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망한 인생 둘이 슬롯사이트 될까? 그럼, 먹구름 뒤에도 햇살은 있으니까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문제 있는 둘이 만나 슬롯사이트에 빠지고 서로를 치유하는 전형적인 이야기다. ‘문제 있는 둘’이라는 표현보다는 ‘제대로 망가진 사람들’이 더 어울리겠다. 팻은 아내 니키의 외도 현장을 목격한 뒤 상대 남자를 폭행한 일로 니키와 이혼하고, 교사 일도 잃고, 정신병원에 입원해 한동안 치료를 받았다. 퇴원한 팻은 전 부인이 된 니키와의 관계를 회복시키고 싶지만, 그러려면 먼저 접근금지명령을 풀어야 한다.

한편,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은 뒤 외로움을 참을 수 없었던 티파니는 직장 동료 전원과 관계를 맺었고 그로 인해 해고당했다.

이들의 전사만 듣는다면 참으로 쉽지 않아 보이지만, 영화는 시종일관 경쾌한 톤으로 진행되고 배우들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게 연출되어 있다. 우연히 친구의 집에서 만난 두 사람. 티파니는 첫눈에 팻을 마음에 들어 하고 다가가지만, 팻은 그런 티파니를 부담스러워한다. 티파니는 팻이 니키에게 줄 편지를 전해주겠다고 하며 대신 자신과 함께 댄스 대회에 나가달라고 제안한다. 이 둘은 과연 어떻게 슬롯사이트?

내가 2021년에 출간한 <아이 틴더 유라는 단편 소설에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을 좋아한다는 인물에게 화자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는 대목이 나온다.‘현실에서 문제 많은 둘이 만나면 힐링은 무슨…… 지옥 급행열차 타는 거야’소설에 나온 대로 현실은 영화와 다를 가능성이 높다. 삶에서 크게 상처받은 이들은 마음을 닫게 되고 사람을 불신하게 된다. 게다가 불행에 익숙해지면 행복이 두려운 순간이 오고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한다.

할리우드 영화의 플롯은 대개 비슷하고 메시지도 비슷하지만 내가 영화와 이야기를 슬롯사이트하는 이유는 조력자의 존재 때문이다. 주인공이 고난을 겪을 때, 인생의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도움을 주는 사람들. 내가 현실에서 그토록 갖고 싶었던 사람들. 이 영화에는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조력자의 대사가 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팻의 아버지 패트리치오는 팻을 움켜잡고 이렇게 말한다.

“삶이 주는 기회를 잡지 않는 건 죄야. 어떻게든 움켜잡아야 하지. 안 그럼 평생 후회해. 지금은 네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고비야. 애비 말 들어. 이번엔 망치지 마.”

내 인생의 중요한 결정의 순간, 두려움이 밀려오는 망설임의 순간에 패트리치오를 연기한 로버트 드 니로의 표정과 목소리가 한동안 내 머릿속에서 재생됐다. 그리고 나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실버 라이닝은 서양 속담“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모든 구름은 은색 띠를 가진다).”에서 알 수 있듯이 ‘구름 사이를 비집고 드러나는 햇볕’, 즉 희망을 뜻한다. 이런 종류의 서사를 ‘힐링 로맨스’라는 이름으로 분류해도 괜찮을 것이다. 이런 장르의 최고봉인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우리가 망가졌어도 괜찮다, 다시 슬롯사이트하고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정대건 소설가·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