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지만 지각을 자주 함. 긍정적인 뉘앙스로 써줘". (명령어)
"긍정적이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학생으로, 보다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통해 잠재력을 더욱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됨" (슬롯사이트가 생성한 문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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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의 중학교 교사 A씨는 최근 생성형 슬롯사이트를 활용해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작성했다. 다른 때는 30분씩 걸리던 학생부 작성 작업을 이번엔 15분 만에 마무리했다. 핵심 단어와 원하는 뉘앙스를 입력하면 슬롯사이트가 긴 문장으로 바꿔준 덕분이다.

최근 생성형 슬롯사이트를 활용해 학생부를 작성하는 교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행정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주는데다 교사가 직접 쓰는 것보다 오히려 내용이 풍성하다는 이유에서다.

교사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메신저 등을 통해 슬롯사이트기반 학생부 작성법을 활발히 공유하고 있다. 7년차 초등학교 교사 B씨는 "친한 교사들끼리 모인 단체 메신저 방에서 명령어(프롬프트) 입력 방법에 대해 공유한다"며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최근엔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요에 맞게 슬롯사이트를 직접 학습시켜 최적화 프로그램을 만드는 교사들도 있다. 서울 강동구의 고등학교 교사 C씨는 "그간 사용해왔던 학생부 양식을 슬롯사이트에 학습시켜 내가 가장 선호하는 방식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설계했다"며 "유튜브를 검색하면 학생부 작성을 위해 슬롯사이트를 학습시키는 방법을 쉽게 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행정업무에 슬롯사이트를 활용하는 교사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교육청이 소속 교원 5217명을 대상으로 2023년 실시한 '챗GPT에 대한 교원의 인식과 사용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8.9%가 챗 GPT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70.1%는 이미 챗GPT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생활기록부 슬롯사이트용 챗 GPT 웹앱을 직접 만들어 배포한 교육청도 있다. 경북교육청은 2023년 7월 학교업무 디지털 전환을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클라우드 기반 온라인 행정 업무 플랫폼 '온무실'을 선보였다. 플랫폼의 '행발(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생성기'는 특정 단어를 문장으로 늘려준다.

교육현장에서 생성형 슬롯사이트 활용이 급속도로 확산하자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직 초등학교 교사 D씨는 "일부 교사들은 슬롯사이트에 학생들의 실명, 소속학교까지 입력하는 경우도 있다"며 "명확한 사용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상황에서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최근에는 학생부가 대학 입학 전형의 평가자료로 쓰이는 경우가 많아진 만큼 슬롯사이트를 활용한 학생부 작성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희수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슬롯사이트에 의존해 작성한 진정성 없는 학생부는 대입 전형자료로 사용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며 "슬롯사이트를 보조수단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