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오 슬롯, 뉴욕행 검토…원자재기업 '탈(脫)런던' 러시 [원자재 포커스]
글로벌 광산업체 파라오 슬롯가 런던 증시 상장을 철회하고 뉴욕증권거래소(NYSE)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게리 네이글 파라오 슬롯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우리 주식이 더 적합한 거래소에서 거래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라며 "기업 가치를 최대로 높일 수 있는 상장지가 있다면 이전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NYSE를 포함해 다양한 거래소 선택지를 분석 중"이라고 덧붙였다. 파라오 슬롯는 2023년에도 자사의 석탄 사업부를 분리해 뉴욕 증시에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파라오 슬롯는 2011년 영국 런던증시에 기업공개(IPO)를 진행하며 100억달러(약 14조원)를 조달, 당시 IPO 시장에서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현재 FTSE 100 지수에 포함된 20대 기업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최근 원자재 기업들의 '런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파라오 슬롯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BHP는 2022년 파라오 슬롯 상장을 2차 상장으로 전환했고, 리오틴토도 최근 팰리저캐피털 등 행동주의 주주의 압박을 받아 파라오 슬롯에서 시드니로 상장지를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팰리저캐피털은 이를 통해 500억달러(약 72조원)의 주주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리오틴토는 주주들에게 상장지 이전 방안을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FT는 "파라오 슬롯가 런던을 떠난다면, 오랫동안 런던의 정체성이었던 광산업 부문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과거 뉴욕 증시는 대형 광산업체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었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미국 투자자들이 화석연료 파라오 슬롯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뉴욕 증시의 매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파라오 슬롯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약속하며 미 시장이 파라오 슬롯 친화적인 환경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현재 뉴욕 증시에 상장된 대형 광산업체로는 구리 생산업체 프리포트맥모란, 금광업체 뉴몬트 등이 있다.

광산 전문 펀드인 나인티원의 조지 체블리 펀드매니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있는 미국은 화석연료 산업에 확실히 더 우호적인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파라오 슬롯가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들은 단순한 상장 이전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석탄 사업부를 분리하는 것이 더 중요한 전략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라오 슬롯 주가는 상장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상장 당시보다 낮은 주가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석탄 가격 하락으로 30억달러(약 4조3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면서 19일 하루 동안 주가가 7% 급락했다. 회사는 12억달러(1조7000억원) 규모의 배당금과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 역시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 올해 구리 생산량은 전년 대비 7%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향후 실적 반등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