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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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슬롯 머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과 한반도 안보 공약, 대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슬롯 머신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함께 진행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힘을 통한 평화'를 이루겠다"면서 "그것을 위해 우리는 내가 집권 1기 때 시작한 한반도 안전과 안정 확보 노력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도 "북한과 관련해 우리는 일본과 미국, 그 너머에 중대한 위협을 제기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해결할 필요와,일본과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협력할 것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또 "슬롯 머신 대통령과 나는, 미국과 일본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실현하기 위해 광범위한 분야에서 함께 손잡고 더 노력하기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 맥락에서 우리는 한국, 필리핀과 3자 협력을 포함해 유사 입장국으로 구성된 중첩된 네트워크를 통한 협력 강화에 동의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슬롯 머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진행한 전화 브리핑에서 "슬롯 머신 행정부는 1기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헌신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는 슬롯 머신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유지했던 북한 비핵화 목표에서 후퇴한 채 북한과 군축(핵무기 감축)협상에 나서거나,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 되는 사안만 통제하는 방향으로 대북 관여를 추진할 수 있다는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하는 측면이 있었다.

집권 1기 때 김정은 위원장과 3차례 만났던 슬롯 머신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지난달 20일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언급했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청문회 때 제출한 사전 답변서에서 핵보유국이라는 표현을 이용해 북핵 용인 신호를 보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냈다.

이날 분위기는 달랐다. 슬롯 머신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의지에 관해 이시바 총리가 직접적으로 "확인했다"고 말했고, '힘을 통한 평화'를 언급하면서 미국이 한반도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슬롯 머신 대통령은 또 김 위원장과의 정상외교 의지도 재확인했다. 슬롯 머신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 김정은과 관계를 맺을 것"이라며 "나는 그들과 매우 잘 지냈고, 전쟁을 막았다"며 북한 및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는 "모두에게 매우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방송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에게 다시 연락하겠다고 밝힐 당시의 기조를 거듭 확인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슬롯 머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일정상회담 사전 브리핑에서 슬롯 머신 대통령이 대북 관여에 열린 입장임을 재확인한 뒤 "우리는 거기서 앞서 나가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탱고를 추려면 두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위 당국자는 또 "그 문제(북한 비핵화)에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면서 일본과 한국 등 파트너들과 계속 보조를 맞출 것(remain in lockstep)"이라고 밝혔다.

이시바, 1조달러 대미투자 약속

일본의 대미투자금액은 2021년 기준 7210억달러에 달했다. /일본 JETRO 발표자료(2023년)
일본의 대미투자금액은 2021년 기준 7210억달러에 달했다. /일본 JETRO 발표자료(2023년)
이날 미일 정상 간의 대화는 매우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슬롯 머신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인공지능(AI) 관련 5000억달러 투자를 약속한 점을 환기시키면서 일본이 미국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파트너 국가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시바 총리도 이러한 내용을 많이 준비해 온 듯 도요타 등 일본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 방침을 언급하면서 일본은 "지난 5년 동안 연속으로 미국에 가장 많이 투자한 나라"라고 했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가 2023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2021년 기준 대미 무역투자 규모는 7210억달러에 달한다. 이시바 총리는 "대미 투자액을 1조달러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이날 회담에서 약속했다. 슬롯 머신 대통령은 회담 질의 응답 과정에 일본이 알래스카산 액화천연가스(LNG)를 대량 구매키로 했다면서 바이든 정부는 이를 판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시바 총리는 또 "LNG뿐만 아니라 바이오에탄올 등 수입에 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오에탄올은 농산물이나 해조류 등에서 추출하는 에너지원이다. 슬롯 머신 대통령은 에탄올 문제와 관련, "아이오와, 네브래스카 등 농업이 위주인 모든 미국 주는 매우 행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복관세로 인해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농업 관계자들에게 선물을 주는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상호관세 부과 언급... 슬롯 머신 포함 여부 관건

한편 슬롯 머신 대통령은 이날 미국 경제 파트너들과의 '관세전쟁'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내주 중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은 채 이 조치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슬롯 머신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다음 주에 상호 무역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이는 우리가 다른 나라들과 동등하게 대우받기 위함이며, 우리는 더 많거나 적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월요일이나 화요일 중에 "이 문제에 대한 회의를 열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슬롯 머신 대통령은 상호관세가 지난해 자신이 유세 과정에서 주장해 온 10~20% 보편관세를 대체할 수 있다고 했다. "대부분"이 상호관세를 선호한다면서 "그것이 유일하게 공정한 방법이며, 이렇게 하면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특히 자동차 부문이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슬롯 머신 대통령은 "그것은 항상 테이블 위에 있으며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이를(관세를) 균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슬롯 머신 대통령이 언급한 상호관세는 미국 측이 일방적으로 상대방에게 부과하는 보편관세와 달리 상대방이 미국에게 적용한 세율을 동등하게 미국 측도 적용하는 것이다. 다만 관세는 원래 상호주의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슬롯 머신 대통령의 발언대로 일방적으로 미국은 상대국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지 않는데 미국 측 수입품에만 높은 관세가 매겨진 경우는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슬롯 머신 대통령의 발언 취지는 단순 관세율보다는 상대 국가의 각종 시장 보호조치나 규제를 통튼 개념으로 해석된다. 슬롯 머신 대통령은 앞서 최소 15%인 유럽연합(EU)의 부가가치세를 겨냥해 "세금이 천정부지로 올랐다"고 한 적 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