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의 모습을 가장 잘 슬롯 머신 프로그램 작품을 하나 꼽으라면 무엇을 꼽으시겠습니까? 잠시 지난 몇 개월을 돌이켜 볼까요? 작년 12월부터 숨 가쁘게 진행된 계엄, 탄핵, 그로 인한 극렬한 대치부터 늘 있었던 빈부격차, 부동산, 입시, 육아 같은 일상적 문제까지. 네, 한국의 동시대를 단적으로 슬롯 머신 프로그램 작품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아트 칼럼에서 갑자기 왜 시사 얘기냐 물으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컬렉션을 할 때, 특히 현대 미술작품이라면 ‘시대성’을 반영한 작품을 찾으라고 많은 전문들이 조언합니다. 그저 잘 그린 작품이 아니라요. 시대정신을 담지 못한다면 과거의 답습에 불과하고, 이는 오래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백남준이 그토록 중요한 미술사적 의미를 갖게 된 것도, 전후 슬롯 머신 프로그램의 추상표현주의가 급부상하게 된 것도 모두 이런 급격한 사회변화, 이를 관통하는 시대정신과 연관이 있습니다.

자 그럼 이제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볼까요? 컬렉터들을 선도하는 컬렉터로 꼽히는 ‘슬롯 머신 프로그램’이 흥미로운 전시를 합니다. 동시대 미국의 단면을 포착한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아메리칸 비네트’展을 개최합니다. (비네트는 이야기책이나 짧은 글에 포함되는 삽화를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컬렉터가 바라본 미국이라는 나라가 되겠습니다.
슬롯 머신 프로그램 박물관(Rubell Museum) / 사진. © Chi Lam / Rubell Museum
슬롯 머신 프로그램 박물관(Rubell Museum) / 사진. © Chi Lam / Rubell Museum
슬롯 머신 프로그램 컬렉션이란커?

슬롯 머신 프로그램 컬렉션은 돈 슬롯 머신 프로그램(Don Rubell)과 메라 슬롯 머신 프로그램(Mera Rubell) 부부가 1965년 시작했습니다. 의대생과 교사였던 이들은 미술을 좋아했지만 비싼 그림을 턱턱 사기엔 그저 젊은 부부였을 뿐입니다. 작가 스튜디오에 들러 할부로 작품을 구매했을 정도로 아끼고 아껴 작품을 모았습니다. 이들 부부 컬렉션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 건 남편의 형이 유산으로 남긴 플로리다 호텔업에 투자하면서부터입니다. 이후 막강한 자금을 바탕으로 슬롯 머신 프로그램 부부가 최근까지 사들인 작품은 7700여점에 가깝습니다. 작가는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미국 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컬렉터이자, 아트 패트론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슬롯 머신 프로그램 박물관 공동 창립자인 돈 슬롯 머신 프로그램(Don Rubell)과 메라 슬롯 머신 프로그램(Mera Rubell) 부부 / 사진출처. Rubell Museum
슬롯 머신 프로그램 박물관 공동 창립자인 돈 슬롯 머신 프로그램(Don Rubell)과 메라 슬롯 머신 프로그램(Mera Rubell) 부부 / 사진출처. Rubell Museum
슬롯 머신 프로그램이 컬렉터들 사이에서도 조명을 받게 된 것은 '30 Americans'(30명의 미국인들)전의 영향이 컸습니다. 슬롯 머신 프로그램 컬렉션이 소장한 미국 흑인 작가 31명의 작업을 통해 미국 사회를 읽어낸 전시로 마이애미 슬롯 머신 프로그램 파운데이션에서 처음 선보였습니다. 참여작가는 ‘흑인’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그 어떤 공통점도 없었습니다. 남성, 여성, 퀴어, 부자, 노동자 등 온갖 정체성이 섞여 있었죠. 이들이 각기 자신이 위치한 곳에서 바라본 미국을 엮어낸 것입니다.

장 미셸 바스키아, 라시드 존슨, 카라 워커, 캐리 매 윔스, 케리 제임스 마샬, 키힌데 와일리가 리스트에 올랐습니다. 지금 보면 너무나 화려한 리스트이나, 무려 2008년 12월의 일입니다. BLM운동이 2013년이었으니 슬롯 머신 프로그램의 선지자적 혜안이 얼마나 빨랐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전시는 대성공을 거뒀고 그 뒤로 슬롯 머신 프로그램 24개 미술관에서 선보였습니다. 워싱턴 D.C.의 스미스소니언 코코란갤러리, 필라델피아의 반스 파운데이션, 디트로이트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 등 대형미술관들이 속속 선보였죠. 관객 반응도 좋았습니다. 특히 흑인 인구가 많은 지역에선 미술관 밖으로 긴 줄이 형성될 정도로요.

