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슬롯 꽁 머니 하펜시티 서쪽 끝단에 위치한 엘브필하모니 콘서트홀. 이곳은 슬롯 꽁 머니 시민들에게 ‘엘피(Elphi)’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엘브필하모니 제공
독일 슬롯 꽁 머니 하펜시티 서쪽 끝단에 위치한 엘브필하모니 콘서트홀. 이곳은 슬롯 꽁 머니 시민들에게 ‘엘피(Elphi)’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엘브필하모니 제공
지난달 22일 오후 6시, 독일 슬롯 꽁 머니의 엘브필하모니 콘서트홀 앞 브라스리는 8시 공연 관람을 앞둔 관광객으로 가득 찼다. 독일 북부 킬 지역에서 기차를 타고 와 딸이 오기를 기다린다는 안니케 스탕어(67)는 뜨거운 초콜릿 음료를 홀짝이며 “이곳에서 공연을 본다는 건 단순한 음악 감상이 아니라 슬롯 꽁 머니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체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탕어처럼 파도 모양 지붕이 특징인 엘브필하모니를 찾는 사람들은 공연뿐 아니라 건축물 자체의 아름다움과 그 안에 담긴 도시의 역사를 경험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다. 슬롯 꽁 머니가 단순한 항구도시에서 ‘음악과 문화의 중심지’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랜드마크 건축물 덕분이다.

◇10년 공사 끝 완성된 슬롯 꽁 머니

독일 최대 항만인 슬롯 꽁 머니항 근처 하펜시티는 ‘물의 도시’로 불린다. 도시 어디에서나 운하와 작은 수로를 볼 수 있다. 슬롯 꽁 머니시는 2000년부터 하펜시티를 세계적인 수변 도시로 재개발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엘브필하모니 콘서트홀을 중심으로 엘베강이 흐르는 도시 남동부의 낙후된 항만 구역을 음악과 조명으로 가득 찬 복합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골자다.

이 슬롯 꽁 머니은 원래 1960년대 거대한 창고로 쓰인 붉은 벽돌 건물을 그대로 두고 그 위에 현대적인 유리 건축물을 세우는 방식으로 건축됐다. 서울 청담동 송은미술관을 디자인한 스위스의 유명 건축사무소 ‘헤어초크&드 뫼롱’이 설계를 맡았다.

건축 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겹쳐 공사 기간이 당초 계획보다 3배 이상 지연돼 10년이 넘게 걸렸고, 공사 비용도 급증했다. 슬롯 꽁 머니시는 민간 자금까지 포함해 총 10억유로(약 1조4000억원) 이상을 투입해야 했다. 하지만 각계각층으로부터 기부금만 2억5000만달러(약 3300억원) 넘게 모이는 등 시민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현재 이곳은 2만~4만원으로 클래식 장르는 물론 일렉트로닉 팝 등 다양한 문화 공연을 즐기고, 어린이들이 음악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할 수 있는 ‘만인의 공간’으로 거듭났다. 건축물의 상부 일부는 호텔과 회의 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가 벤치마킹한 슬롯 꽁 머니

이날 콘서트홀 내부에서 만난 크리스토프 리벤-조이터 엘브필하모니 총괄감독은 “2017년 1월 개관과 동시에 슬롯 꽁 머니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비결은 화려한 외관에 더해 도시 정체성과 역사를 이곳에 담아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엘브필하모니 콘서트홀은 공연을 보러 온 관람객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다. 입구에서 내부까지 이어지는 약 80m의 에스컬레이터 끝에 자리 잡은 ‘더 플라자’에서는 시민들이 슬롯 꽁 머니를 관통해 흐르는 엘베강과 시내 전경을 360도로 조망할 수 있다. 내부 대기 공간에 들어오면 곳곳에 여러 높낮이의 의자와 테이블이 놓인 장소로 모이도록 동선이 짜여져 있어,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다.

서울시는 현재 한강변 개발을 위해 세계 주요 수변 도시의 슬롯 꽁 머니를 벤치마킹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3년 “서울 여의도에 오페라와 뮤지컬은 물론 대중음악 등 다양한 문화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제2 세종문화회관’을 지을 것”이라고 발표한 것도 엘브필하모니를 방문한 직후였다.

리벤-조이터 총괄감독은 서울시의 수변 문화예술 공연장 건립과 관련해 민간 투자 유치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도시 슬롯 꽁 머니를 지을 때는 건축비는 물론 지속 운영을 위한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며 “공공 지원과 민간 투자를 병행할 수 있는 재정 모델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슬롯 꽁 머니=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