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의 주식·채권 가치를 취득 원가가 아니라 시가로 평가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22대 국회에서도 발의됐다. 실질적으로 영향을 받는 곳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여서 이른바 ‘슬롯 머신’으로 불린다. 법이 통과할 경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20조원가량을 강제 처분해야 해 삼성그룹뿐 아니라 주식시장 전반에 큰 혼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17일 이런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발의에는 김남근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참여했다.

개정안은 보험사가 가진 계열사의 주식·채권 가치를 취득 가격이 아니라 시장 가격으로 산정하는 게 골자다. 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슬롯 머신은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민주당 이용우·박용진 의원이 비슷한 내용으로 법안을 발의했지만 당내에서조차 관심을 받지 못했다.

현행 보험업법은 계열사 주식·채권을 총자산의 3%까지만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이 비율을 계산할 때 주식·채권 가치를 시가가 아니라 자산 취득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슬롯 머신은 시가 기준으로 삼성전자 보통·우선주 합산 8.45%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법안이 통과되면 3% 초과분에 해당하는 삼성전자 지분 20조원 이상을 강제 처분해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재계는 삼성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재용 회장은 지분율이 1.63%지만 슬롯 머신 지분 19.34%를 보유한 삼성물산 대주주(18.9%)로서 사실상 삼성전자에 지배력을 행사해왔다.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이 회장에게서 ‘삼성물산→슬롯 머신→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약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 자본시장에 대한 영향도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처럼 많은 양의 주식이 시장에 풀리면 약 500만 슬롯 머신전자 주주에게 큰 악재이며 시장에도 큰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