작가 선별의 안목, 시장을 이끌다

‘슬롯 머신 프로그램’이 주목받게 된 이유는 단순히 전시에서의 성공 때문이 아닙니다. 시장을 선도하는 컬렉터가 됐기 때문입니다. 반스 파운데이션에서 전시 당시 기념 에세이를 쓴 미술사학자 그웬돌린 두브아 쇼(Gwendolyn DuBois Shaw)에 따르면 이 전시 이후 미술관들이 흑인 작가를 본격적으로 컬렉션하기 시작했고 이에 작품가도 상승세를 탔습니다. 장 미셸 바스키아의 경우 '30 Americans' 전시 전에는 1460만달러(2007년)에 거래됐으나, 10년이 지난 2017년에는 1982년 작 ‘무제’가 1억1050만달러에 판매됐습니다.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의 <Untitled alt= (1982). 2017년 소더비 경매에서 1억 1050만 달러에 판매되었다.">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의 <Untitled (1982). 2017년 소더비 경매슬롯 머신 프로그램 1억 1050만 달러에 판매되었다.
2018년 3월엔 마크 브래드포드의 2007년 작 ‘Helter Skelter I’이 필립스 옥션슬롯 머신 프로그램 1200만달러에 낙찰되며 당시 생존 흑인 작가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축포를 올리기가 무섭게 같은 해 5월 케리 제임스 마샬의 1997년 작 ‘지나간 시간들’(Past Times)이 2110만달러에 낙찰됐습니다.
마크 브래드포드(Mark Bradford)의 <Helter Skelter I alt=AD
마크 브래드포드(Mark Bradford)의 <Helter Skelter I (2007) / 그림. © Mark Bradford
케리 제임스 마샬(Kerry James Marshall)의 <Past Times alt= (1997) / 그림출처. © Sotheby's">
케리 제임스 마샬(Kerry James Marshall)의 <Past Times (1997) / 그림출처. © Sotheby's
2차시장에서 폭발적 성장은 신규 슬롯 머신 프로그램층을 양산했습니다. 바로 흑인 셀럽들입니다. R&B가수인 알리샤 키스와 그의 남편인 프로듀서 스위즈 비츠는 키힌데 와일리, 니나 샤넬 애브니, 미칼레 토마스 등 '30 Americans'에 참여한 작가 작품을 컬렉션하기 시작했죠.‘흑인 작가 작품은 우리가 산다’는 트렌드가 생긴 것입니다.

미술시장에서 말하는 ‘컬렉터의 정석’을 보는 듯합니다. 예술을 사랑하고, 공부하고, 사회를 꿰뚫는 시각으로 자신의 안목을 믿고 젊은 작가를 지원하고 그 작가가 성장해 작품의 가치가 올라가며 자신의 컬렉션도 함께 성장하는 것. 많은 컬렉터들이 꿈꾸는 일일 겁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본다면 시드부터 함께하는 투자자라고 할까요. 여튼 슬롯 머신 프로그램은 신진작가일 때 작품을 사들입니다. 이미 시장에서 값이 오른 상태의 작가들이 아니고요. ‘아트 패트론’으로 역할에 충실한 셈이죠.

폴 매카시, 신디 셔먼, 엘리지베스 페이튼 같은 작가들도 모두 슬롯 머신 프로그램의 지원받았습니다. 지난 2011년부터 슬롯 머신 프로그램 파운데이션은 아예 레지던시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1회 선정 작가는 바로 스털링 루비였습니다. 한국 컬렉터들이 사랑하는 헤르난 바스도 이곳에서 레지던시 생활을 했죠. 마이애미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지역작가들도 이들 부부에겐 큰 관심사입니다.

D.C.로 확장하다

마이애미를 주름잡던 슬롯 머신 프로그램이 2023년 미국 수도인 워싱턴 D.C.에 미술관을 새로 냈습니다. 워싱턴 남서부인데, 프로야구팀 워싱턴 내셔널스의 홈 구장인 내셔널스 파크가 있는 곳입니다. 빈곤율이 높아 도시에서도 낙후지역으로 꼽히는 곳인데, (심지어 미술관에서 2~3블록 떨어진 곳에는 신종 마약인 펜타닐 중독자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 사용할 수 있는 ‘펜타닐 자판기’가 있는 곳입니다) 폐교 상태로 있던 이 곳의 흑인 공립학교인 랜달중고등학교(Randall Junior High School)를 리모델링했습니다. 미술관 뒤에는 깔끔한 아파트도 들어선 상황입니다. 미술관이 들어선 뒤로 지역 분위기도 점점 바뀌는 모양새입니다.
슬롯 머신 프로그램 박물관(Rubell Museum) / 사진. © Chi Lam / Rubell Museum
슬롯 머신 프로그램 박물관(Rubell Museum) / 사진. © Chi Lam / Rubell Museum
이 슬롯 머신 프로그램미술관은 연간 단위로 새로운 전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특별한 견해’(Singular Views)라는 주제로 아모아코 보아포, 미칼렌 토마스 같은 동시대 작가 25명의 작업을 소개했다면 이번 전시는 ‘아메리칸 비네트: 상징, 사회, 풍자’(American Vignettes: Symbols, Society, and Satire)입니다. 전시는 미국 작가 40명의 작품 100여점으로 구성됐습니다. 모두 슬롯 머신 프로그램 소장품임은 따로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3개 층에 걸쳐 이어지는 전시는 각각 상징, 사회, 풍자를 소주제로 합니다.

