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 주가 유난히 힘들고 짜증 나며, 같이 일한 사람들이 죽도록 미웠을 때가 있었다면, 그래서 ‘드러운’ 한 주였다고 입맛을 쩝쩝 다시는 중이라면 이 영화 한 편 소개해 드린다. 조건은 헐렁한 옷을 입고 먹을 것, 특히 맥주 같은 소프트한 술을 준비할 것. 다른 먹을 것은 너무 탐내지 말 것. 머리를 비울 것. 그리고 되도록 해가 지면 TV를 틀 것. 애플TV에 가입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TVING에서 프리미엄 가격으로 애플TV 창을 열 것. 거기에서 <더 슬롯 꽁 머니을 클릭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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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TV+ <더 슬롯 꽁 머니 (The Gorge) 포스터 / 출처. IMDb
<더 슬롯 꽁 머니의 원제는 the Gorge로 협곡이란 뜻이다. 한국에서는 제목을 같은 뜻의 다른 영어 단어 슬롯 꽁 머니(canyon)으로 바꿨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게 더 의미 전달이 잘 될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발음상 그게 더 나은 면이 있다.

영화 <더 슬롯 꽁 머니은 그저 그런 영화다. 만약 극장으로 나왔다면 ‘폭망’했을 작품이다. 그러나 헐렁한 옷과 헐렁한 마음으로 보면 나름 힐링이 된다. 시작은 첩보 스릴러이다. 여자 킬러 드라사(안야 테일러 조이)는 리투아니아 출신으로 보인다. 아버지는 KGB였고 그도 암살자였다. 드라사는 명사수다. 명사수는 3000미터 밖 명중률로 랭킹을 매긴다. 세상에서 가장 잘 쏘는 사수는 3800미터 밖에서 요인 암살에 성공한 사람이다. 그게 아마도 드라사인 모양이다. 그녀는 첫 장면에서 벨라루스 출신의 무기 사업가가 예멘에서 자가용 비행기 트랩에 내리는 순간 머리를 맞혀 임무에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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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TV+ <더 슬롯 꽁 머니 (The Gorge) 스틸컷 / 출처. 네이버 영화
슬롯 꽁 머니에는 또 한명의 스나이퍼가 나오는데 리바이 케인(마일즈 텔러)이다. 그는 전직 해병대 요원이고 PTSD에 시달리는 중이다. 그의 지금까지 기록은 약 3280미터 사거리 명중률이다. 리바이는 슬롯 꽁 머니 끝에 3900미터를 쏜다. 이 둘이 만난다. 아니 정확하게 처음에는 만나지 못한다. 한명은 서쪽 감시탑, 한명은 동쪽 감시탑을 맡아 협곡 아래를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둘은 처음엔 망원경으로만 서로를 본다. 근데 남녀 간이다. 서로는 서로에게 멀리서나마 호감을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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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TV+ <더 슬롯 꽁 머니 (The Gorge) 스틸컷 / 출처. IMDb
<더 슬롯 꽁 머니은 첩보 스릴러이자 액션영화인 척 사실은 멜로 드라마이다. 멜로영화의 기본 컨셉은 차이라고 누누이 말해 왔다. 남자와 여자는 처음엔 차이가 크다. 남자는 힘이 세고 여자는 약하다든지, 여자는 돈이 많고 남자는 가난한 집 출신이라든지, 남자는 출세 지향적이고 여자는 인간적이라든지, 남자는 박사이고 여자는 고졸이라든지 등등 차이를 둔다. 그러다 점점 차이를 줄여 나가 둘은 결국 하나가 된다. 이런 게 바로 멜로영화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얘기를 해왔다.

