조사 분야에 리걸슬롯 머신 프로그램 도입이 시급하다고 답했다. 방대한 법령·판례·문헌 검색 과정에서 AI 기술의 효용성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업무에 리걸슬롯 머신 프로그램를 사용하고 있다는 응답도 55.6%에 달했다.

법률서비스 선진국인 미국에서 리걸슬롯 머신 프로그램 시장은 159억달러 규모에 달할 정도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대한변호사협회가 로톡,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AI 챗봇 서비스를 잇달아 징계해 시장 확대에 제동이 걸렸다. 법무부는 2021년 9월 리걸슬롯 머신 프로그램 관련 제도 설계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고, 2년여 뒤인 2023년 11월 ‘변호사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발족해 AI 법률서비스 가이드라인 마련을 공언했으나, 지난해 두 차례 회의만 열렸을 뿐이다. 올해 초 법무실장마저 사퇴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특위 관계자는 “법률 플랫폼을 놓고 이견이 생기면서 AI 가이드라인 논의는 시작도 못 했다”며 “중국 딥시크까지 가세하며 글로벌 AI 시장이 점점 커지는데 국내 리걸슬롯 머신 프로그램는 규제에 막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I 법률시대' 리걸슬롯 머신 프로그램 시장 키우는 선진국들
2차슬롯 머신 프로그램 과목 응시생 두배 늘어…뮌헨대 법대도 논문 작성때 활용

법무부는 2023년 11월 리걸슬롯 머신 프로그램 도입을 추진하기 위해 ‘변호사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법률 서비스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약속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성과는 사실상 전무하다.

그러는 사이 해외에서는 리걸슬롯 머신 프로그램 시장이 급팽창해 맞춤형 인재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독일에선 바이에른주가 법무부에 ‘리걸슬롯 머신 프로그램·AI’과를 별도로 설치해 관련 산업 육성에 힘쓰고, 미국에서는 AI 기술을 접목한 리걸슬롯 머신 프로그램가 시장 규모를 키우면서 비법조인도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獨, 사법연수생 슬롯 머신 프로그램 과목에 포함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독일에서 법관 자격을 얻으려면 연수 과정과 연계된 1, 2차 시험을 모두 통과해야 하는데, 바이에른주는 2023년부터 2차 시험의 전문 분야에 ‘정보기술법 및 리걸슬롯 머신 프로그램’를 신설했다. 이 과목을 선택한 연수생 비율은 도입 첫해인 2023년 0.66%에서 2024년 1.65%로 증가했다. 바이에른주 법무부 리걸슬롯 머신 프로그램·AI과의 크리스티나 마리아 레엡 박사는 “젊은 연수생의 리걸슬롯 머신 프로그램 관심이 높고, 선택률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최초로 개인정보보호법(1971년)을 제정한 독일이 리걸슬롯 머신 프로그램 육성에 앞장서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인정보 유출은 리걸슬롯 머신 프로그램 도입 과정에서 가장 우려되는 분야로 꼽히기 때문이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조사에서도 법조인들은 리걸슬롯 머신 프로그램 도입 시 최대 우려 사항으로 개인정보 유출을 꼽았다.

사법연수생 시험에 리걸슬롯 머신 프로그램가 포함되며 법과대학들도 앞다퉈 AI 기반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뮌헨대(LMU) 법과대학은 학생에게 문서 검색용 ‘AI 어시스턴트’ 프로그램 다센스(DaSense)를 무상 제공한다. 2022년 챗GPT 출시 이후 논문 작성 등에 AI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스스로 찾아내고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주겠다는 취지다.

안 크리스틴 마이르호퍼 박사와 바이에른주 법무부 국장 세바스티안 되테를 박사가 공동 주관한 ‘AI와 법’ 세미나에서는 AI 거짓말탐지기의 형사소송 도입 가능성, AI 시스템의 자동 계약 체결,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AI 활용 시 법적 장애물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며 리걸슬롯 머신 프로그램를 ‘체화’하는 법을 가르친다. 마이르호퍼 박사는 “법조인 지망생은 성찰적 방식으로 AI를 다룰 줄 알아야 하며 이런 능력은 로펌 등에서 점점 더 많이 요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선 변협이 ‘슬롯 머신 프로그램쇼’ 개최

리걸슬롯 머신 프로그램 선두 주자인 미국에서는 전자 증거 개시(eDiscovery), 계약 관리 자동화, 법률 서비스 매칭 플랫폼, AI 기반 법률 자문 등 다양한 기술이 보편화됐다. 리걸슬롯 머신 프로그램 도입에 적극적인 유타주, 애리조나주에선 리걸슬롯 머신 프로그램 기업과 비변호사도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정도로 관련 규정이 완화됐다.

미국변호사협회(ABA)는 변호사가 이수해야 할 교육(CLE) 과정에 AI 프로그램 활용 방법과 비용, 사용상 어려움과 해결법, 윤리적 문제 등을 포함했다. ABA는 1987년부터 매년 ‘슬롯 머신 프로그램쇼’를 열어 법률시장에서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박학모 슬롯 머신 프로그램형사·법무정책연구원 공로연구위원은 “독일 미국 등은 법조인이 AI 등 첨단 기술에 대한 입체적인 시각을 키워주지만, 우리 법조계는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