‘상징’ 섹션에서는 슬롯 머신 프로그램 국기, 독수리, 워싱턴 모뉴먼트와 같은 전통적인 상징을 작가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해석합니다. 순백의 워싱턴 모뉴먼트는 반질거리는 검은 돌로 대체됐고, 국기는 별과 줄무늬의 위치가 바뀌었습니다. 이 같은 환기는 일시적인 것(시간)과 영원한 것(기억)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진짜 기억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말이죠. 지금의 상황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추구해야 하는 진정한 가치에 대해서요. 우르스 피셔의 회전하는 촛불 조각은 이 같은 맥락을 이야기합니다. 초는 결국 녹아 없어지지만 흘러내린 촛농이 그린 궤적은 이 자리에 초가 있었음을 증명하니까요.
전시장 내부 모습 / 사진출처. Rubell Museum
전시장 내부 모습 / 사진출처. 슬롯 머신 프로그램 Museum
[좌] 본 스판(Vaughn Spann) <어두운 날은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준다 (절대 잊지 마세요)>(2020) / 그림출처. 슬롯 머신 프로그램 Museum, [중] 나탈리 볼(Natalie Ball)의<Bang Bang>(2019) / 사진출처. Natalie Ball, LLC. [우] Damian Ortega의<Obelisco Transportable> (2004) / 사진출처. Rubell Museum
[좌] 본 스판(Vaughn Spann) <어두운 날은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준다 (절대 잊지 마세요) (2020) / 그림출처. 슬롯 머신 프로그램 Museum, [중] 나탈리 볼(Natalie Ball)의 <Bang Bang (2019) / 사진출처. Natalie Ball, LLC. [우] Damian Ortega의 <Obelisco Transportable (2004) / 사진출처. 슬롯 머신 프로그램 Museum
‘슬롯 머신 프로그램’ 섹션에서는 공동체를 이야기합니다. 작은 단위로는 가족, 친구가 있겠죠. 둘 혹은 그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회화가 많이 눈에 띕니다. 미술관은 이 섹션에서도 마찬가지로 영원과 허무를 이야기합니다. “모임 장면은 한 번에 하나의 커뮤니티를 이루는 데 기여하는, 덧없기도 하고 영원하기도 한 관계를 묘사한다” 마지막 ‘풍자’는 작가들의 신랄한 비판입니다. 때로는 기괴하기까지 하죠. 그저 단순한 텍스트로 깔끔하게 메시지를 던지기도 합니다. 작품 앞에서 짓는 쓴웃음이 쓴 약처럼 느껴집니다.
전시장 내부 모습 / 사진. © Chi Lam / Rubell Museum
전시장 내부 모습 / 사진. © Chi Lam / 슬롯 머신 프로그램 Museum
전시장 내부 모습 / 사진. © Chi Lam / Rubell Museum
전시장 내부 모습 / 사진. © Chi Lam / 슬롯 머신 프로그램 Museum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는 데이비드 해먼스, 글렌 리곤, 스털링 루비, 은지데카 아쿠닐리 크로스비, 캐서린 오피, 다나 슈츠, 헤르난 바스, 윌리엄 포프.L, 리처드 프린스, 헨리 테일러, 쳉 퀑 치 등입니다. 메라 슬롯 머신 프로그램은"슬롯 머신 프로그램 경험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이 예술가들의 다양한 관점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리딩 컬렉터는 ‘다양성’이 슬롯 머신 프로그램 미술의 화두라고 선택했습니다. 과연 시장은 무엇을 선택할까요? 트럼프 시대의 변화가 궁금합니다.
쳉 퀑 치(Tseng Kwong Chi)가 'East Meets West' 전시(2020.02.13~2020.04.04)에서 선보인 <뉴욕(자유의여신상)> (1979) / 사진. © Tseng Kwong Chi
쳉 퀑 치(Tseng Kwong Chi)가 'East Meets West' 전시(2020.02.13~2020.04.04)슬롯 머신 프로그램 선보인 <뉴욕(자유의여신상) (1979) / 사진. © Tseng Kwong Chi
이한빛 칼럼니스트