슬롯 꽁 머니에서 둘의 차이는 바로 거리이다. 공간이다. 한 사람은 협곡 이쪽, 한 사람은 협곡 저쪽에 있다. 자 그러면 어떻게 이 둘은 그 물리적 거리를 좁히느냐 그것이 문제인 영화다. 그 스토리 구성을 어떻게 짜느냐에 달렸다. 둘 모두 고도의 군사 훈련을 받았다. 한쪽에서 한쪽으로 줄을 만들어 부웅하고 날라 가면 된다. 그러면 그 줄은 또 어떻게 만드느냐, 그건 영화를 보면 안다. 명사수니까 밧줄을 어딘가에 매달아 한 방 제대로 쏜다는 것만 얘기하겠다. 근데 이쯤 되면 다 얘기하는 건가.
애플TV+ <더 캐니언 (The Gorge)> 스틸컷 / 출처. IMDb, 네이버 영화
애플TV+ <더 슬롯 꽁 머니 (The Gorge) 스틸컷 / 출처. IMDb, 네이버 영화
남자 리바이는 이곳 임무를 맡기 위해 군용기를 타기 직전 반강제로 주사를 맞고 수면을 취하면서 왔다. 작전 지휘부에서는 이곳 좌표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리바이는 이곳이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 그저 1년간 교대 임무를 해야 한다는 지시뿐이다. 그건 저 건너편 여인 드라사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근데 협곡 아래에 뭐가 있는 것일까. 뭔가가 있다. 동서 양 진영 모두가 두려워하는 것. 리바이의 전임자는 그것을 할로우 맨이라고 불렀다. 전임자는 임무 복귀 길에 군 당국으로부터 살해당한다. 이 임무는 따라서 죽음의 미션인 셈이다. 어쨌든 할로우 맨은 곧 모습을 드러낸다. 일종의 좀비이다. 좀비 떼이다. 두 남녀는 곧 필사의 생존 투쟁을 벌이기 시작한다. 슬롯 꽁 머니는 첩보 액션 스릴러에서 살짝 멜로물로 갔다가 한순간에 완전히 좀비 슬롯 꽁 머니로 돌변한다.

근데 둘이 벌이는 전투 장면은 꼭 ‘미스터&미세스 스미스’ 커플처럼 느껴지게 한다.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멋있고 쿨하고 시크했다면 이 영화 <더 슬롯 꽁 머니에서의 마일즈 텔러와 안야 테일러 조이는 예쁘고 또 예쁘고 또또 예쁘다. 드라사를 처음으로 눈앞에서 만난 리바이는 말을 안 하고 빤히 쳐다보기만 한다. 여자가 상투적인 대사를 친다. 왜 그렇게 빤히 쳐다봐요? 남자 역시 손이 오그라드는 답변을 한다. 당신 눈이 이렇게 초록빛인지 몰랐어. 둘은 위기 속에 떨어져 있게 되는데 여자가 작별 인사 같은 거 하지 말라고 하자 남자는 그 대신 사랑한다고 말한다. 영화는 다시 완벽하게 러브 스토리가 된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까지는 아니어도 <더 슬롯 꽁 머니은 전개가 너무 빤하고 이런 장르 저런 장르를 마구마구 뒤섞어 놓은 혼합 비빔밥 퓨전 영화이다. 심지어 마지막 장면은 <본 아이덴티티 마지막 장면을 베끼기까지 했다. 그 모든 것이 실소를 자아내게 만드는 영화지만 그래도 이 작품을 추천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무엇보다 배우들이 예뻐서 볼 만한 요소가 가득한 작품이다. 영화배우이든 평범한 사람들이든 젊으면 예쁜 것이다. 젊어서 예쁜 것이다. 안야 테일러 조이와 마일즈 텔러는 현재 찬란한 시기를 통과하는 중이다. 이런 그들을 지금 보지 않고 언제 보겠는가.
애플TV+ <더 캐니언 (The Gorge)> 스틸컷 / 출처. IMDb, 네이버 영화
애플TV+ <더 슬롯 꽁 머니 (The Gorge) 스틸컷 / 출처. IMDb, 네이버 영화
어쨌든 종종 이런 킬링타임용 슬롯 꽁 머니가 필요하다. 세상에서 가끔은 할리우드 슬롯 꽁 머니가 필요한 이유이다. 슬롯 꽁 머니를 보고 나면 로케이션 촬영지를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루지아 어디쯤이 아닐까 싶지만 전혀 그렇지 않을 공산도 크다. 상당 부분 실내 세트에서 찍었을 것이고 CG를 입혔을 것이다. 그런 걸 다 알고 슬롯 꽁 머니를 보면 재미가 반감된다. 슬롯 꽁 머니의 눈속임은 모르는 척 당하면서 보는 게 좋다.

반복하지만 이번 한 주가 X 같았는가. 회사 상사가 들들 볶았는가. 이 영화 <더 슬롯 꽁 머니으로 스트레스와 우울을 딛고 일어서시기 바란다. 애플TV 가입비와 TVING 프리미엄 가입비는 그 점을 감안하면 가성비가 아주 좋은 편일 것이다.

오동진 슬롯 꽁 머니평론가

[애플TV+ <더 슬롯 꽁 머니 (The Gorge) 공식 트레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