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원 사람과초록 대표(왼쪽부터), 김지현 밀라플라 대표, 문사랑 오아플 대표. /오경묵 기자
강희원 사람과초록 대표(왼쪽부터), 김지현 밀라플라 대표, 문사랑 오아플 대표. /오경묵 기자
청년층 유출로 소멸 위기를 맞은 경북에서 20, 30대 여성들의 온라인 슬롯이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다. 지역 자원과 MZ세대 감성을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 가도를 달리며 청년 인구 유입까지 끌어내고 있다.

경상북도와 소셜벤처 지원기관인 지역과소셜비즈는 지난 2년간 여성 청년 맞춤형 온라인 슬롯지원 사업으로 봉화 울진 영주 문경 등 15개 소멸 위기 시·군에서 90명이 온라인 슬롯했다고 4일 밝혔다. 이들 여성 온라인 슬롯가는 공감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MZ세대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복합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해 청년층 유출을 막고 외지 청년 유입을 촉진하는 거점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 성공 사례가 봉화의 ‘사람과초록’이다. 강희원 대표는 2019년 창업 이후 공공기관과 공원의 정원 조성과 식물 재배, 정원 교육으로 지난해 매출 10억원을 넘어섰다. 2023년 매출 5억원에서 두 배로 껑충 뛰었다. 기간제 인력을 포함해 10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봉화지역 대안학교를 졸업하고 정원작가가 된 강 대표는 ‘경북에서 온라인 슬롯 언니들’의 모델이 되고 있다.

영주에선 50년 된 고택이 MZ세대 핫플레이스로 변신했다. 고택을 아늑한 카페와 문화공간으로 단장해 2022년 8월 문을 연 ‘밀라플라’는 김지현 대표의 젊은 감각으로 지난해 매출 2억원을 넘어섰다. 유아교육 전문가인 김 대표가 MZ 눈높이에 맞춘 음료와 타르트, 굿즈와 이벤트로 고객을 사로잡은 덕분이다. 김 대표가 시시때때로 여는 핼러윈파티나 수영장 이벤트, 크리스마스마켓은 매번 만원이다. 김 대표는 “지난 크리스마스마켓 때는 9시간 동안 300명이 방문했다”며 “농촌에 사는 젊은 육아맘들이 이런 공간에 갈증을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 덕분에 매출의 절반 이상이 오프라인에서 발생한다. 김 대표는 물 대신 사과 착즙과 아메리카노를 혼합한 ‘애플리카노’를 전국 최초로 개발해 특허까지 출원했다.

문경에선 가업을 잇는 혁신이 돋보인다. 문사랑 오아플 대표는 가은읍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돕기 위해 지난해 6월 온라인 슬롯했다. 그는 다이어트와 건강관리용 사과식초 ‘애사비’(애플사이다비니거)로 식음료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오아플이 출시한 애사비는 25mL 작은 유리병 세트 제품을 선보이며 휴대하기 편하게 했다. 문 대표는 “식초 발효를 위해 많이 첨가하는 당을 넣지 않고 사과로만 발효했다”며 “품질로 승부를 보겠다”고 밝혔다.

경상북도와 지역과소셜비즈는 이들 여성 온라인 슬롯가를 돕기 위해 온라인 슬롯자금과 시제품 제작, 세무 회계, 마케팅 방법 등을 지원한다. 박철훈 지역과소셜비즈 대표는 “한 명의 여성이 온라인 슬롯하면 가족 동반 이주로 지역 활성화 효과가 크다”며 “여성 청년에 초점을 맞춘 온라인 슬롯 정책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